코로나로 휘청인 중국공장, 이제는 도산 위기…왜?
조채원
ccw@kpinews.kr | 2020-04-28 19:02:30
코로나19 정상화 앞뒀지만 내수경제 회복도 불투명
"인력 가뭄(用人荒)에 이어 주문 가뭄(订单荒)이 왔다."
최근 중국 상황이다. 지난 1~2월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 근로자들이 일터로 복귀하지 못해 공장이 멈춰섰다.
3월에 접어들어서는 각 지역의 봉쇄조치가 속속 해제되고, 지난 27일에는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우한에서조차 더 이상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 등 코로나19가 안정 국면을 맞았다.
이에 따라 공장 문은 다시 열렸다. 그러나 공장은 제대로 돌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하면서 해외 수주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 해외 수주 절벽에 잇단 휴업·도산
중국은 전 세계 400여 주요 공업상품 중에서 220개 항목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세계의 공장'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2월부터 본격적인 업무 복귀에 돌입한 후 4월 15일 기준 중국 대기업 업무 복귀율 99%에 달한다. 중소기업의 업무 복귀율도 84%까지 회복됐다.
그러나 막상 직원은 있는데 주문이 없다. 미국과 유럽 전역으로 확산한 코로나19 때문이다. 중국발전연구재단이 개최한 '국제경제정세전망' 화상회의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제조업 업체들이 집중한 장강삼각주(長三角, 상하이를 중심으로 하는 장쑤성·저장성·안후이성 일대), 주강삼각주(珠三角, 중국 광둥성 중남부에 위치한 광저우·포산·선전·둥관 등의 9개 도시) 지역의 기업들은 직원들이 90% 이상의 복귀했음에도 실제로 일할 수 있는 곳은 30% 안팎으로 파악한다.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도산과 휴업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월 18일 광둥성 둥관에 위치한 완구 제조업체인 판다(泛达)완구는 설립 28년 만에 문을 닫았다. 판다완구는 맥도날드, 디즈니, 해즈브로, 월마트, 테스코, 타겟 등의 글로벌 기업에 완구류를 납품하던 직원 1200명 규모의 완구업체다. 이유는 주문 취소다. 유럽과 미국에서 급속히 확산한 코로나19가 이들 기업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저명한 경제전문가 우샤오보(吴晓波)는 올해 1-2월 전국 24만7000개 기업이 부도를 냈고, 이 중 광둥성 소재 기업만 3만 개가 넘는다고 집계하기도 했다.
미국, 유럽 지역에 수출하는 신발을 주로 생산하는 지역인 저장성 원저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화샤시보(华夏时报)는 원저우의 30~40%, 넓게는 50%의 신발수출업체들이 주문 가뭄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원저우(温州)시의 한 신발 제조업체 대표는 "2월에 업무에 복귀할 때만 해도 주문이 밀려있었다. 그러나 3월 중순부터 미국과 유럽의 바이어들이 잇달아 주문을 취소하기 시작하더니 3월 26일에 이르러서는 80%가 넘는 주문이 취소됐다"며 "우리보다 더 상황이 심각한 대형업체는 4월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5월 말까지 주문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경제 거시지표 역시 이러한 상황을 뒷받침한다. 중국국가통계국은 지난 27일, 올해 1월에서 3월까지 일정 규모 이상의 공업 기업(연 매출 2000만 위안 이상)의 이윤이 7814억 50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36.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춘제 연휴와 코로나19로 공장이 거의 멈춰섰던 1~2월 중국의 공업이익 증가율이 전년 대비 38.3% 감소했던 것을 감안하면 3월에 들어서서도 지표가 크게 호전되지 않은 셈이다.
무역 흑자 역시 처참한 수준이다. 중국 세관총서에 따르면 중국 1분기 무역 수출입 총액은 6조5700억 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줄어들었다. 수출총액은 3조3300억 위안으로 11.4%, 수입총액은 3조2400억 위안으로 0.7% 감소했는데, 1분기 무역흑자 규모는 983억3000만 위안으로 작년 대비 80.6% 감소한 수치다.
내수마저도 불투명…중국 경제 전망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인 중국은 경제 정상화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중국 그 자체가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인 만큼 내수 진작으로 전반적인 경제 침체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모양새지만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중국 내 일부 패션 명품 매장에서 코로나19 봉쇄가 풀린 직후 큰 매출을 올리면서 이른바 '보복 소비'가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시적인 현상일 뿐 대체로 손님들의 발걸음은 뜸하다는 현지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내 보복 소비를 오는 2분기(4~6월)에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전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가장 많은 소비가 이루어지는 기간 중 하나인 노동절 연휴(5월 1일~4일)에서도 큰 반등을 기대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중국 관영 CCTV는 28일 전문가 멘트를 인용, "노동절 연휴 여행은 최대한 피크타임을 피해 가까운 곳으로 가고, 가족을 제외한 낯선 사람과 식사 등 접촉을 삼가라"고 권했다. 또한 노동절 연휴동안 개방하는 관광지 입장객 수를 30% 수준으로 제한하는 조치도 곳곳에서 내려졌다. 보복 소비가 기대한 만큼의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이러한 조치들이 큰 효과를 불러오지 못할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일례로 중국관광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앞선 청명절 연휴(4월4~6일) 기간, 관광 수입은 82억6000만 위안으로 작년 대비 80.7% 줄었다. 우한 봉쇄 해제(4월 8일)직전의 일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여전히 제조업 대국이자 강국이다. 코로나19가 팬데믹 국면에 접어들면서 방역 물자의 수출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세관은 3월 1일부터 4월 25일까지의 방호품 수출액을 마스크 211억 개, 방호복 1억 900벌, 보호 안경 3294만 개, 적외선체온계 929만 개, 의료용 장갑 7억630개 등 550억 위안으로 집계됐다. 방호품 수출액은 4월 초 하루 평균 10억 위안에서 중순에는 20억 위안, 최근에는 25억 위안 이상으로 점점 느는 추세다. 방호품이건 생필품이건 단기적으로는 제조업 부문에서 '세계의 공장' 중국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중국 기업들은 당면한 '주문 가뭄'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한 경제전문가는 시류에 맞춘 '과감한 전환'을 제안한다.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부이사장이자 경제전문가인 위젠궈(魏建国)는 지난 28일 시사주간지 환치우(环球)와의 인터뷰에서 "비행기, 자동차 등의 기계제조업은 인파와 물류를 제한하는 전염병의 영향에 따라 그 여파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지만 소비재 수요는 여전하며, 코로나19가 안정기를 맞으면 급속도로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선전시의 대형모터 생산기업이 주문 가뭄을 맞자 전동커튼에 설치하는 소형 모터 생산으로 업종을 과감히 전환해 수주액이 3배로 뛴 사례를 들면서 "모든 기업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산업 형태를 고수하기보다는 단기적으로 수요가 높은 마스크, 소독액 등 방역물자 생산으로 적극적으로 변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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