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무기' 예산삭감, 방위비협상 압박카드 될까

김광호

khk@kpinews.kr | 2020-04-21 15:55:38

트럼프 대통령, 한국 측 방위비 제안 공식 거절의사 밝혀
정부, 1분기 F35A 구입 예산 등 미국산 무기 6천억원 삭감
'주한미군 무급휴직 대상자 지원 특별법'도 협상 지렛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타결 직전까지 갔던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서 한국 측의 13% 증액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협상이 또다시 미궁속에 빠졌다.

계속된 미국 측과의 힘겨루기에 협상이 난항에 빠지자 우리 정부는 돌파구를 다시 찾기 위해 어떤 카드를 꺼낼지 고심하는 모양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지난해 3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 대접견실에서 열린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서명식에서 서명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한국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협상 압박용으로 준비한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선 방위비 협상은 주한미군 감축에 관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외교부 등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협상 대표단 간 이메일과 전화로 소통은 이어 가고 있으나, 차기 화상이나 대면 회의 일정은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 한국 측이 협상 과정에서 제시했던 일부 요구안에 대해 미국 측 협상단은 상당수 수용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측에 불리한 개정 내용이라는 이유로 강한 불만을 나타내면서 협상이 틀어졌다.

이후 강경화 외교장관과 정경두 국방장관이 각각 한 차례씩 카운터파트와 전화 협의를 했지만, 고위급 협의는 예정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한미 정상 통화에서도 방위비분담금은 언급되지 않았다.

우리 측 협상팀은 지난 10차 협정 비준 과정에서 국회가 제시한 6개 부대의견을 바탕으로 제도 개선안을 미국 측에 요구했다. 요구안에는 방위비 분담 항목에 작전 지원 등 추가 항목을 신설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주둔 비용 전액 부담 금지, 미집행 군수지원 분담금 환수 등이 담겼다.

당초 지난해 분담액(1조389억원)의 5배가 넘은 50억 달러를 요구했던 미국 측 협상팀은 장기간 협상 끝에 13% 수준의 인상안에 동의하며 제도 개선 요구안에도 상당 부분 공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타결안에 반대 의사를 밝힌 데다가 우리 측도 국회에서 새로운 원 구성 이후에 비준을 진행할 수 있어 실제 협정 타결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코로나19' 일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한국이 제시한 제안을 거절했다면서 한국이 더 많이 내야 한다고 말했다. [AP 뉴시스]


이처럼 협상이 잇따라 난항에 부딪치자 우리 측은 올해 미국산 첨단무기 도입 예산의 삭감을 압박 카드로 꺼내들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첨단무기 도입 예산 삭감으로 1분기 미국 정부에 지급해야 할 예산의 시기도 조정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국방예산 삭감을 통해 미국 협상단을 상대로 강경하고 영리한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지난 16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마련을 위해 '2020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하면서 F35A 스텔스 전투기, 해상작전헬기, 이지스함 등 6000억원 규모의 해외무기 도입 예산을 삭감했다.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구매한 무기에 대해 정부는 분기별 약정된 금액을 미 정부에 지급한다. 미 정부는 자국 내 방산업체에 사업 추진 경과에 따라 자금을 제공하는데, 한국 정부가 지급 시기를 늦추면 업체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의 이번 결정이 방위비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도 한국의 미국산 무기도입 예산 삭감 확대가 미국 방산업체의 손실과 미국 내 일자리 감소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측이 먼저 나서 미국에 새로운 제안을 제시하기보다는, 트럼프 행정부가 내부 의견을 정리해 합리적 제안을 내놓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내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일각에선 여당의 이번 총선 승리를 계기로 한국이 방위비 협상 장기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방위비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카드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이 무급휴직 대상자를 지원하는 특별법을 마련해 미국 측 협상 지렛대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가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11차 회의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반면 주한미군이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30일 후엔 근로자를 해고할 권한을 갖게 되기에 정부의 협상전략이 관철되기 어렵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미국이 다른 국방·경제 사안과 연계시켜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로 미국 공군이 자국령인 괌에 배치했던 전략폭격기를 최근 미국 본토로 철수시킨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감축 방안을 담은 4가지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이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까지 나온 상황이다.

다만 한미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긴밀한 협력을 통해 동맹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분위기가 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향후 일본, 독일 등과 방위비 협상에서 선례가 될 수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서기 어려운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은 대선 공약이었고, 한국에게 방위비를 양보했다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어서 양보하기 어려운 문제"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협상은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되며, 우리가 조급하게 나설 필요가 없다"면서 "'미국산 첨단무기 도입 예산의 삭감'이나 '주한미군 무급휴직 대상자 지원 특별법'이 미국 측을 압박하는 효과적인 카드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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