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해진 민주 '잠룡'들…날갯짓 앞두고 '1강 1중 다약' 구도
장기현
jkh@kpinews.kr | 2020-04-20 16:18:14
18대 대선 도전한 '리틀 노무현' 김두관, 양산을서 생환
'盧의 남자' 이광재, 강원 원주갑서 10년 만에 정계 복귀
'박원순계' 대거 국회 입성…김부겸, 당권 후 대권 직행하나
21대 총선에서 '180석 확보'라는 압승을 거둔 여당은 역대 최대 규모의 대선 잠룡들을 확보하게 됐다. 서울과 부산 등 격전지에서 생환한 의원들을 비롯, 낙선했지만 '역할론'을 요구받는 의원들, 촛불개혁 완수를 외치는 지방자치단체장까지 그 면면이 화려하다.
현재는 이낙연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의 독주 체제 속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그 뒤를 바짝 뒤쫓는 형국인데, 대권 경쟁이 본격화하면 경쟁구도는 얼마든 흔들릴 수 있다. 당장은 전초전으로 당권 경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이해찬 대표의 임기는 오는 8월 24일까지다.
'이낙연 대세론' 공고화…당권 도전 나서나
이낙연 위원장은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야권의 잠룡 1위였던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를 꺾으면서 여권 대선주자 입지를 공고하게 다지게 됐다. 이 위원장은 이번 총선 기간 자신이 출마한 종로 뿐만 아니라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전국을 누비며 지역구 후보들 지원 유세를 펼쳤다. 자신이 후원회장을 맡았던 38명의 후보 중 22명(57.9%)이 당선됐다. '이낙연 세력화'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를 바탕으로 이 위원장이 8월 당권 도전에 나설지 주목된다. 상대적으로 당내 지지기반이 약한 것으로 평가된 이 위원장은 당 대표 선거를 통해 단번에 전국적인 세력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5년 2월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2016년 1월 대표직에서 물러나 대권에 도전했다.
다만 이 위원장이 대권에 도전하려면 임기 2년인 당 대표직을 6개월 만에 물러나야 한다. 대선에 나가는 당 대표는 선거일 1년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당헌·당규 때문에 대선 1년 전인 2021년 3월엔 당 대표를 내려놓아야 한다. 이 위원장도 이를 의식한 듯 16일 총선 당선증을 수령하면서 "당내 문제는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국난 극복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 위원장 입장에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내 견제세력이 생기는 부담도 있어, 친문 핵심세력과의 교통정리가 이뤄질지도 관심 포인트다.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호남에서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밀어준 건 '호남 대망론'에 대한 무언의 압력으로 작동했다"며 "이게 발전해 '호남 대망론'에서 '이낙연 대세론'으로 바뀌면, 당내에서는 '이낙연파'와 '친문직계파'로 갈릴 수밖에 없다"고 예견했다.
이재명 맹추격…여권 잠룡 '양강구도' 형성
이재명 지사는 코로나19 정국을 거치면서 이낙연 위원장을 맹추격하며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 지사는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된 신천지에 강경 대응을 하고 긴급재난지원금 등의 이슈를 주도하며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이 지사는 실제로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보여준 강력한 리더십으로 각종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부동의 2위를 달리던 황교안 대표를 넘어섰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생환해 존재감을 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지사와 가까운 당선인으로는 정성호(경기 양주), 김영진(경기 수원병), 김병욱(경기 분당을) 의원과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을 지낸 이규민(경기 안성) 당선인 등이 꼽힌다. 이번 총선으로 원내에 '우군'을 확보한 이 지사는 '촛불개혁' 완수를 다짐하며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 지사는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2040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며 "안정감은 떨어지지만 폭발성이 있어, 현 시점에서는 이낙연 위원장과 자웅을 겨룰 유일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지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과 관련한 대법원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 지사는 '친형 강제 입원' 사건과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등에 대해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 지사의 정치 운명이 갈릴 판이다.
돌아온 '노무현의 남자들'…김두관·이광재 생환
'리틀 노무현'이란 수식어가 붙는 김두관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민주당의 전략적 요충지, 경남 양산을에서 생환하며 대권 가도에 파란불이 들어왔다. 김 의원은 남해에서 이장과 군수를 지냈고, 참여정부 시절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을 역임한 대표적 친노 인사 중 한 명이다.
김 의원은 이후 민주당 최초로 경남도지사에 당선되면서 대권주자 후보로 거론됐지만, 2012년 당 안팎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도지사직을 내려놓고 18대 대선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이후부터 대권주자 반열에서 제외됐지만, 이번에 양산을에서 살아 돌아오면서 PK(부산・경남) 주자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게 됐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역시 강원 원주갑에서 당선되면서 대권을 향한 기지개를 켰다. 이 전 지사는 친노의 핵심으로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냈고,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강원지사에 당선됐다. 이듬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지사직을 상실했지만, 지난해 12월 특별사면되면서 재기의 기회를 얻었다.
이번 총선에서 강원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의석 확장을 책임졌고, 본인 역시 지역주의를 뚫고 원주갑에서 당선되면서 10년 만에 복귀한 이 전 지사의 행보에 힘이 실리게 됐다. 그는 강원도 출신으로 지역색이 옅은 점과 친노 의원들과 인연이 두텁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두 사람은 당권 도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차기 전당대회가 민주당 대선 레이스의 중대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원순·김부겸도 여전히 여권 잠룡…향후 행보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번 총선을 통해 이른바 '친박원순계'가 약진하면서 당내 대권주자 입지를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시장과 가까운 인사로 기동민(서울 성북을), 박홍근(서울 중랑을) 의원과 김원이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전남 목포), 윤준병 전 행정1부시장(전북 정읍·고창), 허영 전 비서실장(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 천준호 전 비서실장(서울 강북갑) 등 10여 명이 당선됐다.
박 시장도 이 지사와 마찬가지로 긴급재난지원금 등 코로나19 정국에서 주도적으로 움직였다. 박 시장은 지난달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과 12개 지파 지파장을 살인죄, 상해죄 및 감염병 예방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직접 고발하겠다고 밝히며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 시장은 총선 직후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염원했던 개혁과제들을 이제 흔들림 없이 제대로 완성하라는 뜻"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TK(대구・경북) 대망론을 꿈꾸던 김부겸 의원은 대구 수성갑에서 통합당 주호영 후보에게 패배했지만 대선후보로서 무게감은 여전하다는 평이다. 김 의원은 총선 출마 출정식에서 "총선을 넘어 대구를 부흥시키고, 지역주의 정치와 진영정치를 청산하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나라를 확실히 개혁하는 길을 가겠다"며 대선 출마까지 선언했지만, 결국 민심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김 의원은 향후 당권 도전을 통해 바로 대선 출마 기회를 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의원은 비록 낙선했지만 대구 중심에서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자기 희생을 꾸준히 치렀다는 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길을 걷고 있다는 평이다. 민주당으로선 TK까지 확장성을 가진 후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엄경영 소장은 "민주당에서는 '2040의 지지'와 '친문과의 관계'가 당내 경선의 핵심"이라고 규정하며 "김부겸 의원은 다른 잠룡들에 비해 둘 다 부족한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엄 소장은 "'팬덤과 계보'를 기준으로 현재 당내 구도는 '1강 1중 다약'"이라며 "이낙연 위원장을 이재명 지사가 바짝 뒤쫓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K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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