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상 교수 "총선 진짜 민심은 언제나 그렇듯 회색일 뿐"
양동훈
ydh@kpinews.kr | 2020-04-17 13:45:09
"여당은 소신껏 일 진행하되 책임정치 구현해야"
"통합당은 보수의 가치, 희망과 비전 고민하라"
고려대 경영학과 이한상 교수가 총선 결과를 두고 "진짜 민심은 언제나 그렇듯 회색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의석수만 본다면 민주당이 싹쓸이를 해 파란 색만 보이지만, 파란색의 민주당과 분홍색의 통합당 색을 득표율에 따라 팔레트믹스 해보면 보라색이 나온다"고 했다.
이어 "더민주당 여러분은 선거의 결과를 왼쪽처럼 받아 들이고 일방적으로 아젠다를 밀어붙이는 것을 자제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며 "진실 그리고 민심은 푸른색 일색이 아니라 오른쪽과 같은 보라색"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이 교수는 "(여당이 지금까지) 야당 반대 때문에 하지 못했다고 핑계 대던 것들을 소신껏 진행하기 바란다"며 "그 결과도 오롯히 감내하는 책임정치를 구현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통합당에도 한 마디를 남겼다. 그는 "왜 젊은이들이 그렇게 문재인 정부를 못마땅해 하면서도 결국 여러분들(통합당)에게 표를 주지 않는지를 곰곰히 생각해 보라"며 "보수란 무엇이고 어떤 가치인지, 보수가 미래세대 청년들에게 어떤 희망과 비전을 보여 줄 것인지"를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이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이다.
<진짜 민심은 언제나 그렇듯 회색일 뿐입니다>
선거가 끝났습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입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일정 지연이나 불상사 없이 평화적인 선거를 마쳤다는 것에 대해 국민 모두가 자긍심을 가져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아시아에서는 대만과 우리 정도가 제1세계 수준의 선거를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역구 의석에서 여당이 제1야당을 더블 스코어로 이긴 선거였습니다. 영어 표현으로 랜드슬라이드(landslide), 즉 압도적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은 여권의 정치적 승리입니다. 더민주당에는 축하를 통합당에는 위로의 말을 전하지 않을 수 없군요.
사실 1+4 선거제도 개편이 이렇게 양당제를 강화하는 부메랑이 될지 예견하지 못하고 패착을 저지른 정의당과 바른미래당/민생당 관계자들은 그 댓가를 달게 받아야 하겠습니다.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정치를 원했던 국민의 관점에서는 한발 후퇴한 선거제도와 결과 아니었나 합니다.
더민주당은 이제 개헌 정도만 빼고는, 아니 개헌까지도 마음대로 진행할 수 있는 의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2015년 5월 개정된 국회법 제85조2항의 신속처리대상안건에 태워 이제 야당 반대 때문에 하지 못했다고 핑계 대던 것들을 소신껏 진행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결과도 오롯히 감내하는 책임정치를 구현하기를 기대합니다.
통합당은 과거 중산층을 견인하던 성장동력에 대한 비전을 상실하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후 갈팡질팡하는 리더십을 보여주더니 결국 대선에서 뿐만 아니라 총선을 통해서 박근혜 사망선고 확인증을 접수해야만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때문에 치러야 하는 수업료가 이렇게 크도록 만든 사람들은 물론 본인들 자신입니다.
더민주당은 승리에 환호작약을 멈추고 커다란 왕관의 무게를 느낄 시간임을 자각하기 바랍니다. 솔직히 박근혜 탄핵으로 준비 없이 국정을 접수한 후 경제는 펀더멘털 훼손이 있었고, 정치는 드루킹, 선거개입, 측근비리옹호, 조국사태, 선거법과 공수처법 엿바꿔 먹기 등 최악이었으며, 이북의 핵문제는 아직 그대로입니다. 코로나19와 역대 최약체 야당 덕이 아니었다면 싹슬이가 힘든 판이었죠. 운도 분명히 실력이지만 운은 자주 반복되지 않습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코로나19는 이제 경제에 큰 충격으로, 선거 호재가 아니라 현실의 엄청난 정책 부채로 다가올 것입니다. 빼어난 우리나라의 방역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부터 보여준 이 정부의 경제대응능력에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다는 것에 많은 경제인/학자들이 동의할 것입니다. 앞으로 항공부문을 시작으로 칼바람의 구조조정 구간이 올 것이고 정부가 그것을 슬기롭게 극복할 대안을 만들고 준비하는 게 1번 아젠다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은 방역과 경제가 최우선 과제입니다. 그런데 이번 선거의 결과를 이번 정권이 벌인 헛발질들에 대한 완전한 면죄부로 생각하고 공수처-윤석열이 국정의 1번 아젠다가 되는 순간 내리막 길은 시작될 것입니다.
아래는 제가 그려본 이번 서울특별시의 선거결과 비주얼라이제이션입니다. 의석수만 본다면 용산-서초-강남-송파를 제외하고는 민주당이 싹슬이를 해 파란색만 보이죠. 그러나 그게 민심이라고 착각하고 맘대로 행동하면 아니됩니다. 어떤 멍청이들은 왼쪽 그래프를 보면서 어떤 동네 사람들은 구제불능이라고 떠들던데 파란색의 민주당과 분홍색의 통합당 색을 득표율에 따라 팔레트믹스 해보면 오른쪽과 같은 그림이 나옵니다. 용산-서초-강남-송파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은 초접전을 벌였으며, 마찬가지로 민주당 후보가 이긴 아주 많은 선거구에서도 통합당 후보들이 무시하지 못할 득표를 하였습니다. 그래서 민심은 회색빛, 여기서는 보라색이라는 것이 진실이지요.
더민주당 여러분은 오늘 축배를 드시고 맘껏 기뻐 하시되 선거의 결과를 왼쪽처럼 받아 들이고 지금까지처럼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아젠다를 밀어붙이는 것을 자제할 것을 강력히 권고합니다. 왜냐하면 진실은 그리고 민심은 푸른색 일색이 아니라 오른쪽과 같은 보라색이니까요.
통합당 여러분은 왜 젊은이들이 그렇게 문재인 정부를 못마땅해 하면서도 결국 여러분들에게 표를 주지 않는지를 곰곰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2020년 4월 대한민국에서 (1) 보수란 무엇인가, 어떤 가치인가? (2) 보수는 우리 국민에게 특히 미래세대 청년들에게 어떤 희망과 비전을 보여 줄 것인가?를 붙잡고 당내의 능력 있고 실력 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환골탈태해 진짜 답안지를 마련한다면 달이 차고 기우는 이치와 같이 언젠가는 국정수행을 통해 지난번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올 것입니다.
이번 선거에는 거수기급의 엉터리 국회의원들이 보이기도 하지만, 여러분야에서 실력자, 전문가라고 생각되는 많은 분들이 여, 야 불문하고 국회에 입성 했습니다. 이런 분들이 더욱 더 능력을 발휘해 대한민국 국회가 대한민국 일보 전진의 전초기지가 되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해 봅니다. 부디 이번 국회의원들은 민심은 회색이라는 진실을 마주해 독단과 독선보다 협력과 상생으로 어려운 시기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희망을 보여주기를 기대합니다.
KPI뉴스 / 양동훈 인턴 기자 yd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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