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올리면 선거에서 진다?

김당

dangk@kpinews.kr | 2020-04-14 17:59:34

[데이터로 본 총선] 4. 증세와 역대 선거의 함수관계
노무현 '종부세'로 정권 내주고, '선거의 여왕'도 세금 올려 내리 3연패
민주당 '종부세 축소' 공약 내건 의원들, 종부세 강화 때 찬성표 던져

최광웅 데이터정경연구원장은 국내 1호 데이터 정치평론가이다. 최근 선거 데이터와 사회∙경제적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결합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저술한 책 〈이기는 선거〉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데이터 분석을 중심으로 '데이터로 본 총선 이슈'를 6회에 걸쳐 연재한다.

▲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의원(가운데)과 총선 출마 후보자들이 3월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종부세 감면 추진' 등 부동산 대책 관련 합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총선 후보자등록 마감일인 3월 27일, 더불어민주당 김성곤(강남갑)·김한규(강남병)·이정근(서초갑)·박경미(서초을)·조재희(송파갑)·최재성(송파을)·황희(양천갑)·강태웅(용산)·김병관(분당갑)·김병욱(분당을) 후보가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이들은 '1세대 1주택 종부세 문제 해결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후보 일동'(14인)의 명의로 '종합부동산세 세율 축소'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종부세에 민감한 유권자가 많은 서울의 강남4구와 용산∙양천(목동) 그리고 성남 분당에 출마한 후보라는 점이다. 이들은 "종부세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도입한 제도이지만 주거목적 1세대 1주택에 대한 과도한 종부세 부과는 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면서 "투기 목적 없는 1세대 1주택자 종부세 감면은 강화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1세대 1주택자 종부세 감면, 장기 실거주자 종부세 완전 면제, 주택연금 가입기준 9억원 상한 폐지를 유권자 여러분께 약속드린다"며 "종부세 감면이 올해 부과분에 반영될 수 있도록 20대 국회가 종료되는 5월 29일 이전까지 종부세 해결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종부세 감면에 대해 청와대 주요 라인과 협의했고, 정책 당국과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강조하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반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지도부까지 '종부세 완화' 거들고 나선 까닭

그러자 며칠 뒤부터 민주당 지도부도 거들고 나섰다. 이낙연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은 2일 "1가구 1주택 실수요자들이 뾰족한 소득이 없는 경우에 현실을 감안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이어 5일 종로 유세과정에서 기자들이 '종부세 관련 정부 정책에 변화가 있는 것이냐'고 묻자 "당 지도부에서 협의했다. 그렇게 조정이 됐다"고 답했다.

▲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서울 종로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가 14일 서울 종로5가 마전교 앞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인영 원내대표도 7일 박경미·김성곤 후보의 유세 현장을 찾아 "1가구 1주택을 가졌음에도 종부세나 재건축 등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초 구민들의 상황을 저희들이 잘 알고 있다"면서 "최대한 피해나 억울함이 없도록 저희가 잘 살펴보겠다"고 종부세 완화를 시사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다주택자에 대해 종부세율을 최대 3.2%로 올렸으며 지난해 12·16 대책에서는 최대 4%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발표하며 종부세율 상향 방침을 천명했다. 이에 민주당은 당초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율을 0.1~0.3%p 인상하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선거가 본격화되자 종전 입장을 뒤집고 1세대 1주택자에 한해 종부세 감면을 공약하게 된 것이다.

특히 서울 서초·강남·송파·강동 등 이른바 '강남 4구'와 용산구, 목동, 분당 지역구에 출마하는 민주당 후보 14명 전원이 정부 정책에 반하는 '종부세 감면'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그만큼 이 지역 유권자들이 종부세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77년 도입한 '부가가치세'가 박정희 유신체제 종말 앞당겨

세금 올리면 선거에서 진다는 것은 오래된 불문율이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에 따르면, 1978년 제10대 총선은 '우리 헌정사에 최초로 세금이 이슈가 된 선거'였다. 김 위원장은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시절인 1977년 부가가치세 도입 당시 정부 자문기구인 조세제도심의위원으로 위촉되어 부가가치세를 비롯한 조세제도 전반을 검토하는 작업에 참여해 부가가치세 도입 과정을 누구보다도 상세히 알고 있다. 최근 발간한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 잘 나와 있다.

▲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구제는 1988년 이전(1973~1985년 총선)까지 1선거구에서 의원 2명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였다. 대체로 여야가 1석씩 나눠먹기 좋은 가운데 여당은 단일한데 비해 야당은 분열돼 있어 여당이 과반을 확보하기에 유리한 제도다. 10대 총선 때는 전국 77개 선거구에서 2명씩 154명을 선출했다. 여기에 국회의원 1/3을 대통령이 지명할 수 있는 유신헌법에 따라 여당이 져도 의회 과반의석을 차지하도록 해놓았다.

그런데 선거결과는 △여당인 공화당 68석 △신민당 61석 △민주통일당 3석 △무소속 22석으로 유정회의원을 제외하면 박정희 정권에서 첫 '여소야대'였다. 전국 득표율은 제1야당인 신민당(32.8%)이 공화당(31.7%)보다 앞섰다. 선거 패배에 대한 문책으로 부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이 경질되었다. 10대 총선에서 야당의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가 '부가가치세 철폐'였다.

지금은 누구나 부가가치세에 대해 알지만 그때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세금 하나가 새로 생겼으니 납세자들이 반발한 것은 당연했다. 총선 전해 7월에 부가가치세(세율 10%)가 전격 도입돼 9월말에 예정신고가 처음 실시되자, 조세행정 사상 처음으로 납세자들의 집단적 저항에 부딪친다. 이어 이듬해 총선에서 조세저항의 민심이 표로 표출된 것이다.

결국 무리한 부가가치세 도입으로 인한 총선 패배와 책임소재를 둘러싼 집권세력의 분열이 도미노처럼 노동자 시위(YH 사건), 부마항쟁, 10.26 사건으로 유신체제의 종말을 앞당겼다는 것이 김종인 위원장의 진단이다.


노무현-박근혜도 세금 올려 선거에서 내리 져

[표 1] 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 공시지가 상승률 비교

 

이명박 정부 5년

박근혜 정부 4년

전국

연평균 3.01%

연평균 5.79%

(수도권)

연평균 3.08%

연평균 4.69%

(시·군 지역)

연평균 3.11%

연평균 8.13%

 * 출처: 데이터정경연구원(2020)/원시데이터: 국토교통부

노무현 정부와 박근혜 정부도 세금을 올려 선거에 진 경우에 해당한다. 김대중 정부와 이명박 정부 시절 공시지가는 비교적 안정돼 있었다. 그런데 이를 승계한 노무현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시지가가 경제성장률 이상으로 급등하기 시작한다. 노 정부 때는 수도권 대도시 지역이 특히 상승했으며, 박 정부 들어서는 지방 시∙군 지역이 크게 올랐다.

공시지가는 국세(상속세, 증여세, 종합부동산세 등)와 지방세(재산세, 취득세 등)의 산정기준이다. 또한 건강보험료 및 국민연금 부담금 부과기준으로 쓰이기 때문에 공시지가 상승은 곧 보험료와 국민연금 부담금 상승으로 이어진다. 공시지가는 2015년부터 시행 중인 기초연금 수급대상자 결정기준에도 활용한다. 공시지가가 상승하면 전∙월세 가격도 동반상승해 임차인에게 전가된다.

노무현 정부는 한나라당 등 야당의 대통령탄핵소추안 가결 역풍 덕에 2004년 17대 총선에서 152석을 확보하면서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초로 집권당으로서 국회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다. 이듬해 처음으로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는 개혁조치를 취한 것도 총선 승리 덕분이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세금폭탄'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2006년 지방선거 당시 공시지가 상승률은 무려 18.56%를 찍었다. 종부세 납부 인원도 7만여명에서 34만여명으로 4.8배가 폭증하자 보수언론들도 세금폭탄론에 가세했다. 노 대통령은 종부세 도입 강행으로 세금폭탄 논쟁을 불러온 2006년 지방선거 참패에 이어, 2007년 17대 대선에서 정권을 내주고, 2008년 18대 총선에서 연거푸 대패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종부세를 도입하면서 증세가 '양날의 칼'임을 알고 있었다. 노 대통령은 2005년 상반기 재보궐선거 패배로 여당의 과반의석이 허물어지자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하며 캐나다 브라이언 멀루니 전 총리의 개혁과 총선 패배 사례에 대해 여러 번 인용했다.

멀루니 총리는 1991년 과반의석을 바탕으로 당시 제조업에만 적용하던 연방부가세(MST)를 모든 업종으로 확대하는 조세개혁 법안을 강행처리했다. 당시 국민의 80%가 연방부가세 도입을 반대했지만 세수를 증대해 재정적자를 해소하려는 고육책이었다. 하지만 세제개혁의 역풍으로 멀루니가 이끈 169석의 보수당은 1993년 총선에서 단 2석만 남기고 전멸했다.

당시 보수당과 경쟁하던 자유당은 연방부가세 철폐를 서거공약으로 내걸고 9년만에 재집권에 성공했다. 그런데 자유당은 집권 후에 연방부가세 철폐를 차일피일 미루더니 사실상 공약 자체를 폐기해 버렸다. 그 덕분에 1997년 캐나다는 정부재정이 흑자로 전환됐다. 아이러니한 것은 멀루니는 연방부가세 도입으로 민심을 잃고 참패했지만, 연방부가세 철폐를 공약으로 내걸고 집권한 자유당은 오히려 공약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재정흑자를 실현한 것이다.

 

'선거의 여왕' 박근혜도 세수 확대후 내리 3연패

데이터정경연구원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4년은 결산기준으로 무려 60조원 이상의 정부수입 증가를 불러왔다. 연평균 증가율은 경제성장률(3.03%)을 훨씬 더 뛰어넘는 4.39%이다. 2014년 7월부터 전면 실시된 기초노령연금과 공무원 임금인상, 그리고 창조경제 및 문화융성사업에 대한 무리한 투자 등의 추가 지출항목이 세수확대의 원인이었다.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6년 기준으로 부동산 보유 및 거래와 관련된 재산세와 취득세로만 32조 6134억원이 걷혔다. 이는 전체 지방세 대비 43.1%에 해당하며,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보다 10조 7605억원이 늘어난 금액이다. 연평균 12.3%가 급등한 것이다.

 

[표 2] 박근혜 정부 기간 경제지표 변화: 조세 신장세(2010년 불변가격 기준)

총조세

4년간 93조 6720억원 증가

연평균 6.46%

2016년 456조 835억원

국세·지방세

4년간 60조 4059억원 증가

연평균 5.84%

2016년 319조 507억원

국세

4년간 39조 5468억원 증가

연평균 4.87%

2016년 242조 5617억원

(근로소득세)

4년간 11조 7305억원 증가

연평균 14.5%

2016년 31조 9740억원

(법인세)

4년간 6조 1837억원 증가

연평균 3.37%

2016년 52조 1154억원

지방세

4년간 20조 8591억원 증가

연평균 9.37%

2016년 76조 4890억원

사회보험료

4년간 33조 2661억원 증가

연평균 8.01%

2016년 137조 328억원

*출처: 데이터정경연구원(2020)/총조세: OECD 기준

박근혜 정부 시절엔 위의 [표 2]에서 보듯 국세, 지방세, 사회보험료를 통틀어 4년 평균 증가율이 연간 6.46%로 경제성장률을 2배 이상 초과했다. 역진성이 강한 사회보험료(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장기요양보험), 즉 준조세를 매년 8% 넘게 인상한 것도 서민에게 고통이었다. 특히 근로소득세가 연평균 무려 14.5%나 오르며 대다수 중산층 이하 근로자에게 조세부담을 가중시켰다. 게다가 2015년의 연말정산 파동은 조세저항을 중산층에서 고소득층 근로자까지 확장시켰다.

당초 박근혜 정부는 2013년 중산층 기준을 과세표준 3450만 원에서 5500만원으로 강화하고, 이듬해 1월 1일자로 소득세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세액공제 방식 변경을 통해 추가세수를 1조1460억 원 정도 더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야당은 물론 보수언론까지 나서 비판하자 정부는 한 발 물러서 소급적용을 통해 4215억 원을 환급해주었다. 2015년 연말정산 세금폭탄에 저항한 고액 근로소득자은 2016년 총선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을 심판하는 쪽에 가세했다.

박근혜 정부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앞세워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정책을 밀어붙였다. 대선공약부터 시작된 이른바 '부동산시장의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세금, 금융, 재건축 등 전분야에 걸쳐 규제를 풀며 부양책을 대놓고 쏟아냈다.

[표 3] 박근혜 정부 시절 가계신용 추이(단위: 조원)

연도별

2012년

2013년

2014년

2015년

2016년

금액

963.8

1,019.0

1,085.3

1,203.1

1,342.5

전년동기증감율

5.2%

5.7%

6.5%

10.9%

11.6%

*출처: 한국은행

정부가 적극적인 시장개입의 결과로 마침내 2015년 한해 주택매매거래는 119만 3691건으로 역대 최대기록을 갱신했다. 수도권 주택매매거래량 역시 전년 대비 32.4%로 급등세를 보였다. 정부가 '빚 내서 집 사라'는 정책을 권장한 탓에 가계부채는 2015년과 2016년 연속 두 자리 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11.8%) 이후 처음 나타난 두 자리 수 기록이었다.

노무현 정부 인사비서관을 지낸 최광웅 원장은 "노무현 정부는 임기 마지막 3년 가계부채 신장률이 평균 10.4%를 보이며 허무하게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며 "그 교훈 때문인지 이명박 정부는 임기 마지막 3년 동안 평균 7.5%를 유지하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3년 평균 가계부채 신장률 9.7%를 기록하며 대통령 탄핵을 맞고 말았다"고 진단했다.

 

아파트값 폭등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위험한 신호'

한때 '선거의 여왕'으로 불린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기간 공시지가(연평균상승률 4.30%)를 높임으로써 국민부담을 가중시키고, 20대 총선부터 전국단위 선거에서 내리 '3연패'를 당했다. 그렇다면 2017년 이른바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어떤 상황일까?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 전국 주택의 평균가격은 2억5092만원, 서울 평균가격은 4억 7983만원이었으나 2019년 10월 기준으로 각각 3억 683만원, 6억5024만원으로 폭등했다. 특히 서울 아파트의 경우 5억 7677만원에서 8억 712만원으로 40% 가까이 뛰어올랐다. 노무현 정부 당시의 부동산 폭등 수준에 육박한 것이다.

[표 4] 문재인 정부 공시지가 상승률(단위: %)

연도별

전국

수도권

광역시

시·군

2019년

8.03

8.77

5.37

4.36

2018년

6.28

8.53

8.92

7.51

2017년

5.34

5.93

7.20

6.77

*출처: 국토교통부/광역시는 인천 제외

데이터정경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위의 [표 4]에서 보듯 문재인 정부의 공시지가 평균 상승률(6.55%) 역시 매우 위험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특히 2019년 공시지가 상승률(8.03%)은 최근 10년 사이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종부세에 민감한 유권자가 많은 서울의 강남4구와 용산∙양천(목동) 그리고 성남 분당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 14인이 당론에 반하는 '종부세 감면' 공약을 내건 것도 현장에서 '위험한 신호'를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는 '12·16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발표한 '종부세 인상' 법안이 제출돼 있다. 종부세율을 다주택자는 0.2~0.8%포인트, 1주택자는 0.1~0.3%포인트 올려 다주택자에게 최고 4%, 1주택자에게 최고 3%의 세율이 적용되도록 했다. 또 조정 대상 지역 2주택자의 세 부담 상한을 300%로 인상했다.

이에 대해 미래통합당은 '종부세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이미 2018년 9·13 대책으로 종부세가 한 차례 인상됐고 현 정부 들어 공시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점을 인하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전수조사하면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총 22건이다. 이 가운데서 정성호 기재위원장 발의안은 2018년 12월 8일 본회의에서 대안가결(원안가결) 통과돼 박성중·이은재·엄용수·김현아(이상 새누리당), 채이배(국민의당), 심상정(정의당), 박주민(민주당) 의원 등 7명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대안반영으로 폐기되고 14건이 계류 중이다.

당시 통과된 대안은 2015년 기준 부동산 자산 총액 대비 보유세 비중이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과세형평성 제고와 비효율적 조세체계 개선을 위해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인상해 부의 편중현상을 완화하려는 취지에서 발의되었다.

당시 새누리당에선 서울 강남이 지역구인 이종구(강남갑)·박성중(서초을)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 대표주자로 나서 "정부의 9․13 부동산대책의 일환으로 종부세를 인상하고자 대안이 제기되었다"며 대안 반대토론을 했다.

특히 이종구 의원은 2005년에 도입된 종부세의 핵심은 1가구 1주택 아파트 가운데 공시지가 9억원 이상에 부과하는 것인데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과세기준이 상향되지 않고 9억원이라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5단지 아파트(34평) △성남 판교 푸르지오그랑블 아파트(37평) △광주광역시 봉선동 남양휴튼 아파트(45평) 등 당시 실거래된 공시지가 9억원 이상의 아파트를 거론하며 이렇게 반대표를 던져 달라고 호소했다.

"대표적인 중산층 아파트 지역인데 지금 대부분 민주당 국회의원들이다, 금년에는 고지서가 안 나오겠지만 내년에는 여러분 지역구에 있는 많은 분들에게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나갈 것이다. 내후년에 여러분이 선거를 치르는데 제가 좀 걱정스럽다, 그분들이 어떻게 나올지."

반대토론에도 불구하고 종부세법 일부개정안(대안)은 재석 213인 중 찬성 131인, 반대 50인, 기권 32인으로 가결되었다. 표결을 전수조사 해보니, 총선을 앞두고 '종부세 세율 축소'를 공약으로 내건 의원 일동(14인) 가운데 현역의원들 모두가 그때는 찬성표를 던졌다.

박경미(서초을)·전현희(강남을)·최재성(송파을)·남인순(송파병)·황희(양천갑)·김병관(분당갑)·김병욱(분당을) 후보가 그들이다. 물론 이제 와서 종부세 인하를 검토하겠다는 이인영 원내대표도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본회의에서 이종구 의원이 "노무현 정부 때도 56%나 아파트값이 상승해 종부세 부동산 정책이 잘못되었다고 자인했는데 문재인 정부도 종부세 갖고 정치 편 가르기한다"고 지적하자, 이낙연 총리도 이렇게 답변했다.

"노무현 정부 때의 부동산 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을 가장 뼈아프게 기억하고 있는 분이 대통령 본인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다짐은 확고하다, 이렇게 보고 있다."

 

종부세 공약, 선거 끝나면 흐지부지 될 듯

흔히 검사는 공소장으로 말하고,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국회의원은 법안 발의 및 입법으로 말한다.

2018년 12월 대안가결 이후에도 종부세는 민감한 사안이어서 이듬해부터 박인숙(통합, 송파갑), 김정호(민주, 김해을), 박경미(민주, 비례→현 서초을), 최재성(민주, 송파을), 김병욱(민주, 성남 분당을), 이혜훈(통합, 서초갑→현 동대문을), 김정우(민주, 군포갑) 의원의 일부개정안 대표발의가 이어졌다.

여야로 구분하면 여당 5명, 야당 2명이 대표발의에 나섰다. 개정안 내용으로 보면, 강남3구에 연고를 둔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모두 종부세를 완화하자는 쪽이고, 민주당의 김정우·김정호 대표발의안은 강화하자는 쪽이다. 다만, 김정호 안은 비사업용 토지 등 종합합산과세 대상이 되는 토지에 대한 세율의 상한을 상향함으로써(100억원 초과 3%→4%, 200억원 초과 3%→5%), 부동산 투기를 제한하고 편중된 토지 소유 구조를 완화하자는 취지다.

결국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발의된 여야의 대표적 두 개정안은 김정우(정성호, 강병원,김영진, 김두관, 김정호, 이개호, 원혜영, 조정식, 유승희) 의원 대표발의안과 이혜훈(하태경,박성중, 김성찬, 박인숙, 조훈현, 김석기, 김상훈, 이종배, 이종구, 유승민) 의원 대표발의안이다.

김정우 안의 골자는 종부세 세율을 상향 조정하되 1세대 1주택을 보유한 고령자의 세부담은 완화하는 것이다. 이혜훈 안의 골자는 1가구 1주택자인 경우 만60세 이상인 자와 장기보유자에 대한 공제율을 확대해 전년 대비 세부담 상한의 비율을 낮추는 것이다.

여야가 이렇게 맞선 가운데 종부세 인상이든 감면이든 관련 법안은 20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는 5월 29일까지 국회를 통과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이 법안들은 20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되고 21대 국회에서 다시 제출돼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뒤에도 종부세 완화 공약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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