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 격전지] 두 번 죽었다 살아난 민경욱, 끝내 '불사조' 될까
임혜련
ihr@kpinews.kr | 2020-04-13 02:43:35
정·이, 민경욱 '막말 논란' 집중공격…진보 단일화는 실패
지역 현안 'GTX-B노선 조기 착공' 공통…후보 각자 적임자 자처
정-민 지지율 5%p 差…"정의당 지지층의 전략투표가 막판변수"
공천 과정에서 두 번이나 죽었다 살아난 미래통합당 민경욱 후보는 과연 본선에서도 승리할 것인가. 4.15 총선에서 인천 연수을 관전 포인트는 민 후보의 당락이다.
연수을은 보수세가 강한 곳이다. 소득수준이 높아 '인천의 강남'으로 불리는 송도와 상대적으로 서민층이 많은 옥련동과 동춘동을 포함한다.
지역구가 갑·을로 분구되기 전 16~19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황우여 전 의원이 내리 4선을 했다. 20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 민경욱 의원이 승리했다.
하지만 최근 신규 아파트 공급으로 외부 유입이 늘었으며, 특히 젊은 세대 유입이 늘어 보수 진영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연수을은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미래통합당 민경욱, 정의당 이정미 후보 3파전 양상이다.
20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한 정 후보는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등을 지냈다. 정 후보는 실무감각을 통한 지역구 현안 해결 능력을 앞세워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공천 파동으로 고비를 넘긴 민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앞서 민 후보는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 심사에서 컷오프(공천배제)됐으나 황교안 지도부 방침에 따라 지역경선으로 부활했다. 이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공천이 취소됐으나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거쳐 재공천됐다.
정 후보와 민 후보가 박빙의 경합을 벌이는 가운데 일찍이 연수을에서 표밭을 다져온 이 후보가 뒤를 추격하고 있다.
'막말 논란-단일화 실패'…후보 간 날선 삼각 공방
세 후보는 '막말 파문'과 '단일화' 등의 쟁점을 놓고 출정식에서부터 날선 공방을 벌였다.
민 후보는 그동안 여러 차례 막말 논란을 빚었다. 지난해 헝가리 유람선 침몰 참사 당시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 발언으로 질타 받았으며, 'XXX 잡것들아' 등 욕설이 뒤섞인 글을 페이스북에 소개하기도 했다.
정 후보는 민 후보의 막말 논란을 정조준해 "막말 정치인이자 친박 세력을 축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 역시 막말이 지역구 주민의 자부심에 상처를 입혔다고 거듭 비판했다.
민주당과 정의당 간 '단일화' 기싸움도 치열했다. 민 후보에 대항하기 위해 두 진보진영 후보의 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하지만 정의당 이름으로 단일 후보를 만들어 달라는 이 후보의 요구를 정 후보는 지속적으로 거부했다.
정 후보는 이와 관련해 "선거 승리만을 위한 단일화는 원치 않는다"며 "이 후보가 진실로 단일화를 원했다면 정책 조정과 비전 공유로 합당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단순히 선거를 위한 단일화는 정의롭지 못한 일"이라고 화살을 돌렸다.
이 후보는 "막말 정치인으로 유명한 민 후보만은 안 된다는 여론이 높다. 그 말씀 결코 가볍게 듣고 있지 않다"면서도 "박수도 손뼉이 맞아야 치는 법이다. 상대가 일체 단일화는 생각이 없다고 했다"고 응수했다.
주말 표심 잡기에 여야 지도부 총출동
총선 전 마지막 주말을 맞아 세 후보는 막바지 표심 잡기에 주력했다. 여야 지도부도 덩달아 연수을을 찾으며 지지층 결집을 위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정일영 후보는 총선을 앞둔 마지막 주말인 11일 해돋이공원과 솔찬공원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유세차량에 오른 정 후보가 문재인 정부와 함께 경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호소하자 모여든 지지자들은 '기호 1번'을 외쳤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송영길 공동선대위원장의 지원유세도 있었다. 12일 옥련시장에서 열린 유세에는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까지 가세했다.
솔찬공원 유세 현장 근처에서 만난 박모(48·여) 씨는 "민주당을 지지한다"며 "4년 동안 인천에는 많은 변화가 없었다. 개발 문제도 해결이 없었고, 학교도 건립이 안 되고 교육 문제가 컸다"고 지적했다. 박 씨는 "광역버스 문제도 있지만, 수도권 가기가 힘드니까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착공에 들어가면 효과가 몇 배가 되고 생활권이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 후보는 그동안 지역 최대 현안인 GTX-B노선 조기 착공을 이끌 적임자임을 자처했다. UPI뉴스와 인터뷰에서도 국토교통부에서 도로·버스·철도 등 교통․행정 전문가로서 쌓은 경험, 인천국제공항을 운영한 노하우와 역량 등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지역 현안 대부분이 국토부 관련 사업이고 다소 지체되고 있어 주민 민원이 많다"면서 "교통사업을 추진했던 경험으로 다양한 문제 해결력을 갖췄다"고 자신했다. 정 후보는 GTX-B 노선 2020년 하반기 기본설계 완료, 2021년 조기 착공, 2026년 완공을 주장했다.
아울러 '원스톱 교육 특구'와 '글로벌 캠퍼스 2단계 추진'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공약은 △어린이집부터 초중고 대학까지 한 지역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교육 특구 △교육균형발전 추진으로 동춘·옥련의 노후화된 학교시설 전면교체 △글로벌 캠퍼스 2단계 추진 △교육환경 개선에 연간 200억 원 이상 투자 법제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정 후보는 "이번 선거는 막말 정치를 심판하고 지역을 발전시킬 적임자가 누구인지 알리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민경욱 후보 유세에는 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출동했다. 김 위원장은 11일 오전 연수구갑·을 경계인 청량산 유세에 참석해 민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민 후보는 현역 지역구 의원이다. 지난 4년 동안 지역구인 연수을에서 송도 워터프런트 착공과 송도세브란스 병원 정상화 추진, 송도체육센터 개관 등 굵직굵직한 사업을 따냈다.
민 후보도 UPI뉴스에 'GTX-B 노선 조기 착공'을 지난 4년간 가장 심혈을 기울인 사업이라며 1번 공약으로 소개했다. 그는 "2017년 3만 154명의 지역주민의 염원을 담은 서명부를 들고 경제부총리를 찾아가 간곡히 호소한 끝에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 사업에 선정됐고, 2년의 심사를 거쳐 마침내 지난 2019년 예타가 통과됐다"고 설명했다.
민 후보는 GTX-B노선의 조기 착공을 비롯해 △GTX-B-남부광역급행철도 연계 △인천발 KTX 조기 개통 △인천-안산 간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조기 개통 △송도-강남 직결 고속도로 추진 등의 포부를 밝혔다.
또 민 후보는 "상대 후보 비방보다는 정책과 지역 현안 위주로 소개하면서 임하고 있는데, 선두를 달리다 보니 상대 후보는 네거티브 공세 중"이라며 "흔들리지 않고 정책선거, 인물론을 앞세워 지역발전 적임자임을 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막말 논란'에 대한 민심의 평가는 엇갈린다. 송도에서 5년째 택시기사를 하고 있는 김모(69·남) 씨는 "옛날에 앵커도 했다는데 말이 과격하다. 민경욱 때문에라도 민주당을 찍어야 하나 생각하고 있다"면서 "민주당도 조국 하는 걸 보고 실망했다. (정일영도) 사실 찍고 싶지 않은데, 민경욱보다는 그래도…"라고 말끝을 흐렸다.
연수구 동춘동 주민 박모(60·남) 씨는 20대 총선에서도 민 후보에게 투표했다며 "민경욱이 막말은 좀 하지만, 해야 될 데서는 하고 안 해야 할 곳에서는 안 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막말도 아무나 못한다. 용기가 있어야 한다"면서 "고향이 전라도인데 그래도 후보를 당보고 찍는 것보다는 인물을 보고 찍고 싶다"고 했다.
이정미 후보는 11일 먼우금로 주택 단지 일대의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시민에게 일일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양팔을 벌려 인사하는 이 후보에게 일부 시민도 함께 손을 흔들었다. 이 후보를 알아보고 멈춰서는 차량 운전자에게 다가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12일에는 정의당 심상정 상임선대위원장이 송도센트럴파크를 찾아 대대적인 지원 유세를 벌였다.
이 후보는 연수을과의 인연이 깊다. 인천 박문여중과 인성여고를 나왔으며, 인천 부평공단의 구두약 공장에서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이 후보는 본인의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송도에 집을 얻어 살고 있는 송도 사람"이라고 답했다. 이 후보는 "지역에서 주민과 가까이 소통하며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 저의 큰 장점"이라며 "민주당과 통합당 후보 모두 지역구에서는 전세 살고 진짜 집은 각각 판교와 강남에 있다는 것이 한 언론사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공약으로 '자산 이관 중단', '인천타워 부활'을 약속했다. '자산 이관'은 송도 자산이 인천시로 이관돼 인천시의 전체 부채를 갚는 데 쓰였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자산 이관 문제를 해결하고, 현재 6·8공구에서 추진 중인 블루코어시티 개발 계획 중 68전망대 사업을 인천타워로 부활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故) 노회찬 전 대표를 회상하며 "20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던 날 '한 번만 하기 없기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면서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사람 노회찬, 그를 잇는 꼭 필요한 정치인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 유세차량에 달린 모니터에서는 노 전 대표의 생전 모습과 육성을 담은 영상이 반복해서 상영됐다.
정일영-민경욱 5%P 격차…변수는 정의당 지지자의 '전략적 선택'
현재 여론조사에서는 민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미국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의 조사방법론에 따라 지난달 26일부터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하는 '깜깜이 선거' 기간(9일) 전까지 세 후보의 지지율을 평균해보니 정일영 후보는 33.0%, 민경욱 후보는 38.1%, 이정미 후보는 21.1%를 기록했다. 26일은 민 후보가 통합당 후보로 연수을 공천을 확정받은 날이다.
민 후보는 2위인 정 후보와 5.1%p의 격차로 우세를 보였다. 민 후보의 우세이지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연수을은 상대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지만, 송도국제도시 등에 젊은층 유입이 늘어나며 유권자의 구조 변화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 2~4일 연수을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정 후보와 민 후보는 동률인 33.5%의 지지율을 기록할 정도였다.
여기에다 총선 본선에서는 '사표방지' 심리가 작동할 수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의 '전략적 투표'를 최대 변수로 꼽았다.
박 평론가는 "현재 연수을 여론조사는 민 후보와 정 후보가 비슷하며 이 후보가 뒤처지는 2강 1중 구도"라면서 "이대로 가면 민 후보가 유리하지만, 이정미 지지자가 막판에 전략적 투표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 후보는 막말 논란이 많았는데 이 후보를 지지하면 민 후보가 당선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당은 정의당을 지지하더라도 지역구에서는 정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부동층과 관련해 "최근 통합당 후보들에게는 '막말' 이 이어지는 분위기가 있다. 막판까지 표심을 정하지 않은 이들이 통합당을 찍지 않을 수 있고, 비교적 젊은층이나 부동층도 상대적으로 친여(親與) 후보에게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KPI뉴스 / 임혜련 기자 i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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