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 격전지] 금태섭 꺾은 강선우와 터줏대감 구상찬의 대결

장기현

jkh@kpinews.kr | 2020-04-11 14:52:35

강서갑, 조용한 격전지…'진보 텃밭'에 '보수 깃발' 다시 꽂힐까
강 "21세기에 맞는 새 인물론"…구 "文정권 3년, 망친 경제재건"
공약…강 "강서숙원, 고도제한 완화"·구 "어린이집 확충·생활밀착"
직전선거 표차 5%p…중도층, 숨은표의 막판 선택이 승패 가를듯

서울 강서구갑 유권자들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4·15 총선에서 강서갑은 다른 지역에 비해 조용한 듯 하지만 의외의 격전지다.

▲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서울 강서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강선우(왼쪽)·미래통합당 구상찬 후보. [각 후보 선거캠프 제공]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후보는 현역인 금태섭 의원을 꺾고 공천을 받았다. 미래통합당에서는 18대 총선 때 '진보 텃밭' 강서갑에 '보수 깃발'을 꽂았지만, 19대와 20대에서 연속 낙선하고 와신상담한 구상찬 후보가 탈환에 나섰다.

둘 간 신경전은 치열하다. 강 후보는 ⟨UPI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구 후보는 20세기에 정치를 시작해, 21세기의 시대정신과는 조금 안 맞는 부분이 있다"고 각을 세웠다. 이에 구 후보는 "지금은 나라가 위기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는 경험이 많아 연습없이, 지체없이 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맞받아쳤다.

강서갑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지지세가 강한 편으로, 여당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18대부터 20대 총선까지 득표율 10%p 이내의 격전이 벌어져, 이번에도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강선우 "21세기에 걸맞은 젊은 피"…'세대 교체론' 강조

민주당에서 가장 큰 내홍을 겪었던 지역구가 바로 강서갑이다. 현역 금태섭 의원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해 쓴소리를 서슴지 않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표결에서 당내에서 유일하게 기권표를 던졌다.

금 의원의 '소신 행보'에 친문(親文) 지지자들의 반감이 하늘을 찔렀다. 이 틈을 비집고 혜성처럼 등장한 인물이 바로 강 후보다. 그는 당내 경선에서 권리당원 조사와 일반 여론조사에서 65%가량을 받으며 금 의원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민주당 후보가 됐다.

▲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강서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후보가 10일 서울 강서구 지역구 일대를 돌며 차량유세를 하고 있다. [강선우 후보 선거캠프 제공]

강 후보는 "제가 싸운 건 금 의원도 아니고, 경선이 이기고 지는 싸움도 아니다"라며 "경선이란 그저 구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각자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고, 따라서 늘 이기는 것은 민심"이라며 금 의원에 대한 언급을 아꼈다.

강 후보 지지자 중에서는 금 의원에 적대감을 표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강 후보를 돕는 자원봉사자 구모(53) 씨는 ⟨UPI뉴스⟩에 "금태섭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강 후보를 돕기 시작했다"며 "원래는 경선 승리까지만 함께 하려고 했는데, 강 후보와 함께할수록 젊고 유능하며 소탈한 모습이 좋아 선거운동을 계속 돕고 있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미국 사우스다코타주립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공천을 받았다. 낙선 이후에는 민주당 부대변인을 지냈고, 지난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 캠프의 정책 부대변인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21대 국회는 21세기에 걸맞은 젊은 피가 많이 필요하다. 젊지만 지역과 국가를 위해 필요한 역량과 전문성을 착실히 쌓아왔다"며 "기존 정치에 물들지 않은 참신함과 전문성을 겸비한 제가 강서의 발전을 위한 적임자"라고 밝혔다.

구상찬 "문재인 정권 동안 지역경제 박살"…'정권 심판론'

강서갑은 15대 총선부터 단 한 번만 보수 정당의 깃발을 허락했을 정도로 서울 내 진보 성향이 가장 두드러지는 '민주당 텃밭'이다. 이곳에 단 한 번의 깃발을 꽂은 사람이 바로 구 후보다. 그는 2012년 19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오랫동안 닦아온 지역 기반을 토대로 8년 만에 강서갑 재탈환에 도전한다. 네 번째 출사표를 던진 구 후보의 각오는 남다르다.

▲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강서갑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구상찬 후보가 11일 서울 강서구 지역구 일대를 돌며 주민들에게 아침인사를 하고 있다. [구상찬 후보 선거캠프 제공]

구 후보는 "저는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개혁쇄신파의 대표주자로, 21대 국회에서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겠다"면서 "흩어졌던 보수를 하나로 묶었던 '보수대통합'의 숨은 주역으로서, 새로운 대한민국의 건설을 위해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구 후보의 선거 유세에 동행한 아들 구모(33) 씨는 인터뷰에서 "당을 떠나 후보의 경력과 능력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외교와 경제 문제를 풀기 위해 이 시점에 가장 필요한 인재는 아버지"라며 구 후보를 치켜세웠다.

18대 국회에서 '공약이행 우수의원'(법률소비자연맹)으로 선정된 구 후보는 '높은 공약이행률'과 '실천력'을 강점으로 꼽는다. 아울러 '중국통'임을 강조하며 '대미외교'와 '대중외교'에도 힘을 쏟고 싶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특히 "문재인 정권 3년이 지나는 동안 지역 경제뿐 아니라 나라 경제가 박살이 났다"며 "소득주도성장, 반기업 친노조 정책, 바보 같은 탈원전 정책 등으로 인해 한국 경제는 심각한 상황을 맞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권의 코로나19 사태 대처 실패로 구민들이 숨도 못 쉬고 있다"면서 '정권 심판론'을 꺼내 들었다.

'고도제한 완화' vs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강 후보는 "집권 여당의 공식 청년후보"를 자임하며 여당의 힘을 바탕으로 한 '사회간접자본(SOC) 공약'을 내세웠다. 구 후보는 "높은 공약이행과 강한 추진력"를 강조하며 오랜 시간 공들인 '생활밀착형 공약'을 들고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왼쪽)·미래통합당 구상찬 후보가 5일 서울 강서구 티브로드방송에서 열린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구상찬 후보 선거캠프 제공]

강 후보는 '고도제한 완화'를 1호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는 "고도제한은 강서갑을 포함해 강서구 전체가 풀어야 할 가장 근본적인 지역 현안"이라며 "강서구 면적의 97%가 넘는 땅이 고도제한에 묶여 있는 상태에서는 지속 가능한 도시의 미래를 전혀 도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또 "2026년에는 고도제한이 완화될 예정이지만 1년이라도 더 빨리 규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그동안의 강서구민 60만의 피해에 대해 합당한 보상도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 서부광역철도 조기 착공 △ 서울시립도서관 강서분관 조기 착공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구 후보는 국공립어린이집을 늘려 '엄마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오랫동안 갈고닦은 생활밀착형 공약을 내세웠다. 구 후보는 "국공립 어린이집 예산부터 확실히 챙기겠다"면서 "막강 추진력으로 예산을 대폭 확보해 강서의 국공립어린이집 대기 문제를 임기 내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 우장산동 강서 예술의 전당 신설 △ 발산동 도서관 착공 △ 화곡1동 고등학교 신설 △ 화곡3동 대형 문화센터 유치 등을 공약해, 구도심과 심도심의 상생을 도모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다른 접근방식의 'SOC 공약'을 내놓은 두 후보지만 포지티브한 정책선거를 지향한다는 공통점으로 말미암아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강 후보는 구 후보에 대해 "28세의 나이에 정치에 입문한 대선배라, 경륜과 안정감이 있다"고 평가했고, 구 후보는 "강 후보는 똑똑하고 젊은 인재로, 앞으로 좋은 정치인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칭찬했다.

여야, 진영 격돌 양상…'민주당·강선우' 동반 우세 전망

강서갑은 15대 총선부터 3번 연속 신기남 전 의원이 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서 당선됐다. 18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구상찬 후보(득표율 49.59%)가 격전 끝에 통합민주당 당적으로 나선 신 후보(41.28%)를 8.3%p 차로 따돌리며 이변을 만들었다.

이후 19대 총선에서 성사된 '리턴 매치'에선 당시 민주통합당 신 후보(48.71%)가 새누리당 구 후보(42.48%)를 다시 눌렀다. 득표율 차이는 6.23%p에 불과했다. 20대에선 민주당 금태섭 후보(37.24%)와 2위 구 후보(32.16%)의 득표율 차이는 5.08%p였다.

▲ 그래픽=김상선

선거 전문가들은 대체로 강 후보의 우세를 점친다. 그러나 18대 총선 이후 득표율 1,2위 후보의 격차가 10%p를 벗어난 적이 없고 이 격차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막판 중도표의 선택이 어디로 좀 더 쏠리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번 선거는 양당 구도로 치러지게 될 것"이라며 "수도권에서 민주당의 압도적인 우세가 예상되고, 특히 강북에서는 통합당이 초토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다.

엄 소장은 또 "개인 경쟁력 측면에서도 강 후보의 참신함이 구 후보의 노련함보다 비교 우위에 있다고 판단된다"면서 "여론조사가 나오지 않은 이유도 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됐기 때문에 조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도 "이번 선거는 민주당과 통합당의 양강 구도 속 '진영 격돌 총선'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민주당이 수도권 전체적으로 우세를 보이고 있고 '금태섭 후폭풍'도 어느 정도 잠재운 상황이라, 강 후보의 경합 우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 평론가는 "다만 '강서갑의 터줏대감'인 구 후보의 개인 경쟁력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 승리를 확신하긴 이르다"면서 "역시 남은 중도표 10% 안팎이 중요한데, 이 표심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 딱 좋은 지역이 강서갑"이라고 설명했다.

▲ 더불어민주당 원혜영(왼쪽) 의원이 3일 서울 강서구 우장산역 인근에서 강선우 강서갑 후보의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강선우 후보 선거캠프 제공]

표심 향방 가늠키 어려워

선거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거다. 여론조사든, 판세분석이든 민심의 바닥을 샅샅이 훑지는 못한다. 현장에선 강서갑 표심의 향방을 가늠키 어려웠다. 유권자들의 생각은 서로 부딪치고 엇갈렸다.

강 후보의 유세차 앞을 지나가던 안모(47) 씨는 "강 후보의 유세를 보면 축제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면서 "항상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이번엔 강 후보 자체에 대한 매력도 있어 지지할 맛이 난다"고 강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이미 사전투표를 마쳤다는 이모(27) 씨는 "금태섭 의원을 지지했던 주민의 한 사람으로, 이번 민주당 공천에 매우 실망했다. 그래서 공약을 심도 있게 봤다"면서 "국공립어린이집 확충과 같은 생활 밀착형 공약을 내세운 구 후보에게 마음이 더 갔다"고 밝혔다.

화곡동에서 40년 넘게 살았다는 황모(69) 씨도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선 예산을 끌어올 힘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경력 있는 후보가 좋지 않겠냐"면서 "구 후보가 여러 차례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이곳에 도전하는 모습을 응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강서구에서 택시운전을 하는 신모(70) 씨는 "무조건 야당만 찍어왔다. 특정 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박정희 대통령도 좋아하고 노무현 대통령도 좋아한다. 집권당의 오만을 견제하기 위한 나만의 방식"이라며 이번 총선에선 통합당을 뽑겠다고 밝혔다.

'정치 피로감' 혹은 '정치 무관심'을 드러낸 주민들도 있었다. 민주당 선거운동원이 오자 바로 자리를 뜬 주민 김모(85) 씨는 "누굴 뽑아도 똑같다. 지역 문제가 당에 따라 바뀌지 않더라"면서 "선거 때만 요란법석하게 유세하는 것도 보기 안 좋다. 투표하러 갈지도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우장산동에서 나고 자랐다는 마모(19) 씨는 "이번에 처음 투표를 하게 돼 아직 어느 후보, 어느 정당에 표를 줄지 못 정했다"면서 "선거 당일까지 인물과 공약에 대해 공부하고 투표장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 미래통합당 유승민(가운데) 의원이 2일 서울 강서구 화곡역에서 열린 구상찬(오른쪽) 강서갑 후보의 출정식에 참석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구상찬 후보 선거캠프 제공]

"큰 태풍이 불어 배가 흔들릴 때는 선장을 바꾸지 않는다"는 강 후보, "망가진 경제를 살리려면 경험 많은 선장으로 바꿔야 한다"는 구 후보. 둘 중 누가 키를 잡을 것인가. 민심의 향방은 사흘 후면 판가름난다.

K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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