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 격전지] '검사선배' 소병철 vs '정치선배' 노관규…순천갑 승자는

장기현

jkh@kpinews.kr | 2020-04-09 00:19:00

전남 최대 격전지…'박빙'에서 소 후보가 격차 벌려 역전 흐름
소병철 "검찰개혁 적임자" vs 노관규 "순천이 키운 사람"
전문가 "반노관규 세력과 반민주당 정서로 승패 전망 팽팽"

4·15 총선에서 의외의 격전지로 떠오른 곳이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 갑이다. 이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출신이자 검사 경력을 가진, 공통점 많은 두 사람이 맞대결을 펼친다.

'검사 선배' 민주당 소병철 후보와 '정치 선배' 무소속 노관규 후보가 그 주인공이다. 

▲ 4·15 총선에서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 갑 선거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소병철(왼쪽)·무소속 노관규 후보가 각각 지난 3일과 지난달 22일, 전남 순천 일대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UPI 자료사진]

소 후보는 "검찰개혁의 시작과 끝을 책임질 개혁가"를 자임하며 여당인 민주당 후보의 강점을 어필하고 있다. 반면 노 후보는 "순천이 키운 사람은 바로 나"라며 민주당 패권세력에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각을 세우고 있다.

이 지역의 관전 포인트는 소 후보가 전략공천으로 분열된 민심을 얼마나 잘 수습할지와 노 후보가 확산 중인 반민주당 정서를 얼마나 흡수할지 여부다. 여기에 승패가 달렸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 민주당'과 '전 민주당', '서울대 법대'와 '고졸·구로공단'. 차이점도 많은 두 사람의 격전이 벌어지는 순천갑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정치권의 관심이 순천갑에 쏠리고 있다.

소병철 "내가 검찰개혁의 시작과 끝을 책임질 개혁가"

전남 순천은 다른 호남지역과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민주당의 텃밭이었다. 하지만 2011년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당선된 이후 재보궐선거를 포함해 4번 연속 민주당 후보가 고배를 마셨다. 이중 2번은 새누리당 출신 이정현 의원이 당선되는 이변도 있었다.

이번 총선에서는 이 의원의 부재로 소병철 후보가 민주당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소 후보의 전략공천에 반발한 노관규 후보가 탈당한 뒤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는 변수가 생겼다.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의 '안방 탈환'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4·15 총선에서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 갑 선거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후보가 지난 5일 전남 순천 의료원로타리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소병철 선거캠프 제공]

소 후보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해 제25회 사법시험을 합격한 노 후보의 9년 위 '검사선배'다. 그는 검사 경력 후반부터 각종 고위공직자 하마평에 끊임없이 오르내렸지만, 검찰 퇴직 후 전관예우를 거부하고 대학강단을 향해 순천대와 농협대에서 후배 양성에 힘써왔다.

소 후보는 ‹UPI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본인을 '검찰개혁의 시작과 끝을 책임질 개혁가'로 소개했다. 그는 "작년에는 그 어느 때보다 검찰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가장 높았다"며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저는 시대적 상황이 소환한 인물"이라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이어 "총선이 끝나면 반대당에서 밝혔듯 탄핵 추진 등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의 국정운영에 심각한 도전과 방해가 예상된다"면서 "저는 여당의 후보로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 법률전문가로서 주어진 소명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관규 "순천이 키운 사람은 나…민주당에 회초리를"

소 후보가 검찰개혁 적임자와 문재인 지킴이를 앞세워 민주당 지지층에 호소하는 전략을 택한 반면, 노 후보는 민주당의 전략공천과 이후 잡음을 지적하며 각을 세우는 방식으로 반민주당 정서를 끌어당기고 있다.

▲ 4·15 총선에서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 갑 선거구에 출마한 무소속 노관규 후보가 지난 7일 전남 순천 풍전주유소 앞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노관규 선거캠프 제공]

노 후보는 고졸 출신으로 구로공단에서 노동자로 일하다가 제3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대검 중수부 검사를 거친 그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계기로 2000년 새천년민주당에 입당해 20년째 정치를 하고 있다. 정치 신인인 소 후보에게는 '정치 선배'인 셈이다.

노 후보는 국회 입성을 꿈궜지만 16대·17대 총선에서 연이어 낙선하고 민선 4·5기 순천시장을 역임했다. 19대·20대에서 또다시 도전장을 냈지만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4전 5기'로 절치부심 기회를 노렸지만, 이번에는 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이라는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노 후보는 본인을 '순천이 키운 사람'이라고 자임하며 지역 민심을 흔들고 있다. 그는 "민주당을 장악하고 있는 패권세력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냈다"며 "이번 선거에서 순천을 이렇게 짓밟고 무시한 세력이 보낸 사람을 선택하면 이들의 행동을 정당화시켜주는 것"이라고 민주당과 소 후보를 한꺼번에 때렸다.

그러면서 "시민 여러분께서 반드시 이런 민주당 패권세력에게 강한 회초리를 드셔야 한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순천의 번영과 도약은 어렵다"며 "당선 후 복당해 패권세력과 싸울 것이다. 그렇게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당으로 돌려놓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소병철 "선거구 되돌릴 것" vs 노관규 "당사자 해결 못해"

순천 지역의 최대 현안은 '선거구 쪼개기'다. 선거구 획정과정에서 인구 5만5000명의 순천시 해룡면은 갑선거구에서 을선거구로 옮겨지며 광양 등 다른 지역과 통합됐다. 해룡면 유권자들은 순천이 아닌 광양·곡성·구례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에게 투표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에 대한 순천내 반감이 상당하다. 

해룡면 출신인 소 후보는 인터뷰 내내 이런 심상치 않은 지역여론을 의식한 듯 "잘못된 선거구 획정을 되돌려놓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반면 노 후보는 민주당이 미래통합당과 '밀실야합'해 선거구 획정을 했다며 이를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이 7일 전남 순천시 풍덕동 아랫장을 찾아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순천·광양·곡성·구례 갑 후보와 포옹하고 있다. [소병철 선거캠프 제공]

소 후보는 "다음 선거에서 해룡면을 되찾아오지 못한다면, 저 자신도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게 될 만큼 치명적인 문제"라며 "다음 선거구 획정에선 힘 있는 여당 국회의원으로서 반드시 순천시민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드시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서 순천시가 분구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며 공직선거법 개정을 대표 공약으로 꼽았다. 아울러 △ 전라선 고속화 및 수도권 2시간 생활권 구축 △ 동부권 의과대학 설립 및 권역응급의료센터 기능 보강·확대 △ 순천만 정원박람회 지원특별법 제정 △ 여순 10·19 사건특별법 제정 등도 공약했다.

노 후보는 해룡면과 관련한 선거구 문제로 소 후보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노 후보는 "이번 선거는 순천을 쪼개고 시민에게 정치폭력을 자행한 민주당과의 싸움"이라며 "이렇게 만든 당사자는 절대 풀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 서울-순천 KTX 1시간 30분으로 단축 △ 순천의대 유치 등 보건의료 강화 △ 2023 순천국제정원박람회 성공지원 및 도시계량 활성화△ 순천에 맞는 순천형 일자리 창출 △ 도심공동화 건물 활성화특별법 제정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박빙'의 경쟁…소병철 최근 조사서 9.3%p 우위

전남 순천갑의 민심은 소 후보가 노 후보를 역전시켜 소폭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의 조사방법론에 따라 두 후보의 최근 한 달 간 지지율을 평균해보니 소병철 후보는 38.9%, 노관규 후보는 37.6%를 기록해 1.3%p 차이를 보였다.

소 후보는 지난달 25일 공표된 첫 여론조사 이후 매번 지지율을 끌어올리며, 순천에 내려온 지 한달 만에 순천의 '전통강자' 노 후보의 지지율을 넘어섰다. 최근 조사에서는 9.3%p로 격차를 벌리며 우위를 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김상선

여론조사와 관련해 소 후보는 "제 진정성을 순천시민이 알아주셨다고 생각한다"며 "겸손한 마음으로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 오로지 깨어있는 위대한 순천시민만을 믿고 전진하겠다"고 밝혔다. 노 후보도 "여론조사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며 "순천시민은 항상 현명한 선택을 해왔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묵묵히 시민만 믿고 가겠다"고 말했다.

선거 결과는 투표함을 열기 전까지 예단할 수 없다. 아직 순천의 민심은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지 않다. 순천 조례동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류모(28) 씨는 "순천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집권당인 민주당에서 국회의원이 나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면서 "고향 연고랑 상관없이, 깨끗하고 반듯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소 후보에 마음이 간다"고 우회적인 지지를 표했다.

반면 순천에서 나고 자란 '순천 토박이' 유모(55) 씨는 "소 후보에 대한 프로필을 잘 모른다. 당만 보고 뽑을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민주당에 대한 기대와는 별개로, 순천시장 시절 실력으로 인정받은 노 후보가 좋은 결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 차례 도전했지만 한 번도 당선되지 못한 것에 대한 동정 여론도 있다"고 덧붙였다.

소 후보와 노 후보를 비롯해 미래통합당 천하람 후보, 민생당 기도서 후보, 정의당 강병택 후보, 민중당 김선동 후보, 국가혁명배당금당 정동호 후보, 기독자유통일당 이정봉 후보 등 8명이 순천갑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는 전남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엇갈리는 전망…"시간은 소병철의 편" vs "지역 기여도는 노관규"

전남 최대의 격전지인 만큼 선거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린다.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는 "노 후보는 탄탄한 기반과 높은 인지도로 무소속의 한계를 개인기로 극복하고 있다"며 "다만 순천에서는 노 후보에 대한 피로감도 있어 '반노관규' 세력이 표를 줄 곳을 찾고 있는데, 소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 후보가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고 당과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50%까지 득표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시간은 소 후보의 편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소 후보가 유리해질 것이고,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소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 4·15 총선에서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 갑 선거구에 출마한 무소속 노관규 후보가 지난달 29일 전남 순천 동천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노관규 선거캠프 제공]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소 후보는 낮은 인지도와 반민주당 정서로 고전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수습이 되어가는 것을 여론조사 흐름을 통해 알 수 있다"면서 "소 후보가 전략공천에 대한 반감을 누그러뜨리는 문제가 최대 선거 이슈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소 후보의 민주당 조직력과 노 후보의 순천 조직력의 싸움으로, 장담하기 어려운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노 후보가 선전하고 있지만, 종국에 가면 정당 후보에 비해 무소속 후보의 힘이 빠질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박빙을 예상했다.

반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순천은 전남에서 가장 보수적인 곳으로, 이정현 의원을 당선시킬 정도로 비교적 반민주당 정서가 강한 편"이라며 "민주당 공천과정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잡음이 많았고, 선거구 획정과정에서 시민들의 불만도 높아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소 후보에 대한 신선함과 기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 기여도 측면에서 노 후보에게 밀리는 형국"이라며 "이 지역의 중도적인 성향으로 볼 때 노 후보의 선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K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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