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후보 단일화 사실상 '무산'…선거 판세 영향은

장기현

jkh@kpinews.kr | 2020-04-06 14:29:34

투표용지 인쇄 시작…민주·정의, 창원성산 등 단일화 불발
통합당, 탈당인사들과 단일화 추진하고 있으나 기대 난망
전문가 "양당구도 명확해 이후 단일화 효과 크지 않을 것"

오는 4월 15일 치러지는 21대 총선을 위한 투표용지 인쇄가 6일 시작되면서, 여야의 후보 단일화는 경남 창원 성산 등 주요 지역에서 사실상 무산됐다.

단일화가 이뤄지더라도 투표용지 인쇄 뒤에는 사퇴한 후보의 이름이 용지에 그대로 들어가기 때문에, 이미 사퇴한 후보를 찍는 등 무효표 발생으로 단일화 효과는 반감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심상정·이정미와 단일화 논의 진행 안돼

▲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등록 첫날인 지난달 26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미래통합당 강기윤(왼쪽부터), 정의당 여영국, 더불어민주당 이흥석, 민중당 석영철 후보가 주먹 인사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의 경우 정의당과의 단일화가 본격 대두된 창원 성산의 논의가 사실상 불발됐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직접 나서 선을 그으면서 고양갑(민주당 문명순, 정의당 심상정 후보), 인천 연수을(민주당 정일영, 정의당 이정미 후보) 등 타지역 단일화 논의도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양 원장은 지난 3일 민주당 이흥석(경남 창원성산) 후보 선거사무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당 차원의 단일화는 없다는 것이 중앙당의 확고한 의지"라고 말했다. 이에 정의당 여영국 후보 측은 "창원시민들의 단일화 염원을 짓밟은 양 원장의 오만과 무례함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반발했다.

다만 당사자인 이 후보는 이날 "우리는 후보 단일화를 거부한 적이 없다. 범진보진영 후보 3자 단일화 논의는 끝까지 계속되어야 한다"며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이달 10일 전까지 단일화를 제안했다. 범여권의 단일화 불씨는 아직 살아있는 상태다.

미래통합당 민경욱 후보에 맞서 인천 연수을에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정일영 후보와 정의당 이정미 후보와의 단일화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는 단일화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정 후보는 '독자노선'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지역구인 고양갑 또한 단일화 논의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다. 심 후보는 이날 민주당과의 지역구 후보 단일화가 무산된 것에 대해 "지역유권자들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게 우리 생각"이라며 "민주당이 안 하겠다고 하니까 안 되는 것"이라며 유감을 드러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중앙당 차원에서 지역구별로 단일화 거중조정을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정의당과 단일화 논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단일화 여론)조사 방법에서 디테일 조정이 쉽지 않아 이견을 보이는 등 큰 틀에서는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라며 단일화 성사 가능성을 낮게 봤다.

다만 "이해관계가 얽힌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가 단일화 압박에 나서면 통합당에 의석을 뺏기게 될지도 모르는 일부 초접전 지역에 한해 실낱같은 단일화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민주당 입장에선 서울 동대문을도 주요 변수다. 이 지역에서 컷오프된 민병두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민주당 장경태 후보, 통합당 이혜훈 후보와의 3파전이 예상된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후보도 민주당을 탈당해 경기 의정부갑에 무소속 출마하면서 민주당 오영환 후보에게 갈 표 일부를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홍준표·김태호 등 무소속 후보와 '집안싸움'

▲ 제21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을에 출마한 무소속 홍준표 후보와 미래통합당 이인선 후보가 각각 3일과 2일, 대구 수성구 두산오거리에서 출근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통합당의 단일화 논의는 주로 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와 낙천해 무소속 출마한 후보 간 '집안싸움'으로 전개되고 있다. 막판 후보 단일화 요구가 거세지고 있지만, 통합당에서도 단일화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거물급 험지 차출'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한 홍준표(대구 수성을)·김태호(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후보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탄탄한 인지도를 기반으로 공천을 받은 통합당 후보들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컷오프에 불복해 탈당한 무소속 권성동(강원 강릉)·윤상현(인천 미추홀을) 후보도 단단한 지역 기반을 다지고 있어, 통합당에 껄끄러운 존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미추홀을은 윤 후보와 통합당 안상수 후보의 단일화가 결렬될 경우 민주당 남영희 후보가 어부지리를 누릴 수도 있다.

구로을의 경우 통합당 김용태·무소속 강요식 후보는 지난달 27일 시민사회단체 등의 중재를 통해 단일화 합의를 했지만, 강 후보가 경선 시 '8% 가산점' 등을 요구하며 결국 전날 단일화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다만 청주 흥덕에서는 통합당 정우택 후보의 단수공천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양희 후보가 전날 사퇴하면서, 정 후보와 민주당 도종환 후보 간 맞대결이 성사됐다. 이에 앞서 대구 수성갑에선 무소속 이진훈 후보가 사퇴해 통합당 주호영 후보가 민주당 김부겸 후보와의 경쟁에서 탄력을 받게 됐다.

통합당 관계자는 "투표용지가 인쇄된 후에도 후보 단일화가 가능하지만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다"면서도 "접전 지역에선 막판까지 단일화 변수에 따라 승부가 바뀔 수도 있어 단일화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서울 영등포을(통합당 박용찬·무소속 이정현), 대구 북구갑(통합당 양금희·무소속 정태옥), 부산 진갑(통합당 서병수·무소속 정근), 공주·부여·청양(통합당 정진석·무소속 김근태) 등 10여 곳에서 통합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가 경쟁하고 있다.

다만 각 정당의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가 큰 파괴력을 가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엄 소장은 "이번 총선의 경우 2016년 국민의당처럼 강력한 제3당이 없어 민주당과 통합당의 1대 1 구도가 공고해진 상황"이라며 "특히 수도권은 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작을 뿐더러, 그 효과도 예전 선거에 비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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