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RP 매입으로 5.25조 공급…'한국판 양적완화' 가동
강혜영
khy@kpinews.kr | 2020-04-02 09:59:09
"금융시장 안정 도모…정부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운영 지원"
한국은행이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첫 입찰을 통해 시장에 5조 원대 자금을 푼다. 무제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한국판 양적완화'를 본격 가동하며 첫 자금 공급에 나선 것이다.
한은은 2일 은행과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RP 매입 입찰을 실시한 결과 응찰액 5조2500억 원이 전부 낙찰됐다고 밝혔다.
만기는 91일로 모집금리는 기준금리(0.75%)보다 0.03%포인트 높은 연 0.78%로 결정됐다.
한은은 RP 매입 모집금리를 기준금리보다 낮게 설정할 경우 △한은의 역마진 발생 △응찰규모가 필요 이상으로 과다해질 우려 △기준금리 인하 시그널로 오인할 우려 등을 고려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4월부터 6월까지 일정 금리 수준 하에서 시장의 유동성 수요 전액을 제한 없이 공급하는 주 단위 정례 RP 매입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매주 화요일 RP 매입 입찰을 하되 4월 첫 입찰만 목요일인 이날 실시했다.
한은이 전액공급방식의 유동성을 지원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에도 도입하지 않았다.
RP는 발행자가 일정 기간 뒤에 금리를 더해 다시 사는 것을 조건으로 파는 채권을 가리킨다. 한은이 공개시장운영으로 RP를 매입하면 시장에 유동성이 풀리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번 무제한 유동성 공급 조치를 두고 '한국판 양적완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도 "기준금리 수준 하에서 기간을 정해 놓고 시장 수요에 맞춰 수요를 전액 공급하는 것이 '사실상의 양적완화가 아니냐'고 한다면 꼭 아니라고 할 수 없고, 그렇게 봐도 크게 틀린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번 조치가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정부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의 시의적절한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금융시장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8.07포인트(0.48%) 오른 1693.53에서 출발했지만, 장 초반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5.5원 오른 1236.0원으로 출발한 뒤 상승 폭을 키워 장 초반 1240선을 넘어섰다.
기업들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유동성이 풀리면서 기업, 소상공인 등 필요한 곳으로 자금이 공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기관이나 은행에 무제한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면 금융사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방지해 은행권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정부의 지원정책과 콤비네이션을 이뤄 기업,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자금이 필요한 곳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자금이 금융사를 통해 필요한 곳으로 공급되는 연결고리가 부족한 측면이 없는지 엄밀히 살펴보면서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4일 금융시장 불안 해소를 위해 채권시장안정펀드, 증권시장안정펀드, 단기자금시장 안정화 등에 총 48조 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한 첫 외화대출 자금 87억2000만 달러도 2일 시중에 공급된다. 지난달 31일 한은이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 공급을 위한 1차 외화대출 입찰을 실시한 결과 응찰액은 낙찰액과 같은 87억2000만 달러로 공급한도액인 120억 달러에 못 미쳤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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