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로 번진 'n번방 사건'…통합당은 '조국' 엮어 날선 비판

임혜련

ihr@kpinews.kr | 2020-03-23 14:05:45

민주당 여성의원, 'n번방 사건 재발금지 3법' 발의 선언
정의당 "'n번방 방지법' 제정 위한 원포인트 국회 소집해야"
통합당 "조국은 n번방 영웅"…포토라인 청원에 조국 겨냥

4·15 총선을 앞두고 화두로 떠오른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여야 정치권은 23일 청소년 성 착취물이 불법으로 제작되고 유포된 'n번방 사건'을 입을 모아 규탄했다. 

미래통합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인권 수사로 포토라인이 폐지돼 n번방 가해자들이 수혜를 입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 23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전국여성위원장(왼쪽 다섯번째)과 여성 의원들이 N번방 재발금지 3법 통과 및 해당자 강력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과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성 착취를 해도 처벌받지 않거나 가벼운 처벌에 그치는 사회 분위기가 가해자 '박사', '갓갓'이라는 괴물을 만들어냈고 공모자 26만 명(중복추산)이라는 또 다른 괴물을 만들어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규탄 성명을 발표하며 △성적 촬영물을 이용한 위협 행위에 형법상 특수협박죄 처벌 △불법 촬영물·복제물 다운로드 행위 처벌 △이러한 영상물의 촬영·반포·영리적 이용 등에 관한 처벌조항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n번방 사건 재발금지 3법' 발의를 선언했다.

또 '박사' 조 모 씨의 신상 공개를 요구하며 "국민의 알 권리의 보장을 넘어 성폭력 처벌에 관한 특례법 25조로 신상이 공개되는 최초의 사례로 반인륜적인 디지털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일벌백계 선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도 이날 '텔레그램 n번방 성폭력 처벌 강화 긴급 간담회'를 열고 "국회에는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위한 많은 법안이 이미 발의됐다"면서 "다양한 법이 계류 중인데 입법사항의 빈틈을 살피고 여러 범죄로 흩어진 법을 모아 디지털 성범죄 특별법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n번방 관련자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회원까지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5일 만에 214만 명에 이르고 있다. 더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디지털 성범죄 전담 부서 신설 및 소비자 처벌 △해외 서버를 통한 범죄 수사를 위한 해외 공조 강화 △'한국형 스위티 프로젝트'를 허용하는 법 개정 추진 등을 제안했다.

안 대표는 지난달 19일에도 n번방 사건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에서 처벌 대상을 시청자까지 확대하기로 하는 등 '여성 안전 실천방안'을 총선 공약으로 발표하며 21대 국회에서 추진할 5가지 개혁 입법 및 정책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김정화 민생당 공동대표 역시 최고위에서 "사람이 아니고 악마가 있다. 사회에서 완전히 격리해야 할 정도의 추악한 범죄를 저지른 조 모 씨 외에도 범죄 현장을 방조한 것이나 다름없는 26만 명의 신상 공개도 당연하다"며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을 공개할 것을 정부 당국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 "유사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법령을 재정비하고 검토할 것을 약속한다. 악마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은 있을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회의실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상무위원회에서 배우의 얼굴과 포르노 등을 합성한 '딥페이크(Deepfake)' 문제를 언급하며 "'텔레그램 n번방 처벌'에 관한 국회 청원이 성사되었음에도 국회는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회는 지난 2월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 해결에 관한 청원'이 제1호 국민동의 청원으로 올라온 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 법률안에 청원 취지를 반영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본회의에서 의결된 특례법은 디지털 성 착취물의 한 유형에 불과한 딥페이크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데 그쳤다.

아울러 심 대표는 "그나마 국민청원의 일부인 딥페이크에 대한 논의를 법사위 소위에서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이 나왔다"고도 지적했다.

심 대표는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은 소위 n번방 사건에 대해 '저도 모른다'고 하면서 '자기들은 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만들 수 있다'고 했고,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청소년이나 자라나는 사람들은 자기 컴퓨터에서 그런 짓 자주 한다"고 했다"고 비판했다.

심 대표는 이런 발언을 소개하며 "정치권과 정부의 이런 무지와 무책임이 오늘날의 디지털 성범죄를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여야를 향해 '텔레그램 n번방 방지 및 처벌법' 제정을 위한 원포인트 임시국회 소집을 제안했다.

21대 총선에 출마하는 정의당 여성 후보들도 전날인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과 재발 방지를 위한 법 제정을 촉구했다.

▲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 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국민 청원이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통합당 "포토라인 폐지 수혜자 조국…n번방 가해자엔 영웅"

통합당은 'n번방 사건'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우자는 청원을 조국 정국에서 검찰의 포토라인이 폐지된 일과 연결해 비판했다.

지난해 10월 4일 대검찰청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로 참고인,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에 대한 공개 소환을 전면 폐지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이후 조 전 장관이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검찰에 출석한 '1호 수혜자'가 되며 일각에서는 특혜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해 정원석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영웅 조국으로 인해 n번방 용의자들의 신상 공개와 포토라인 세우기는 한층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발언했다. 조 전 장관 시절 검찰개혁 일환으로 포토라인이 폐지돼 n번방 가해자들이 수혜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정 대변인은 "포토라인 폐지 수혜자들은 정의를 대의명분으로 앞세웠던 조국과 그 가족들을 비롯한 위선 잔당들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죄 없는 여성들의 기본권을 무참히 짓밟은 가해자들이 조국이 만들어낸 왜곡된 특혜에 기대어 잊힐 경우 제2, 제3의 n번방 가해자들은 영구적으로 면죄부를 받는 셈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법무부 당국은 '조국발(發) n번방 선물'이나 진배없는 포토라인 공개금지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것으로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최고위원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포토라인에 서는 단계는 경찰도 있고, 검찰도 있고 법원도 있기에,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관련한 청와대 청원이 어떤 단계를 특정했는지 모르겠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국민들은 포토라인에 세울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포토라인에 세울 것을 요구하는 국민들에게 정부, 특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즉각적으로 답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 조 전 장관을 겨냥해 "인권보호수사규칙을 제정하자고 주장한 장관이 누구인가"라고 반문했다.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따르면,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 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230만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KPI뉴스 / 임혜련 기자 i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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