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2차 추경' 카드 꺼냈으나 총선 이후에나 가능
장기현
jkh@kpinews.kr | 2020-03-18 18:06:02
추경처리속도와 총선국면 등 감안하면 총선전 2차 추경은 무리
선거결과 따라 장기화 할 수도…기재부 신중모드도 걸림돌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마련된 11조7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이 17일 국회를 통과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2차 추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당정청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 발언, 1분기 이후 경제 악화 전망 등을 미뤄볼 때 2차 추경은 편성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17년 만에 2차 추경 가능성…총선 후 편성될 듯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18일 코로나19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2차 추경을 공론화했다. 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당정청 회의 직후 "시기는 논의하지 않았지만 2차 추경을 전제로 한 대화가 있었다"면서 "코로나19 상황이 급변했지만, 추경에 모두 반영하지 못했다"고 2차 추경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부가 올해 2차 추경을 하게 되면 2003년 이후 17년 만이다. 2003년에는 9월 태풍 매미로 부산지역에 큰 피해를 보자 3조 원의 2차 추경이 투입됐다. 이후 2차 추경은 편성되지 않았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이례적인 5년 연속 추경이 편성됐지만 2차 추경이 공론화한 적은 없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1차 추경으로 급한 불은 진화했지만, 경기회복 재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코로나19가 세계적인 확산세에 접어들고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 경제는 하반기까지 위기가 지속할 공산이 커졌다.
현재 흐름으로는 2차 추경은 총선 후 편성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1차 추경 편성의 속도로 보면 총선 전에도 이론상으로 가능하다. 이번 추경은 국회에 추경안이 제출된 지 12일 만에 통과돼, 2015년 메르스 대응 추경안이 18일 만에 처리됐던 기록을 대폭 단축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도 "시기를 논하기 이른 감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해야만 하고 늦어지면 안된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빨리 추경을 준비하면 총선 전에도 불가능하진 않다"고 주장했다.
다만 기획재정부가 2차 추경보다는 추가 지원대책 보완 쪽에 무게를 두고 있어, 당정 합의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돼 5월 임시국회 혹은 21대 국회 출범 직후 2차 추경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지금 1차 추경도 안 끝났는데 2차 추경을 이야기할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이번으로 대책이 끝나는 게 아니고 필요하면 시장 상황, 코로나 동향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추가로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겠다"며 2차 추경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심지어 총선 결과가 여당 압승으로 끝날 경우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야당이 승리할 경우 추경 논의는 탄력받지 못할 전망이다. 통합당 핵심관계자는 "1차 추경 통과된 지 하루 만에 2차 추경을 얘기하는 건 우선순위를 모르는 것"이라며 "2차 추경을 할 때가 아니라 코로나19를 잡아서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선거를 앞두고 세금이 정부여당의 이익을 위해 쓰이면 안 된다. 국민의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소 2조 '세수 펑크' 불가피…2차 추경 규모 되나
국회는 이번 추경에서 3조2000억 원으로 반영된 세입경정을 8000억 원까지 깎고, 세출 사업 중 일부를 삭감해 약 7000억 원 재원을 마련했다. 결국 정부는 변수로 떠오른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악화에 대한 세수 감소분을 반영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현재 정부 예산에서 올해 세수 부족분을 보전할 재원은 바닥 수준이 됐다.
세입경정을 못한 탓에 최소 2조 원 이상의 '세수 펑크'가 날 것으로 예측된다. 국회가 올해 세수 감소 부분을 이번 추경에 반영하지 않고 지출만 더 늘리기로 한 만큼, 세수 감소를 반영하는 추경을 또 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 결손에다, 코로나발 경기침체가 겹치면 하반기로 갈수록 세수 펑크가 심각해질 가능성도 있다.
2차 추경의 필요성이 당정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이유다. 외환 위기로 세수 부족이 5조5000억 원에 달했던 1998년은 2차 추경을 통해 세수 결손을 보전한 선례가 있다. 세입경정은 세수 부족을 상회하는 7조2000억 원이었다. 이처럼 2차 추경이 진행되면 정부는 세수 펑크가 난 2조 원을 뛰어넘는 세수 결손 보전용 추경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김광묵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도 '추경 심사보고서'를 통해 "경기침체에 따라 하반기에 추가적인 세입경정 필요성이 제기될 수도 있다"며 "정부는 세수 부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경제성장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차 추경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2차 추경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1차 추경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게 우선"이라며 "전방위적 재정은 증세 등에 대한 걱정으로 민간이 위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2차 추경의 가능성은 열어두되, 이 시점에 추경 규모를 이야기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K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