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당의 단매] 북한, '코로나19' 청정구역 아니다
김당
dangk@kpinews.kr | 2020-02-21 19:59:46
'돼지열병' 사태때도 평북 돼지 전멸했지만 발생 보도는 한건도 없어
북한 '보건안보 역량' 세계 195국 중 193위…한국 9위, 중국 51위
남북한 전문가끼리 정보공유 없이는 '개별관광'도 기대할 수 없어
중국 정부가 17일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미루기로 결정했다. 매년 3월 초 열리는 양회는 중국 정부의 경제·정치 운영 방침이 정해지는 최대의 정치행사다. 양회가 미뤄지기는 처음이다. 2002~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양회는 그대로 열렸다.
북한도 광명성절 중앙기념보고대회와 경축행사를 줄줄이 취소했다. 광명성절은 북한이 '민족 최대의 명절'로 지정한 김정일의 생일(2월 16일)이다. 통일부는 18일 국회 보고에서 북한이 김정일 생일에 중앙보고대회를 개최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올해는 김정은 위원장이 당·정·군 간부들과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는 소식만 전해졌을 뿐이다. 당·정·군 간부들이 대거 참석했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정치국 위원들(18명)만 참석했다. 이들은 김정은과 띄엄띄엄 서서 일정한 간격을 유지했다.
지구상 최대의 인구대국과 폐쇄국가 흔드는 안보위협 '코로나19'
중국이 최대의 정치행사인 양회를 미루고, 북한이 민족 최대의 명절인 광명성절 경축행사를 개최하지 못한 것은 중국에서 발생해 전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 때문이다. 지구상 최대의 인구대국과 지구상 최고의 폐쇄국가가 코로나19를 정권을 흔드는 안보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유엔 조직의 일부로 1946년에 구성된 세계보건기구(WHO) 헌장은 "인종, 종교, 정치적 신념, 경제적 혹은 사회적 조건에 따른 차별없이 최상의 건강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권의 하나"이며 "인류의 건강은 평화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기본 전제"라고 명토 박는다.
2000년에는 유엔의 집단안보제재기구인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AIDS(후천성면역결핍증)의 국제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안보리 결의안은 채택 과정에서 "HIV/AIDS 유행병이 억제되지 않는다면 안정과 안보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표현이 약화되었다. 하지만 보건 문제가 현실 국제정치에서 안보위협으로 토론된 것은 처음이었다(Peter Hough, 국제안보의 이해, 명인문화사).
실제 잠비아에서는 여러 명의 정부 각료가 AIDS로 사망했고, 경찰과 군대의 절반이 HIV 양성반응자로 추정되었다. 질병이 국가의 존망을 흔드는 심각한 안보위협으로 떠올랐다. "건강 증진과 질병 특히 전염병 관리에서 국가 간의 차이는 공동의 위험이 된다"는 WHO헌장의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환경안보와 함께 '인간안보'를 구성하는 보건안보 개념이 등장한 배경이다.
다른 안보 분야와 마찬가지로 보건안보에서도 세계화는 양날의 칼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대규모 지역간 이동으로 인해 바이러스의 전파속도가 빨라지고 이로 인한 위협의 크기는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세계화로 바이러스와의 대항전을 조직화할 수 있는 수단도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되었다.
세균과 바이러스에는 국경이 없다. 국경을 넘는 감염병의 빠른 전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별 국가 수준을 넘어 국제적인 수준에서 정확한 정보의 실시간 교환과 국가간의 효과적인 예방조치 협력이 필수적이다. 남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 매체 "코로나 위생선전에 보건일군 69만명, 연 7396만8천명 청취"
한국은 18일부터 지역사회 감염 사례가 보고되어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 북한은 보건의료전달 및 방역 체계가 더 열악하다. 게다가 평양을 제외한 지역의 주민들은 영양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코로나19에 노출되면 치명적일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 눈치 보지 않고 일찌감치 조·중(朝中) 국경을 봉쇄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일단 봉쇄부터 해놓고 형제국의 시진핑 주석에게 위로 서한과 지원금을 보내 국경 폐쇄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 북한은 1월 30일자로 기존의 위생방역체계를 국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코로나19'와 관련 △북한 관광 전면 금지(1. 22) △북·중 항공·열차 중단(1. 31) △북·러 여객열차 중단(2. 3) △격리기간 15→30일 연장(2. 12) △뮌헨 안보회의 불참(2. 14~16) 등의 조치를 시행 중이다.
북한은 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결정으로 "공화국령(북한내)에서 격리기간을 잠정적으로 30일로 연장한다"고 12일 밝힌 바 있다. 국제 기준보다 대응수준을 선제적으로 높인 것이다. 북한 보건성은 최근 WHO와 유엔아동기금(UNICEF) 등에 방역 물품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북한의 전파 가능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북한은 자국 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현재 보건성 부상 등이 "북한 내에 감염환자가 없다"고 연일 반복해 발표(2월 2, 6, 15, 17일)하는 가운데, 이동 제한과 해외방문 중지, 외국인 격리 등 강도높은 차단조치를 시행 중이다.
노동신문 21일자에 따르면 코로나19의 발생과 그 위험성이 알려진 때로부터 전국적으로 위생선전활동에 동원된 보건일군 수는 69만여명이며 연 7396만 8천여명의 주민이 청취하였다고 한다. 북한 보도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지만, 연인원이 북한 주민 수의 3배에 이르는 인구이니 주민 1인당 3번꼴로 귀에 못이 박히도록 위생선전을 들었다는 얘기다.
노동신문은 이날도 "다행히도 우리 나라에는 아직 신형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이 들어오지 못하였지만 사소한 빈틈이라도 생긴다면 돌이킬 수 없는 후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자각을 가지고 위생선전활동을 줄기차게 진행하고 있는 보건일군들의 노력은 광범한 군중을 각성 분발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살바도르 WHO 평양사무소장도 "북한은 유전자증폭검사(PCR) 장비도 갖고 있어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면서 "북한 보건성으로부터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지난 2월 9일까지 입국한 7218명의 여행객 가운데 141명이 고열증상을 보여 검사를 실시한 결과 hen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내용을 통보받았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5일 보도한 바 있다.
북한의 '돼지열병' 보도 보면 코로나19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은 의심환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코로나19 청정구역일까? 20일 저녁 서울 중구 NPO지원센터에서 열린 '보건안보 분야의 남북협력 모색방안' 토론회(한반도평화포럼 주최)에서도 코로나19가 화제에 올랐다.
이날 발제를 맡은 신영전 교수(한양의대 보건대학원)는 살바도르 소장 관련 보도를 인용하면서도 중국 등지에서 코로나19 검사 도구가 생산되기 시작한 시점 등을 고려하면 완전히 신뢰하기 어려운 발표라고 선을 그었다. 살바도르 소장이 검증한 정보가 아니고 북한 당국이 제공한 정보를 그대로 전한 것뿐이기 때문이다.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신곤 교수(고려대 안암병원 내과)는 몇 가지 정황 증거를 들어 발병 가능성을 예시했다. 우선 북한이 조중 국경을 봉쇄했다지만 중국의 발병 규모와 북한의 밀무역 등을 감안하면 완벽한 봉쇄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 관영매체의 전례없이 과도한 보도와 유열자에 대한 과도한 격리(30일), 그리고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도 '돌이킬 수 없는 후과'를 강조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발병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 증거라는 것이다.
한국보다 10년 정도 뒤진 북한의 의학 논문 수준이나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능력을 감안할 때, 검사를 통해서만 확진을 하는 코로나19의 특성상 검사장비를 통한 진단 자체가 제대로 안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안보 분야를 취재해온 기자로서 한 가지 정황증거를 더 보태자면, 북한 체제의 경직성으로 인한 관영매체의 허위 보도 가능성이다. 예를 들어 노동신문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검색하면 12건이 검색된다. 그런데 돼지열병의 위험성과 중국과 남한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발생 현황은 보도하면서도 북한에서 돼지열병이 발생했다는 보도는 한 건도 없다.
조선중앙통신도 남조선에서 돼지열병이 급속히 전파되고 확진 건수가 계속 증가한다는 소식은 실시간으로 전하지만, 공화국에서 돼지열병이 발생했다는 소식은 전무하다. 북한은 지난해 5월 말에 돼지열병 발생 사실을 국제기구에 신고했을 뿐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평북 일대는 돼지가 전멸할 만큼 ASF가 확산되었다.
남북한 전문가의 정보공유 없이는 개별관광도 없다
돼지열병 사례를 보면 코로나19 역시 관영매체 보도와 달리 북한에 이미 전파되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렇다면 북한 당국은 코로나19가 확산되어도 발병 사실을 발표하지 않을까? 김신곤 이사장은 그렇더라도 발표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 결정문에서 보건의료에 관한 대목은 딱 한 군데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보건은 우리 제도의 우월성이 인민들의 피부에 직접 닿는 사회주의영상의 주요 징표"라고 하면서 "사회주의 보건이 세상에서 가장 우월하다"고 천명했다는 대목이다.
신 교수는 중국에서 보듯 어느 나라이건 전염병 발생을 숨기고 축소하는 경향이 있지만 북한 체제의 경직성을 감안할 때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보건의료체계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있다면 말이 안된다고 했다.
그는 "북한 당국은 마스크, 소독약과 치료제 생산을 독려하고 있지만 경제 침체와 제재 하에서 충분한 효과와 안전성을 보장하는 약품과 고가의 전문 보호장비를 단기간에 대량 생산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국제협력 없이 진단, 격리, 치료, 보호 등의 합리적인 대응 체계를 작동시키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의 해법은 남북이 서둘러 '원 헬스(one health) 협력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신 교수는 "바이러스는 국경이 없기에 감염병의 공동대응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남북 전문가, 당국자 간 협의 체계를 가동하고 보호장비, 검역장비, 진단장비, 치료약 등 북이 필요한 물자를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국 '존스 홉킨스대 보건안보센터'가 지난해 발표한 '2019 글로벌 보건안보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보건안보 역량은 전체 195개국 중 193위로 가장 취약한 국가로 분류된다. 북한은 중대한 질병의 발생을 예방, 탐지,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한 세계보건안보지수에서 17.5점을 기록해 적도 기니, 소말리아에 이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9위, 중국은 51위였다.
한국은 감염병에 관한 한 가장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의료 선진국이다. 신 교수는 특히 정부가 중국 정부와 협력해 북한의 관문인 신의주의 검역시설을 지원할 것과 중국보다 안전한 개성에서 전문가 회의를 가질 것을 제안했다. 그렇게 공동방역으로 경험과 신뢰가 쌓이면 동서독처럼 긴급재난협정과 보건의료협정 체결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감염병에 관한 협력을 거부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가진 정부는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고 단언했다. 유엔 제재국면 속에서 북한은 관광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삼지연지구와 양덕온천문화휴양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야심차게 건설했거나 건설 중이다.
하지만 신의주 방역이 실패하면 삼지연도 양덕온천도 모래성에 불과하다. 김정은이 진정으로 인민의 건강을 걱정한다면 개성을 열어 남측 전문가들과 코로나19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남북한 전문가들의 정보공유 없이는 개별관광도 없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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