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당의 단매] 공소장 부정이 문재인 정부의 '뉴 노멀'인가?
김당
dangk@kpinews.kr | 2020-02-11 17:28:47
가공된 범죄첩보가 하명수사 단초…고발인과 경찰 짜고 친 무고(誣告)수사의 전형
공소장의 '핵심 3인방'은 송철호 시장(80회) 백원우 전 비서관(41회) 황운하 전 청장(5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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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시절의 일이다. 청와대 모 수석실 행정관이 17대 총선을 앞두고 사표를 냈다. 총선에 출마한 여당후보를 돕기 위해서였다. 해당 수석은 휴직으로 처리하고 사표를 서랍 속에 넣어두었다. 그 행정관은 선거가 끝난 뒤에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청와대로 복귀했다.
당시 나는 청와대 출입기자였다. 그 일을 기사로 쓰지 않았다. 서로 아는 사이인 그 행정관에게 내색한 적도 없고, 다른 사람에게 얘기한 적도 없다. 청와대의 조직적 선거지원이 아니고 하급자 개인의 일탈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 행정관은 현재 기초단체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개발의 컨셉을 잘 살려서 지방선거에 활용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보도했다. 청와대가 다양한 균형발전 정책을 개발해 여당과 공유하고, 여당은 그 정책을 지방선거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대통령 지시말씀이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등에서 자신이 한 발언을 국정상황실에서 녹취요약해 정리한 '대통령 지시말씀' 문건을 행정관들로 열람하도록 했다. 그걸 입수해 보도한 것이다.
청와대 문건은 일단 공개되면 보안이 뚫렸다는 것 때문에 사단이 난다. 야당에게는 호재다. 문건을 보면 '관권선거' 냄새가 난다"는 야당과 기자들의 지적에 "대통령 말씀을 요약하다 보니까 (와전되어) 오해할 소지는 있었다고 본다"면서 "민정에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때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이다.
검사는 공소장으로 말한다…형사피고인 100명 중 98~99명이 유죄
청와대 하명수사 및 울산 부정선거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이 공개되었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국회의 공소장 제출 요청을 거부한 가운데 동아일보가 입수해 7일 전문을 공개했다. 공소장 전문을 보면, 왜 추미애 장관이 그토록 공소장 공개를 막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흔히 검사는 공소장으로 말하고,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고 한다. 공소장은 형사소송에서 원고인 검찰측 주장이다. 피고의 진술과 변호인의 변론을 들어봐야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다. 공소장은 재판에서 판사에게 유죄로 인용될 때 가치가 있다. 검사는 공소장 작성에 혼신의 힘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검사는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위해 국가를 대신해 범죄를 소추한다. 공소장을 토대로 재판에서 유죄를 이끌어내야 유능한 검사이고 반대로 무죄율이 높으면 조직에서 무능한 검사로 낙인 찍힌다. 변호사의 승률(방어율) 따지듯, 검사는 공격 성공률(유죄율)을 따져 인사고과에 반영된다.
'무죄'는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 선고하는 판결이다. 2000년부터 전산화한 검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무죄율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이다.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법원이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한 탓으로 풀이된다. 1심 무죄율은 2000년 0.08%에서 2010년 0.49%를 거쳐 2018년 0.79%로 높아졌다. 2심 무죄율은 2000년 1.0%에서 2010년 1.72%로 높아졌다가 2018년 현재 1.69%로 큰 변화는 없다.
참고로 일본의 1심 무죄율은 0.01%(2015년 기준)이다. 연간 형사사건 피고인 1만 명 가운데 단 1명만이 무죄를 선고받는다는 얘기다. 카를로스 곤 전 일본 르노·닛산 회장이 민간군사기업까지 동원한 '희대의 탈주극'을 벌여 일본을 탈출한 것도 유죄를 선고받을 확률이 99.9%에 이르기 때문이다.
세계 최저인 일본보다는 무죄율이 높지만 한국도 형사사건 피고인 100명 가운데 1~2명만이 무죄를 선고받는다. 검찰이 기소한 '10 중 8~9'가 아니고 '100 중 98~99'가 유죄를 선고받는다. 헌법 상의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공소장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공소장 9430 단어 분석해보니… 송철호(80) 송병기(78) 비서관(77) 경찰청(59) 순
검찰이 청와대 하명수사 및 울산 부정선거 의혹 사건과 관련 13명(청와대 6, 울산지방경찰청 1, 울산시 6)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하면서 법원에 제출한 문제의 공소장은 9430 단어(A4 용지 70쪽 분량)로 돼 있다.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 혐의를 보면 법정에서 가려져야 할 쟁점은 크게 청와대의 하명 수사, 청와대의 공약개발 개입, 그리고 공천 개입(후보 매수∙회유) 의혹의 세 갈래이다.
일단 9430 단어를 데이터 분석 웹사이트 '젤리랩'에서 형태소별로 분류해 빈도수로 정렬한 뒤에 동사와 무의미한 단어들을 배제하고 빈도수가 높은 50개 단어를 추려 '워드 클라우드'로 이미지화 하면 다음과 같다.
'울산 시장 선거'를 둘러싼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사건이기에 공소장에 울산(281) 시장(173) 수사(165) 김기현(134) 울산시장(126) 등의 순으로 빈도수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그다음으로 빈도수가 높은 주목할 단어는 송철호(80)와 송병기(78), 비서관(77)과 경찰청(59)이다.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의 핵심 피고인들과 그 직책(직장)들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송철호 현 시장과 송병기 부시장은 2018년 8월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 관련 비리를 '토착비리'로 규정하고 '적폐청산'을 강조하는 네거티브 전략을 수립했다. 이어 송철호와 송병기는 청와대 비서관∙행정관들과 접촉해 김기현 비리첩보를 전달해 울산지방경찰청에 하명∙표적수사를 지시토록 했다. 또한 청와대를 통해 김기현 시장의 공약은 타당성이 없는 것처럼 발표해 무산되게 하고 송 후보 공약은 타당성이 있는 것처럼 부각시키도록 했다.
검찰은 송철호 후보와 그의 정책팀장이었던 송병기가 울산 남구 공업탑 하트랜드오피스텔 3층에 있는 송병기의 개인사무실에서 매주 2회 '공업탑 기획위원회'를 갖고 이런 선거전략을 수립했다고 적시했다. 사설 선거캠프에 해당하는 '공업탑 기획위원회'는 공소장에 6회 등장한다.
선관위에 신고한 합법·정상적인 선거 캠프라면, 이처럼 권력을 등에 업은 네거티브 선거공작의 냄새가 나는 위장명칭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 이곳에서 송철호 후보와 대통령의 친분을 활용해 당(黨)·청(靑)과 정기 협의채널을 확보하기 위한 은밀한 작업을 진행했다는 것이 검찰이 파악한 범행동기다.
'공소 외' 표현 쓰지 않고 '대통령' 35회 언급한 까닭
빈도수가 높은 단어만 분석해도 공소장에는 '청와대의 조직적 선거 개입'이라는 검찰의 시각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공소장에 '대통령'이 35회나 언급된 것이 눈에 띈다. 대통령의 이름(문재인)을 적시하진 않았지만 '현직 대통령'이라고 콕 집어 적시한 곳도 두 곳이다. 통상 공소장에서 어떤 인물을 사건 흐름상 언급할 수밖에 없지만 수사 대상이 아닐 경우, '공소 외'라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검찰은 대통령 앞에 '공소 외'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검찰은 공소장 도입부에 '선거에 있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에 대해 설명하면서 "특히 대통령이나 대통령의 업무를 보좌하는 공무원에게는 다른 공무원보다도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더욱 특별히 요구된다"고 적시했다.
또한 '송철호 선거캠프의 선거운동 전략 수립'에 대해 설명하면서 "(피고인 송철호는) 현직 김기현 울산시장의 정치적 기반과 지지도가 탄탄하여, 현직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활용하거나 지역 내 적폐청산 등 새로운 선거전략 수립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면서 "제7회 지방선거의 울산시장 후보로 출마함에 있어 현직 대통령과 30년 지기이자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인권변호사 3인방 중 한 사람"이라고 대통령과 송철호가 '특수관계'임을 적시했다.
공소장에는 대통령 외에도 대통령을 보좌하는 핵심 참모인 비서실장과 정무∙민정수석을 포함한 청와대(33회)의 8개 비서관실이 등장한다. 대통령비서실장(3회) 임종석(3회)은 빈도수는 많지 않다(단순 형태소 분석으로는 '비서실장'이 52회 나오지만 그 대부분은 박기성 울산시장 비서실장을 지칭한다). 하지만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한 차례 소환조사를 받았을 뿐, 수사가 종결된 것은 아니다. 총선 뒤에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재개되면 그에 대한 인용 빈도수는 커질 가능성이 크다.
비서실장 직속인 '국정기획상황실'도 공소장에 15회 등장한다. 대부분 울산경찰청으로부터 하명수사 진행경과를 보고받은 채널로 등장한다. 문 대통령의 복심인 '윤건영' 전 국정기획상황실장의 이름은 공소장에 안 나온다. 하지만 국정기획상황실에 올라오는 기관의 상황보고는 '출처'를 모두 기록하게 돼 있다. 검찰이 공소장에 상황보고를 받은 '채널'을 특정하지 않은 것은 청와대 압수수색 당시 협조를 받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핵심 3인방은 송철호 시장(80회) 백원우 전 비서관(41회) 황운하 전 청장(51회)
[표] 청와대 하명수사 및 울산 부정선거 의혹 사건 피고인(피의자)과 공소장 등장 횟수
당시 직책(횟수)
이름(횟수)
누적횟수
주요 혐의
기소 여부
대통령(35)
문재인(0)
35
대통령비서실장(3)
임종석(3)
6
공직선거법 위반(송철호 후보 공약개발지원 및 임동호 자리 제안)
수사중
국정기획상황실(15)
15
울산지방경찰청의 '하명수사' 보고받음
불기소
민정수석(11)
조국(2)
13
'하명수사' 보고받음
별건 기소
민정비서관(26)
백원우(15)
41
공직선거법 위반(하명수사 지시)
기소
소속 선임행정관
이광철(1)
공직선거법 위반(하명수사 보고)
수사중
소속 행정관
문해주(16)
16
공직선거법 위반(하명수사 보고)
기소
반부패비서관(33)
박형철(7)
40
공직선거법 위반(하명수사 지시)
기소
정무수석(2)
정무비서관(2)
한병도(11)
15
공직선거법 위반(송철호 후보 경쟁자인 임병호 회유)
기소
인사비서관실 선임행정관(1)
1
한병도의 지시로 송철호 후보 경쟁자인 임동호에게 원하는 자리 확인
불기소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2)
장환석(14)
16
공직선거법 위반(송철호 후보 공약개발지원)
기소
사회정책비서관(1)
이진석(0)
1
공직선거법 위반(장환석 소개로 송철호 후보 공약개발 지원
불기소
민주당 당대표실 부국장(1)
정몽주(11)
12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송철호 후보 공약 개발 참여후 특보로 특혜채용)
기소
울산지방경찰청장(5)
황운하(46)
51
공직선거법 위반(청와대 하명수사 실행∙보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경찰관 부당 인사발령으로 범죄수사 권리행사 방해)
기소
울산시장 후보
송철호(80)
80
공직선거법 위반(하명수사 청탁 및 후보 매수 청탁),
기소
송철호 캠프 팀장
송병기(78)
78
공직선거법 위반(하명수사 청탁), 위계공무집행방해(정몽주 특혜채용)
기소
울산시청 공무원들
김OO, 김OO, 최OO, 홍OO
공직선거법 위반(송병기의 요청으로 송철호 후보 공약개발 참여)
기소
공소장에 드러난 청와대 하명수사 및 울산 부정선거 의혹 사건의 핵심 3인방은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송철호(80회) 후보와 백원우 민정비서관(41회), 그리고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51회)이다. 공소장에 등장하는 빈도수도 가장 많다.
우선 검찰은 송철호 후보가 황운하 청장을 만나 김기현 시장 측 비리수사를 "직접" 청탁했다고 판단했다. 공소장에는 두 사람이 만나기 전에 송철호가 '공업탑 기획위'의 C(민주당 울산시장 정책위원장)에게 '황운하가 인사를 온다는데, 만나볼까'라고 물었고, C는 '만나 보소, 송병기가 모아놓은 김기현 비위 자료를 줘보이소'라고 권했다고 구체적으로 묘사돼 있다.
또한 검찰은 "송철호는 2017년 9월 20일 저녁 울산 남구 번영로에 있는 ○○식당에서 황운하를 만나 '김기현 관련 수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여 달라'는 취지의 대화를 나누면서 김기현 시장에 대한 집중적인 수사를 청탁했다"고 시간과 장소를 구체적으로 특정했다.
이어 송철호와 송병기는 대통령과의 친분을 배경으로 청와대에 김기현 울산시장에 대한 표적수사를 청탁하기 위해 송병기가 평소 알고 지내던 민정비서관실 소속 파견 공무원 문해주(검찰수사관)에게 김기현 시장과 관련된 비위 정보를 제공했다. 민정수석과 민정비서관은 경찰공무원에 대한 인사, 경찰 업무에 대한 지시·조정, 국가사법 관련 정책 조정 등 권한을 가지고 있다.
공소장에 '민정수석'은 11회 나온다. '조국 수석'(2회)까지 합치면 13회 등장하지만 주로 하명수사를 보고받은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공소장을 보면 조국 수석도 청와대의 하명수사에 대해 인지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공소장에 '각주' 형식으로 기재한 다음과 같은 대목이다.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은) 특히 지방선거 이후 5개월 동안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않다가 2018년 12월 3일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사건의 수사 상황을 확인해달라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요청에 따라 '前울산시장 관련사건 4건 종결 보고'라는 제목으로 '김기현 등에 대한 내사 12건을 종결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국정기획상황실, 민정비서관실, 반부패비서관실에 보고하였다."
검찰이 파악한 하명수사 범죄 구도는 '송철호·송병기→백원우·박형철→황운하'
정치인 출신 민정비서관 백원우(41회)는 반부패비서관 박형철(40회)과 함께 공소장에서 가장 빈도수가 높은 비서관이다. 청와대 행정관 중에서는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문해주(16회)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장환석(16회)이 '동률'로 등장한다.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송병기와 친분이 있는 문해주는 하명수사 의혹 사건의 연결고리이고, 장환석은 산재모(母)병원 같은 공약개발 지원의 연결고리이다.
경찰 인사 권한을 가진 백원우 비서관은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에게 하명수사를 지시해 진행상황을 보고받고, 검사 출신 박형철 비서관은 울산 경찰의 하명수사 영장청구가 검찰에서 반려되지 않도록 사전 조율했다는 것이 검찰이 파악한 '범죄의 구도'이다.
울산경찰청장 황운하는 박근혜 정부 시절 경무관 계급정년에 걸쳐 한직인 경찰대학 교수부장(2015. 1~2017. 7)으로 퇴직할 뻔했으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치안감으로 승진해 울산청장(2017. 7~2018. 12)으로 부임했다. 그는 지방청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울산청에 '토착비리' 척결을 구실로 김기현 울산시장과 측근 비리를 겨냥한 표적수사를 지시했다. 하지만 표적수사 지시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그러자 황 청장은 정기인사 시기가 아님에도 감찰이나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2017년 10월 24일 승진을 앞둔 윤OO 지능범죄수사대장을 수사2계장으로, 서OO 경위를 울산남부경찰서로, 장OO 경사를 울산중부경찰서로 전보하는 좌천성 인사발령을 함으로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을 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황운하는 이어 새로 구성된 수사팀에 '김○○ 고소고발 사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지시와 함께, '일주일 단위로 김기현 시장 관련 사건을 진행상황을 보고하라'고 지시해 김기현 측근비리 사건을 집중 관리했다. 또한 울산청 심OO 수사과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전부터 고발인과 유착하여 부적절한 친분을 유지해온 성OO 경위를 지능범죄수사대에 배치시켜 고발인 관련 사건을 수사하도록 했다.
그런데 2018년 3월 성 경위가 고발인 김○○와 유착되어 사건관계인을 협박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어 성 경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었다. 이에 수사과장과 지능범죄수사대장으로부터 성 경위의 직위해제를 건의 받았음에도 황 청장은 이를 무시한 채 성 경위를 6월 13일 지방선거까지 지능범죄수사대에 잔류케 해 김기현 시장 관련 수사에 관여하도록 했다
가공된 범죄첩보로 고발인과 경찰이 짜고 친 무고(誣告) 수사의 전형
'송철호-송병기→백원우 비서관→황운하 청장'의 표적수사 청탁과 청와대 하명수사의 순환고리에서 핵심 인물이 문해주 행정관이다. 검찰 수사관 출신인 문해주는 송병기로부터 받은 김기현 비리 진정서에서 △'골프 치고'를 '골프접대 및 금품 수수하고'로 임의 변경하고 △'건설사에 압력' 등 부풀린 의혹을 추가하고 △'진정 사건' 소제목은 '유착 의혹'으로 고친 '범죄첩보서'를 작성해 이광철 선임행정관을 거쳐 백원우 비서관에게 보고했다.
청와대 하명수사의 단초가 된 범죄첩보서가 처음부터 가공·조작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하명수사의혹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브리핑에서 "문 행정관이 제보를 받은 뒤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맞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 추가한 비위 사실은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공소장에 "문해주는 송병기로부터 받은 진정서 비위정보를 가공하여 진정서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새로운 범죄첩보서를 직접 생산했다"고 적시했다.
청와대는 이처럼 가공·조작된 '지방자치단체장(울산광역시장 김기현) 비리 의혹' 범죄첩보서를 1월 초순경 울산경찰청에 하달했다. 울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팀은 황운하의 지시에 따라 이 가공된 범죄첩보서를 토대로 수사를 계속해 이 범죄첩보서의 최초 제보자이자 김기현 시장 경쟁후보 캠프의 정책실장인 송병기를 만나 김 시장 비서실장 비리 의혹에 대한 '내사보고'를 작성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영장을 신청해 2018년 3월 울산시처 비서실 등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즉 문해주는 송병기가 보낸 진정서를 '범죄첩보서'로 가공해 백원우 비서관에게 보고했고, 백 비서관은 이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을 통해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거쳐 울산경찰청에 하달하고, 울산경찰청은 가공된 범죄첩보서를 근거로 김기현 비리 제보자인 송병기를 조사해 관련 진술을 확인한 뒤에 이를 근거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이다. 특정인을 겨냥해 고소고발인과 경찰이 짜고 친 무고(誣告) 수사의 전형이다.
지역 언론들은 "경찰이 건설업체 선정과정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울산시장 비서실을 압수수색했다"면서 "김기현 시장의 연루 여부도 수사할 것"이라고 연일 보도했다. 송철호 후보측은 이를 네거티브 선거운동에 적극 활용해 "23년의 독점권력이 오늘의 김기현 시장 측근과 친인척 비리로 이어졌다. 울산의 적폐를 반드시 해결하고, 울산을 다시 살리겠다"는 선거운동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
그 결과 2018년 2월 3일(한국갤럽 여론조사) '김기현 40% vs 송철호 19.3%'이던 후보 지지율이 경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 이후인 4월 17일(리얼미터 여론조사)에는 '김기현 29.1% vs 송철호 41.6%'로 역전되었고, 결국 6월 13일 선거에서 김기현 시장이 낙선하고 송철호 후보가 당선되었다.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국정기획상황실, 정무수석실 등 8개 비서관실이 '대통령 친구'를 당선시키기 위해, 지방경찰청장에게 하명수사를 지시해 상대후보를 비리혐의자로 몰아간 공직선거법 위반 및 직권남용죄로 송철호 울산시장과 백원우·박형철 전 비서관, 그리고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등 13명을 기소했다. 이런 경우는 전례가 없다.
이승만 시절의 3.15 부정선거와 노태우 정부 시절의 '초원 복국집' 관권선거를 떠올리게 하는 관권선거이다. 청와대 참모들이 이렇게 조직적 관권선거 혐의로 무더기로 기소된 것은 이른바 문민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청와대가 특정후보의 공약을 지원하는 포지티브 공작도 불법이지만, 상대후보를 떨어뜨리려는 하명수사는 비열한 네거티브 공작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기소된 중차대한 관권선거 의혹 사건에 대해 입을 닫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기소되거나 피의자로 조사받은 청와대 참모들도 사과하거나 사퇴하기는커녕 검찰 수사를 '정치개입'이라고 반박한다. 이것이 '촛불'로 탄생했다는 문재인 정부의 '뉴 노멀(New Normal)'인가?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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