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이라 바쁘고 정치도 잘 모르지만 투표는 할 거 같아요"

김형환

hwani@kpinews.kr | 2020-01-21 14:58:18

청년유권자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진짜 국민 대접 받는 기분이에요"
첫 투표권 행사에 기대 반, 우려 반
선택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비쳐
"후보들 감언이설에 휘둘릴까 걱정"
"청년들 함부로 못대할 것" 기대감도

"대한민국의 진짜 국민으로, 성인으로 인정받는 기분이에요."

4.15 총선(이하 총선)에서 첫 투표를 하게 된 정미현(20) 씨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UPI뉴스›는 정 씨처럼 이번 총선에서 첫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 50여 명의 청년들을 직접 만나거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추운 날씨에 각자 학원으로, 학교로 발길을 재촉하는 청년들과 잠깐의 인터뷰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정치에 관심 없어요"라는 말도 수차례 들어야 했지만 정 씨와 같이 기대감을 드러내는 청년들이 더 많았다. 첫 투표권을 행사할 또래 친구들을 우려하기도 했고, 기대하기도 했다.

▲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하향되면서, 청년층의 표심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질 전망이다. 사진은 20일 오후 경기 부천시 인근 학원가의 모습 [정병혁 기자]

투표, 할까 말까


"그동안 엄마 아빠가 투표하러 가시는 거 따라다니며 구경만 했는데 이젠 실제로 투표를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정모(18) 양은 처음으로 투표하게 된 소감을 묻자 밝게 웃으며 말한다.

인터뷰에 응한 상당수는 투표에 '적극 참여하겠다'기보다 '아마 투표는 할 것 같다'고 다소 미온적인 태도가 많았다. 아직도 투표한다는 사실이 긴가민가한 표정이다.

김모(17)군은 "아마 그때 시간이 있으면 할 것"이라고 말했고, 노모(18) 군은 "투표를 해야 할 것 같기는 하다"고 말했다. 첫 유권자들의 투표열기가 어떻게 형성될지 예단키 어렵다.

적극 참여층도 있었다. 안모(18) 양은 "처음으로 선거에 참여하게 된 만큼 올해는 작년보다 뉴스도 많이 보고 더 많이 공부하겠다"고 했다. 홍모(19) 양은 "전공이 사회과학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치를 접하게 됐다.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이 생겨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표에 크게 흥미는 없지만 소극적 참여형도 있었다. 정미현(20) 씨는 "정치에 크게 관심은 없지만, 처음 얻은 권리니까 누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모(17) 군은 "인터뷰 전까지 내가 투표권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그래도 투표는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불신도 더러 있었다. 최승우(19) 군은 "대학 입시를 준비하느라 정치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아는 게 없으니 투표도 안 하겠다"고 했다.

뭘 보고 후보를 선택하지?

김자현(19) 군은 "공약이 무조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 다음 소속 정당의 경우는, 그 당이 가진 특징이나 성향이 후보자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했어요. 경력이랑 이력은 후보자의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이고 신뢰의 기반이 되죠."라고 말했다.

윤모(18) 군은 "해당 지역구의 미래가 달린 것이 공약"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우진(17) 군은 "이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면 나에게 어떤 점이 유리할지는 공약을 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정당을 고려하겠다는 응답도 많았다. 홍모(19) 양은 "소속 정당을 먼저 본 뒤, 후보에게 큰 결점이 없다면 그대로 투표하겠다"고 했다. 윤모(18) 군은 "정치인들이 자기 주관대로 행동하기보다는 당론을 따라가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소속 정당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홍모(19) 양은 "어떤 정당이 청년을 위한 공약을 잘 마련하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력·이력도 후보 선정에 중요한 기준이었다. 손모(18) 양은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안모(18) 양은 "우리나라는 어딜 가나 '짬(밥)' 같은 것이 중요시된다. 경력 부족한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박모(20) 군은 "청소년이나 청년 관련 정책이 많은 사람을 뽑겠다"고 이야기했다. 정모(20) 양은 "전과 전력을 살펴보고, 재선 이상에 도전하는 후보의 경우 어떤 법안을 발의했는지도 살펴보겠다"고 했다.

선거연령 낮아지니 좋아? 별로?

"선거연령을 낮춘 게 좋은 것 같아요. 우리나라만 선거연령이 높았던 걸로 알고 있어요. 그렇긴 한데 제가 고등학교 시절에 어땠는지 생각해보면 교육이 더 필요할 것 같아요." 홍모(19) 양은 선거연령 하향에 찬성하면서도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비슷한 의견도 많았다.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춘 것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이 절반을 넘었지만 반대나 잘 모르겠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민호(17) 군은 "선거권을 얻게 된 것이 내적으로 성숙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좋게 평가했다. 선거연령 하향 촉구시위에 참여했다는 정모(18) 양은 "19살이나 18살이나 생각하는 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목표했던 것이 이뤄져서 기분이 엄청 좋다"고 들뜬 표정을 보였다.

선거연령 하향이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었다. 김모(19) 양은 "정치인들이 청소년 눈치를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윤모(18) 군은 "다른 건 몰라도 특히 교육정책은 고등학생 의견이 많이 반영되야 하는데, 선거연령을 낮춘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자신은 연령 인하에 대해 중립에 가깝다는 안모(18) 양은 "어릴수록 부모님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아 고3 아이를 둔 부모에게 투표권을 하나 더 주는 효과가 날 것"이라고 걱정하는 견해를 내비쳤다. 선거연령 인하에 반대한 김모(20) 씨는 "어린 친구들은 정치인들의 입에 발린 소리에 쉽게 넘어갈 수 있다. 고등학생 귀에 솔깃한 공약만 내면 찍어줄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했다.

투표권 생기니 책임감도 느껴

첫 선거권 행사를 앞두고 자부심도 읽힌다. 이민호(17) 군은 "내가 지켜야 하는 법을 만드는 사람을 뽑는 것이 선거다. 내가 신뢰하고 믿을 만한 사람을 직접 선택할 기회가 생겼으니, 나중에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남을 탓하지 않고 스스로를 탓하며 더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청년들도 있었다. 김자현(19) 군은 "내가 뽑아준 사람이 내가 기대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행동할까봐 걱정이 된다"며 당선자가 시민의 기대에 부응해줄 것을 당부했다.

청년들이 미숙하다는 시각을 버려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윤모(18) 군은 "어리다고 무조건 정치와 세상을 모르는 게 아니다. 나이만 들었지 사고가 경직된 사람도 많다"고 했다. 손모(18) 양 역시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라 얼마나 알고자 하느냐는 자세"라며 책임있는 유권자로서의 자신감을 피력했다.

KPI뉴스 / 김형환·양동훈 인턴 기자 hwan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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