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당의 단매] 조국과 심약한 대통령의 '마음의 빚'

김당

dangk@kpinews.kr | 2020-01-15 14:49:18

수사·재판중 조국 전 민정수석 언급은 '수사 방해' 및 '사법 개입'
신년회견서 "마음이 약해서" 반복…심약(心弱)은 대통령의 미덕 아냐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밝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임기 반환점을 돈 4년차 대통령의 여유와 자신감이 느껴졌다. 집권 후반기를 맞이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확실한 변화'를 슬로건으로 내건 만큼, 대통령의 여유와 자신감은 "임기 내에 부동산만큼은 확실히 잡겠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도 효과적이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을 보며 밝게 웃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유독 조국 전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이번에도 '한없이 약한 모습'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장관 사태에 관한 소회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공수처법과 검찰개혁 조정법안의 통과에 이르기까지 조국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서, 법무부장관으로서 했던 기여는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 그분의 유무죄는 수사나 재판 과정을 통해 밝혀질 일이지만, 그 결과와 무관하게 이미 조국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 그것만으로도 저는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

 

때마침 신임 추미애 법무장관이 조국 전 민정수석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수사중인 윤석열 검찰총장의 손발을 잘라낸 검찰 인사를 단행해 '오이 밭에서 갓끈을 고쳐 맸다'는 의혹을 품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검찰 수사팀을 교체해 청와대를 향한 수사를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는 지적에 문 대통령은 "수사권은 검찰에 있지만 인사권은 장관과 대통령에게 있다"면서 "검찰의 수사권이 존중되어야 하듯이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모든 고위 공직자에 대한 최종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으므로 대통령의 인사권은 원론적으로 지당한 말씀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최종 인사권은 국민이 그 권한을 대통령에게 위임한 것이다.

 

헌법에 3권분립이 제도화되어 있지만, 유신 시절에는 대통령이 법관 임명장도 줬다. 유신 시절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에 임용된 노무현은 나중에 박정희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은 것이 부끄러웠다고 책에 썼다.

 

실제로 당시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대법원장인 법관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고, 대법원장이 아닌 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에 의하여 대통령이 임명했다(제37조). 판사의 보직은 대법원장의 제청에 의하여 대통령이 행했다(제38조). 판사 인사까지 대통령이 한 것이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은 중앙부처 5급 이상 사무관의 임명권을 갖는다. 하지만 대통령이 그 많은 공직자에 대한 임명을 직접 하진 않는다. 아니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그 많은 공직자의 능력을 대통령이 다 파악할 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부처 장관들에게 위임해서 간접으로 인사권을 행사한다.

 

준사법기관인 검사의 최종 임명권도 대통령에게 있다. 현행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제34조)고 돼 있다.

 

검찰에 대해 일반 공직자와는 달리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는' 인사 프로세스를 정하고 있는 것은 수사 및 기소권을 갖는 준사법기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찰도 행안부장관의 지휘·감독을 받지만 경찰 인사는 경찰청장이 해왔다.

 

검찰청법에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지만,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제8조)고 규정한 것도 대통령(법무장관)이 자신에 불리한 검찰의 수사·기소에 개입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제동 장치이다.

 

그러므로 신임 법무장관이 청와대를 상대로 수사중인 사건의 검찰 지휘부를 전보·교체한 것은 사실상 대통령이 자신에 불리한 검찰의 수사·기소에 개입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제동 장치를 해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대통령의 선거 중립 위반은 대통령을 탄핵소추 할 수도 있는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

 

알다시피 송철호 울산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40년 절친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조국 전 민정수석은 송철호 시장의 후원회장을 지냈다. 3인이 이처럼 사적 인연과 공적 관계로 얽혀 있는 만큼 대통령의 '묵인' 또는 대통령과 참모의 '이심전심'으로 청와대가 송철호 시장의 선거를 지원했다는 것이 '합리적 의심'이다.

▲ 지난 2일 오전 울산시청 본관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0 울산시 시무식에서 송철호 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첩보를 청와대 민정실에 최초로 제보한 인물이자 송철호 시장의 측근인 송병기 경제부시장의 업무수첩에는 그가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청와대 관계자와 만난 일자와 정황, 공약 수립 계획 등 '합리적 의심'을 뒷받침하는 기록들로 채워져 있다.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송병기 부시장의 업무수첩은 이른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스모킹건' 역할을 하게 된 안종범 경제수석의 업무수첩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사항을 꼼꼼히 적은 김영한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대통령의 '조국 수호' 및 검찰 인사권 언급은 현재 진행중인 검찰 수사는 물론, 향후의 재판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치 파괴'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검찰 인사 이후 수사 대상자의 상당수가 검찰 수사팀 교체를 구실로 검찰 소환에 불응하거나 소환을 연기해 이미 수사에 차질을 빚는 실정이다.

 

▲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조국 전 장관 [UPI뉴스 자료사진]


대통령은 신년회견에서 송철호 시장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변을 회피하면서도, 조국 전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콕 집어 '마음의 빚을 졌다'고 감성에 호소하는 표현을 썼다.

 

그래서인지 대통령이 '마음의 빚을 진' 조국 전 장관의 부산 출마설이 나온다. 문재인 지지층에서는 이미 '조국백서'를 만든다고 공개 모금까지 하는 실정이다. 송병기 부시장은 공교롭게도 신년회견일에 직권면직의 형식으로 사임했다. 울산 현지에서는 총선 출마를 위한 사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를 지목하면서 "제가 마음이 약해서"라는 표현을 두번이나 썼다. 마음이 약해서는 한자어로 심약(心弱)이다. 심약은 대통령의 미덕이 아니다. 심약자는 대통령을 해선 안된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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