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in 서울→out 서울…아, 고달파라 '서울이민' 살이

김형환

hwani@kpinews.kr | 2020-01-13 17:08:52

지방출신 청년들 집값 비싸 수도권 이사
출퇴근 전쟁으로 '워라밸'은 꿈도 못 꿔
출퇴근 여유있는 서울 출신들과 대조적
장거리 통근족 위한 증차 등 대책 필요
▲ 출근시간대 경기 구리 95번 버스의 모습. 60명이 넘는 사람이 탑승해 만원 버스를 이뤘다. [김형환 기자]


지옥 같은 아침 vs 천국 같은 아침

김지후(28·가명) 씨의 하루는 한숨과 함께 시작한다. 매일 경기 일산 탄현에서 서울 강남구 삼성동까지 출근하는 김 씨의 아침은 바쁘다.

아침에 눈을 뜨니 오전 6시 30분, 출근까지 2시간 30분 남았다. 조금이라도 늑장을 부리면 회사에 지각하게 된다. 아침 식사는 생각도 할 수 없다.

서둘러 나갈 준비를 마치고 출발하면 7시가 조금 넘은 시간. 겨우 만원 마을버스에 몸을 싣는다. 버스에 탄다는 표현보다는 버스에 끼여 움직인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경의중앙선으로 환승해 다시 만원 지하철과 싸운다. 5분 전에 회사에 겨우 들어온 김 씨. 이미 녹초다.

이혜진(27·가명) 씨의 하루는 오전 7시에 시작한다. 출근까지 2시간이나 남았다. 매일 서울 성수동에서 서울역 인근으로 출근하는 이 씨의 아침은 여유롭다. 부모와 함께 아침식사를 마친 후 나갈 채비를 시작한다. 오전 8시 10분, 집 앞의 서울숲역으로 향한다. 회사까지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30분. 여유롭게 도착한 이씨는 커피를 한 잔 사들고 사무실로 들어선다.

김 씨와 이 씨는 서울 소재 H대학 동문이다. 대학생 시절 부모와 함께 살았던 이 씨는 지방에서 올라와 학교 근처에서 자취생활을 하는 김 씨의 짧은 통학 거리와 자유로운 삶이 부러웠다.

하지만 김 씨가 대학 졸업 후 경기도로 이사하며 생활은 완전히 달라졌다. 왜 김 씨는 경기도로 '탈서울'을 했을까?

"매월 50만 원 정도 빠져나가는 월세가 너무 아깝더라고요. 돈을 모으려면 결국 전세에 살아야 하는데 제가 가진 돈으로 전세를 얻으려면 결국 서울 밖으로 이사 할 수밖에 없었어요."

김 씨는 집값 때문에 경기도로 집을 옮기게 되었다. 그와 비슷한 처지의 청년들은 숱하게 많다. 경기 고양에 사는 이명환(31·가명) 씨는 5년째 서울 영등포구로 출퇴근 중이다. 이 씨는 "좀 괜찮은 집에 살기 위해서 고양시로 이사했다"고 말한다.

경인지방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청년층 6만6000여 명이 서울에서 경기도로 거주지를 옮겼다. 경기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이들이 거주지를 옮긴 가장 큰 이유는 '주거 안정성' 때문이었다. 부동산 서비스 직방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도 오피스텔의 평균 매매가는 서울이 7000만 원가량 높았다. '인 서울(in-Seoul)'한 청년들은 저렴한 집을 얻기 위해 스스로 '아웃 서울(out-Seoul)'하고 있는 것이다.

▲ 지후(28·가명) 씨의 삶과 이혜진(27·가명) 씨의 삶을 그래픽화해 비교해 놓은 자료. [김형환 기자]


저녁이 없는 삶 vs 저녁이 있는 삶

김 씨는 저녁은 무료했다. 오후 6시 퇴근 후 삼성역에서 출발해 일산 탄현 집에 도착하면 오후 8시, 그제야 늦은 저녁을 먹는다. 김 씨에게 운동, 연애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만원 버스, 만원 지하철에 녹초가 된 김 씨는 취미생활이나 자기계발은 꿈도 꿀 수가 없다. 가끔 친구라도 한번 만나려면 큰 결심이 필요하다. 맥주 한 캔과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친 이 씨는 좋아하는 유튜브를 보다 12시쯤 하루를 마무리한다.

반면 서울에 사는 이 씨의 저녁 시간은 넉넉했다. 오후 6시 퇴근 이후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친 후 헬스장으로 향했다. 이 씨는 자기관리를 위해 여가시간을 활용했다. 가끔 남자친구와 데이트하기도 한다. 매주 화, 목요일은 자기계발을 위해 영어수업을 수강하고 있다. 최근 회사 인사고과에 영어성적이 반영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경기도로 이사한 지 1년 만에 다시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 '집값'으로 서울에서 쫓겨난 그는 '삶'을 위해 서울로 들어오고자 한다.

"퇴근하면 녹초가 돼서 쉬어야 하기 때문에 다른 데 시간을 낼 엄두를 못 내요. 결혼은커녕 연애도 불가능하죠. 빨리 돈 벌어서 서울 회사 가까운 데로 이사하고 싶어요."

▲ 청년 매입임대주택 조감도 [국토부 제공]


무너진 워라밸, '아웃 서울'한 청년들을 위한 대책은?

"아침 버스는 정말 지옥이에요. 시에서 출근 시간 버스를 증차해주든지 대책이 필요해요."

김 씨는 신도시 교통의 불편함에 불만을 토로했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통근하는 도민들의 불만은 컸다. 경기 수원에서 종로로 10년째 출퇴근 중인 김미옥(43·가명) 씨는 "퇴근 시간에는 차가 너무 꽉 차서 광역버스를 1~2대 그냥 보내기도 한다"며 "증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경기 교통본부를 공식 출범하고 여러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도민이 체감할 정도의 뾰족한 대책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 씨는 통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퇴근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유연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는 이 씨의 회사는 통근 관련 만족도가 높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경기도에 사는 선배들은 아침 일찍 출근하든가 오전 10시까지 출근한다"며 "자리에 앉아서 올 수 있어 훨씬 낫다고 한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150개사를 전수조사한 결과 92.8%가 만족할 정도로 효과가 크다.

하지만 유연근무제는 유연한 기업문화가 바탕이 되어야 가능했다. 실제로 자율출퇴근제를 도입한 기업에 다니고 있는 이지은(32·가명) 씨는 "자율출퇴근제가 도입됐지만 9시 30분 이전 출근은 당연시되는 분위기"라며 "제대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기업문화가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도입과 함께 직원들의 고충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기업문화가 아쉽다는 것이다.

청년들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IT 기업을 중심으로 몇몇 기업은 임직원들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사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비용 등의 문제로 대부분 기업은 해당 제도를 실시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청년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지만 제한된 물량으로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철민(더불어민주당, 안산상록을) 의원실에 따르면 LH가 분양하는 국민임대주택 평균 입주 대기 기간은 12개월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남양주에 거주 중인 박지선(31·가명) 씨는 "매년 공공주택 모집에 응모하고 있지만 번번이 떨어진다"며 "도대체 누가 청년 공공임대 주택에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와 지자체는 공공 임대주택 공급에 힘쓰고 있지만 시민들의 높은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KPI뉴스 / 김형환 인턴 기자 hwan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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