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란 대미 공세에 '재선' 목맨 트럼프 '전전긍긍'

장성룡

jsr@kpinews.kr | 2020-01-02 07:30:56

이란, 핵합의 깬 트럼프에 적대감 비등
북한도 '전략무기' 개발 시사로 배수진
제재 일방로 가면 트럼프 잃을 게 많아

올해 치러질 미국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새해 벽두부터 외교정책상 중대한 이중 위기에 처했다.

미국 CNN방송은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들의 생명과 자신의 정치적 전망을 위협하는 북한과 이란으로 인해 대선을 앞둔 새해 첫날부터 골치아픈 외교정책 딜레마에 봉착했다고 전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최근 나흘간 진행된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 보고에서 미국을 상대로 '충격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곧 새로운 전략무기도 공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만약 이 경고가 이론적으로나마 미국 본토에 핵탄두를 떨굴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으로 이어진다면 트럼프와 김정은의 밀월 관계는 이내 와해되고 미북 양측은 위태로운 새 대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이런 와중에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은 지난 31일 친이란파 세력의 습격을 받았다. 시위대 수십명이 미국 대사관 출입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가 불까지 질러 미국과 이란 간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날 미국 대사관 습격은 미국이 지난달 29일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 지대에 있는 카타이브-헤즈볼라의 거점 5곳을 폭격해 2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데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카타이브-헤즈볼라는 이라크 내 시아파 군대로 대표적인 친이란 무장조직이다.

CNN은 이 같은 북한과 이란의 위태로운 상황이 재선을 위해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 하여금 취임 이후 3년간 취해온 논란 많은 외교정책 선택들에 대해 다시 골머리를 썩여야 하는 상황으로 되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또 북한과 이란으로 인해 고조되고 있는 긴장이 그 동안 힘을 과시는 하면서도 과도한 행동은 직전에서 멈춰왔던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과 외교 정책 노선에 변화 필요성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예상 뒤엎고 갈수록 호전적인 이란에 골머리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이슬람 세력이 미국인과 미국 시설물에 또 다시 위협을 가해올 경우 앞서의 공습 폭격보다 훨씬 강력한 응징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1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란은 우리 미국의 어떤 시설에든 인명 피해나 시설 훼손이 발생할 경우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그들은 대단히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 것은 경고가 아니다. 이건 협박이다"라고 못박기도 했다.

그는 이어 휴가를 보내고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거처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선 "전쟁을 원하지는 않지만, 만약 그런 사태가 발생하면 이란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트럼프 비판론자들은 미국 외교정책 목표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아닌 트럼프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북한 이란 관련 과시적 결정들이 결국엔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오래 전부터 예고해왔다.

한 예로 트럼프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뤘던 이란과의 핵 합의를 파기하고 제재 조치를 강화한 것은 이란의 취약한 경제 위기 악화와 인도적 차원의 일반 민간인 고통을 초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수위를 높이면 이란의 성직자 정권이 붕괴하거나, 다시 협상 테이블에 나와 이전보다 훨씬 엄중한 핵 합의 조건에 굴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략적 가정 하에 이란을 계속 압박해왔다.

실제로 이란에선 미국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수십년 래 가장 치열한 반정부 시위들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정권이 와해될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는 것이 중동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히려 압박을 가할수록 미국의 의도와는 거꾸로 더욱 호전적으로 치닫고 있다. 또 중동지역에서 이란의 사주를 받은 무장세력들의 도발도 더욱 거세지고 광범위해지는 추세다.

이란은 한 발 더 나아가 오바마 전 미 대통령 시절 합의에 따라 해체했던 지하 시설에서 원심분리기를 가동하는 등 핵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백악관은 "전쟁은 원하지 않으며, 공습으로 인한 후유증이 해소되면서 위기가 지나갈 것"이라는 희망을 내보이고 있다. 그러나 만약에 그렇지 않을 경우엔 미국-이란 위기가 근래 보기 드문 위태로운 지경으로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 정권이 이번 힘 겨루기에 자존심과 위신을 걸고 있어 미국이나 이란 양쪽에서 취해질 잘못된 결정의 불확실성이 크나큰 오산과 오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을 그의 두 가지 정치적 본능으로 이끌 수도 있다. 트럼프는 강인해보이고 싶어하는 욕구와 가차없는 최고사령관이라는 자신의 가치관에 집착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외국 사태에 휘말리는 것을 꺼려한다. 몇 안 되는 그의 소신 중 하나이기도 하고, 오는 11월 대통령 재선 가도에 걸림돌이 될 것을 극도로 염려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트럼프 재선 가도의 '지뢰밭'

북한 문제도 트럼프 대통령에겐 재선 과정의 지뢰밭 같은 존재라고 CNN은 지적한다.

북한은 김정은과 트럼프의 세 차례에 걸친 직접 면담에도 불구하고 제재 조치가 완화되지 않자 그 실망감에 대한 반동으로 과거의 호전적 태도로 되돌아갔다.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개방적 태도를 철회할 경우 잃을 것이 더 많다. 북한의 ICBM과 핵 실험을 중단시켰다는 것이 자신의 대통령 재선을 향한 최대 핵심 자랑거리인데, 그 공들인 성과를 쉽사리 포기하고 무너뜨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의 대북 외교는 김정은을 만나주고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등 양보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있어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다.

김정은과의 획기적 정상회담을 일궈냈다는 개인적 자존감을 갖고 있어 북한이 실제로 도발을 감행할 경우 과연 어떻게 반응할 지 예측하기 어렵다.

트럼프가 과거에 말했던 '화염과 분노'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외교정책 실패를 노출하고 38선 이남 수 만명의 미군과 수 백만 명의 한국인들 생명을 위험에 처하게 하면서 김정은과 힘겨루기 승부 내기를 해서 정치적으로 얻을 것은 거의 없다.

김정은은 엊그제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 보고에서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전 세계가 곧 새 전략무기를 목도하게 될 것"이라며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시험 모라토리엄(유예) 약속을 파기하고 핵 실험 등을 재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김정은의 호전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31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그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김정은과의 신뢰 관계를 부각하면서 도발적 행동 자제를 촉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지켜보자. 나는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되풀이했다. 김정은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약속을 깨지 말 것을 압박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김정은이 말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예쁜 꽃병이기를 바란다"고 유화적 발언을 이어가면서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재선 가도에 김정은이 재를 뿌리지 않기를 바라는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미 전문가들은 북한의 도발 수위가 계속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뉴욕타임스는 "김정은이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고사격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ICBM이나 핵실험 전에 먼저 중거리 미사일 실험을 할 수 있다"며 "외교적 지렛대를 극대화하기 위해 긴장을 점점 고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이라는 두 숫자의 배열처럼 앞서거니 뒤서거니 잇따르고 있는 북한과 이란이라는 두 '불량국가' 병렬 조합의 반복적 도발에 새해 벽두부터 전전긍긍하고 있다.

KPI뉴스 / 장성룡 기자 js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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