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대한민국 주권 방해하는 유엔사는 미국 위한 위장막"

주영민

cym@kpinews.kr | 2019-12-17 12:39:07

'유엔사의 비군사적 목적 출입통제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미국의·미국에 의한·미국을 위한 '고스트 아미'에 불과해"
유엔과 무관한 조직…DMZ 평화조성 방해 요인 지적

#지난 8월 9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비무장지대(DMZ) 안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인 대성동 마을을 방문하려 했지만, 유엔사가 동행 취재진의 방문을 불허하면서 방문을 포기했다.

#독일 정부 대표단이 지난 6월 10일 강원도 고성 '829 보존 지피(GP, 감시초소)'를 둘러보고자 했지만, 유엔사가 '안전상 이유로 불허'했다.

#2000년 7~8월 남북간 경의선 철도 및 도로연결이 합의된 후 유엔사가 이를 승인하지 않아 한때 사업이 중단위기를 맞았다.

#2018년 8월 남북철도연결을 유엔사가 승인하지 않아 정부 계획보다 석 달 넘게 지난 11월 30일에야 가까스로 성사됐다.

▲ 민변 김종귀 변호사(앞줄 왼쪽부터), 이장희 한국 외대 명예교수,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 이해영 한신대 부총장과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유엔사의 비군사적 목적 출입 통제, 무엇이 문제인가'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한국내 유엔사령부(유엔사)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주한 유엔사는 유엔(UN, 국제연합)의 '활동단체(operation)'도 '기구(body)'도 아니며, 유엔의 '지휘(command)' 나 '통제(control)' 하에 있지 않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보조기구(subsidiary organ)'도 아니며 유엔 예산 지원도 받지 않는다. 즉 일종의 국제적 임의기구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유엔사는 남북철도 연결공사에 대해 DMZ의 관할권이 유엔사에 있다는 구실로 제동을 걸고, DMZ내 경계초소를 줄이고 긴장을 낮추자는 남북간 군사적 합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1950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이후 약 70년간 유엔과 아무런 상관없는 미국을 위한 기관인 유엔사가 DMZ에 대한 한국의 주권 행사를 사실상 봉쇄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시민단체의 공동 주최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엔사의 비군사적 목적 출입 통제,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는 이처럼 유령단체와 다르지 않은 유엔사에 대한 문제와 해결방안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먼저 이해영 한신대 부총장이 '유엔사와 남북관계'를, 김종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군위(미군문제연구위원회)가 '유엔사 DMZ 출입허가에 대한 법적 고찰'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이어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를 좌장으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한모니까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이시우 유엔군사령부 작가, 이창성 통일부 남부접경협력TF팀 과장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오른쪽)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유엔사의 비군사적 목적 출입 통제, 무엇이 문제인가'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유엔사, 미국의·미국에 의한·미국을 위한 '고스트 아미'이자 '위장막'


이해영 한신대 부총장은 "이미 유엔사는 업그레이드하기에도 너무 낡은 냉전의 유물로 설사 재활용한다 하더라도 국제기구로서의 법인격을 부여받기 힘들다"며 "그저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고스트 아미(ghost army)이자 위장막에 불과하다"고 했다.

현 유엔사의 권한 범위는 다수의 결의 중 '안보리결의 제84호' 미군이 지휘하는 '통합사령부' 조항에 근거한다.

유엔안보리나 미국은 이후 이 결의의 전부 혹은 일부를 취소한 바 없으며 미국 역시 일방 취소하는 조치를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정전협정의 당사자로서 유엔군 사령관의 지위와 역할은 정전협정문에 근거하지만 별도의 상세규정은 없다는 게 이 부총장의 설명이다.

이 부총장은 "유엔사는 최근 코소보나 소말리아등에서의 유엔평화유지군과 같은 의미에서의 국제평화유지활동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유엔사의 경우 이른바 '17개 전력제공국'을 말하지만, 유엔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사령관으로서 핵심 회원국인 미국이 '모자'만 바꿔 쓴 형태로 기관적 장막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유엔사의 DMZ 관할권 논란은 관할권과 주권이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을 망각한 것"이라며 "정전협정 어디에도 한국이 DMZ에 대한 주권과 관할권을 포기하고 이를 유엔사에 이양했다는 조항이 전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궁극적 평화를 위한 정전협정 준수를 위한 군사적 통제권을 가지고 있을 뿐으로 정전협정의 상위 목적인 평화유지를 위한 활동은 유엔사 소관이 아니다"며 "지금의 유엔사 재활성화 목적은 정전협정 준수를 통한 평화유지가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자신의 반중국 패권유지에 있다"고 했다.

▲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오른쪽)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유엔사의 비군사적 목적 출입 통제, 무엇이 문제인가'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한반도 문제 평화적 해결 정전협정 규율대상 아냐…유엔사 출입권 발동 못해"


남북정상은 2018년 4월27일 판문점 선언으로 DMZ를 실질적인 평화의 지대로 만들어가고 동해선 및 경의선 청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등 실천적 대책을 취해나가기로 합의했다.

또 2018년 9월 평화공동선언에서도 DMZ를 비롯한 대치지역에서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선언하고 부속합의서에 육해공 완충구역을 설정, DMZ의 실질적 비무장화 추진을 합의했다.

이처럼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조치는 정전협정의 규율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합의 이행을 위해 출입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유엔사가 정전협정에 근거해 출입권을 발동할 수 없다는 게 김종귀 변호사의 주장이다.

김 변호사는 "정전협정상 DMZ 출입 허가권을 가진 군사정전위원회가 유명무실한 상황에서 유엔사가 그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며 "유엔사가 출입허가를 승인하는 것이 정당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정부와 시민사회의 비군사적 행동은 애초부터 정전협정의 규율대상이 아니다"며 "유엔의 기구는 아니지만 유엔안보리의 결의에 따라 활동하는 유엔사는 유엔 회원국인 대한민국이 자신의 영토에서 주권을 행사하는데 간섭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 노력에 대한 유엔사의 간섭은 정전협정에 없는 사항"이라며 "유엔헌장에 명시된 주권 존중의 원칙에 위배 되는 행위로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앞줄 왼쪽 세번째)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유엔사의 비군사적 목적 출입 통제, 무엇이 문제인가'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정욱식, 유엔사 개선 3단계 해법…한모니까, 유엔사 점령정책·이양권 제시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를 좌장으로 진행된 토론에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유엔사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3단계 해법을 제시했다.

1단계는 한국 정부와 유엔사가 긴밀한 협의를 거쳐 군사분계선 통과 및 비무장지대 출입과 관련된 명확한 기준을 세울고 한국의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증대하는 것이다.

2단계는 평화협정 체결 이전이라도 군사분계선 이남의 DMZ에 대한 관할권을 한국군이 행사토록 하는 것이다.

3단계는 평화협정 체결시 유엔사의 임무는 종결되는 만큼, 유엔사를 공식적으로 해체하는 것이다.

정 대표는 "이러한 단계적 접근은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 및 이와 연동된 완전한 비핵화 달성에도 유용하다"며 "유엔사 임무의 점진적인 변경이 없는 상황에서 평화협정 체결이 추진되면 유엔사 해체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해 평화협적 체결이 지연되고 비핵화 동력도 상실될 것"이라고 했다.

한모니까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유엔사의 수복지구 점령정책과 행정권 이양에 대해 38선 이북 지역은 한국전쟁 중에는 물론 휴전 이후에도 유엔사가 점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그 근거로 1950년 7월 7일과 10월 12일 유엔 결의를 들며 군정의 주체는 유엔사였지만, 한국정부와 교섭하는 대표는 미8군사령부, 최종적인 선언의 주체는 통합사령부라고 강조했다.

그는 "점령 주체 및 군정체계가 사실상 미국에 의해 주도됐다고 해서 미국이나 유엔이 38선 이북 수복지구의 통치권을 가진 것도 통치권이 부여된 것도 아니었다"며 "유엔사가 부여받은 권한은 잠정적인 통치 혹은 군정이라는 임시행정이다"고 했다.

▲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오른쪽)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유엔사의 비군사적 목적 출입 통제, 무엇이 문제인가'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시우, DMZ출입 단계 해결…이창성 "3대 원칙 기반 DMZ 안전지대 조성"


이시우 유엔군사령부 작가는 '유엔사의 DMZ출입통제 문제점'을 통해 △정전협정상 유엔사 군사통제의 성격 △38선이북 유엔사 군사통제권의 법적 무효성 △DMZ 출입문제에 대한 단계적 해결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 작가는 "모 아니면 도,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접근은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이 아니다"며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논리도 개발하고 강제할 힘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주권차원과 유엔차원에서 중층적 단계와 유기적 경로를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며 "유엔사, 평화협정, 통일등의 문제는 국제차원과 한반도차원, 국내차원의 복합구조로부터 발생했고 전개돼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결도 이들 차원 각각의 영역에 주목하면서 통합하는 사고가 요구된다"며 "유엔사 문제도 주권차원의 문제와 유엔차원의 문제가 동시에 해결돼야 한다"고 했다.

이창성 통일부 남북접경협력TF팀 과장은 'DMZ의 평화지대화'를 통해 판문점 공동경비 구역 비무장화, DMZ 상호감시초소 철수, DMZ 평화의 길, DMZ 남북공동유해발굴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 해결 3원칙을 발표했다"며 "이 원칙하에서 남과북, 국제사회와 협의해 DMZ를 안전지대화 하는 것으로 관계부처 및 남북간 협의를 통해 3대 원칙을 지켜나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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