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북미관계에 초연한 남북관계 '새로운 길' 가자

이원영

lwy@kpinews.kr | 2019-12-11 13:40:00

▲ 이원영 사회에디터


북한과 미국의 입싸움이 점점 격화되어 가는 양상을 보이면서 또다시 2년 전 트럼프의 '화염과 분노' 발언으로 촉발된 북미 간 극한 대결이 되풀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북한은 올 연말까지 미국으로 하여금 '새로운 셈법'을 내놓으라는 압박을 유지하고 있고, 탄핵과 대선을 목전에 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딜'을 통해 점수를 얻을 게 별로 없다는 판단이어서 단시간에 극적 돌파구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북미관계가 현상유지로 이어진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현재 돌아가는 국면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입에서 어떤 '방아쇠' 격발 발언이 튀어나올지 아슬아슬한 국면이 아닐 수 없다.

'로켓맨' '북한이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 '무력사용 가능성' 등 트럼프의 잇단 대북 발언이 이어지자 북한도 최근 가시 돋친 맞대응을 내놓고 있다.

북한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담화를 통해 "미국 대통령의 부적절하고도 위험성 높은 발언과 표현들은 우리의 경고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계속 나간다면 나는 트럼프에 대한 우리 (김정은)국무위원장의 인식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냥 참고 듣기만 하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김영철 위원장은 '연말 시한'을 다시 언급하면서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다. 시간끌기는 명 처방이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미국의 안전위협이 계속 커가는 현실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같은 북한의 반응을 놓고 핵실험 가능성, 무력 시위 등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연말까지 미국의 '새로운 셈법'을 얻지 못한다면 내년부터 북미관계는 완전히 '새로운 길'로 접어들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북한은 북미 간 '빅딜'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내년부터 '완전히 새로운 길'을 걸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천명한 바 있다.

이는 내년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구체적으로 밝힐 것으로 보이는데 핵보유국을 재천명하고, 국제적 제재와 상관없는 대대적인 자력갱생 경제구축, 중국 및 러시아와의 연대 강화를 통한 미국 압박 등의 노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미국과 굴욕적 협상 없이도 잘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내부 결속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국면에서 볼 때 남북관계를 북미관계의 종속변수로 놓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크게 궤도 수정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간 변화의 조짐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마냥 남북관계의 문을 걸어 잠그고 뒷짐진 채 기다리기만 한다면 남북관계에는 더욱 어두운 그림자만 드리울 것이 자명하다.

북한은 한국 정부로 하여금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우리민족끼리'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미국의 입장과 대북제재 국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북미관계와 초연하게 남북관계를 추동시키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제는 문재인 정부가 좀 더 창의적이고 주체적인 입장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과감한 스텝을 밟아야 한다는 주문도 만만치 않다. 애초부터 북미관계의 진전에 따른 단계적 남북관계로 정책 순위를 설정한 것 자체가 '실착'이었다는 지적도 문재인 정부는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북미관계의 진전과 상관 없이 남북문제는 독자적인 경로를 밟아가야 하는 것이 옳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온통 국내 문제에 매몰되고 있는양상이다.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역사적인 두 차례 정상회담의 의미도 점점 빛이 바래고 있다.

북한이 북미관계에 실망해 '새로운 길'을 간다면 문재인 정부도 더 이상 북미관계의 '중개자' 역할에 안주하지 말고 나름대로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쪽에서는 미국 눈치 본다고 욕을 하고, 한쪽에서는 북한 눈치본다고 비판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북미관계가 진전되어야만 남북관계를 단계적으로 진전시키겠다는 발상은 감 떨어지기만 바라고 감나무 밑에서 입만 벌리고 있는 한심한 모습과 그리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창조적 발상이 없는 정치는 고이고 썩어가는 물이나 다름이 없다. 우리가 북미관계를 주도적으로 운전할 수 없다는 엄연한 현실에서 남북관계는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때다.

K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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