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성적표] 마지막 정기국회까지 '갈등 릴레이'

장기현

jkh@kpinews.kr | 2019-12-09 16:22:26

조국 사태로 '삭발 릴레이' 등 여야 갈등 표출
욕설·삭발·필리버스터 등 '갈등 릴레이' 계속
정기국회 종료 전날 극적 합의…파국은 면해

"제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를 통해 국론을 모아 국민통합으로 대한민국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길을 터주길 기대한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9월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훌쩍 100일이 지나 제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 폐회일이 다가왔다. 국회는 5년 연속 예산안 법정시한을 넘겼고, 국회 스스로 헌법을 어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문 의장은 지난 2일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예산안의 법정 처리시한을 결국 지키지 못하게 됐다. 입법부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으로서 참담한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

▲ 문희상 국회의장이 9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1회(정기회) 개회식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국회는 통합은커녕 갈등과 충돌이 '무한 반복'되고 있다. 정기국회 일정에서 여야의 갈등은 일상적·만성적으로 발생했고, 국회가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다. 실제로 국민들은 20대 국회의 의정활동을 '100점 만점' 기준 18.6점으로 평가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2명이 20대 국회가 의정활동을 '잘했다'고 평가했고, '잘못했다'는 국민은 8명에 달했다. 모든 지역과 계층에서 부정 평가가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국민에게 국회는 싸움만 하는 '갈등의 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정기국회 포문은 '조국'으로 개시

제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는 '조국 갈등'으로 시작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정기국회가 개회한 2일 인사청문위원이 아닌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여야 이견으로 이날로 인사청문회가 무산되면서, 8시간 20분(500분) 동안 '무제한' 형식의 기자간담회를 가진 것이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당시 후보자)이 9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간담회에 대한 여야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청와대와 여당은 "의혹이 어느 정도 해명됐다"고 평가했지만, 야당은 "해명은 없고 의혹만 커졌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한 맞불로 한국당은 다음날 '조국 후보자의 거짓! 실체를 밝힌다'는 이름으로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여야의 갈등은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와 문 대통령의 임명 강행을 거치면서 극단으로 치달았다. 무소속 이언주 의원이 "조국 임명으로 민주주의가 타살됐다"면서 '삭발 릴레이'의 시작을 알렸고, 추석연휴가 끝나고 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조국에게 마지막 통첩을 보낸다. 스스로 그 자리에서 내려와라. 그리고 검찰의 수사를 받으라"면서 '삭발 투쟁식'에 참여했다.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9월 1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 중단과 조국 파면 촉구' 삭발투쟁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여야의 충돌으로 사실상 파행 상태에 놓였던 정기국회는 9월 20일이 돼서야 국정감사 일정이 합의되면서 정상 궤도에 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정기국회의 '꽃'이라 불리는 국정감사에서도 '조국 갈등'은 여전했다.

국정감사도 '조국·패트'로 연쇄 충돌

국회는 국감을 시작하기 전부터 조 전 장관 의혹 관련 인사들에 대한 증인 채택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지난 10월 2일부터 21일까지 총 20일간 모두 17개 상임위원회에서 진행된 국감에서, 한국당은 상임위원회별로 조 전 장관 의혹 관련 인사들을 국감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신청했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당시 장관)이 9월 9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물론,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함께 사모펀드 투자 논란에 관계된 정무위원회와 조 장관 자녀 의혹을 다룬 교육위원회 등 조 장관 의혹과 관련된 상임위에서는 어김없이 조 장관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교육위의 국감에서는 조 전 장관 딸의 장학금 의혹과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딸의 입시 의혹을 놓고 공방이 오갔다. 한국당은 역시 조 장관 문제를 집중 제기하며 조 장관의 사퇴를 압박했지만,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 자녀를 둘러싼 의혹을 본격적으로 제기하며 역공에 나서기도 했다.

이 와중에 여야의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난 '욕설 파문'이 발생하기도 했다. 10월 7일 법사위 국감에서 위원장인 한국당 여상규 의원이 자신에게 반발하는 민주당 김종민 의원에게 "듣기 싫으면 귀를 막으라"면서 "XX 같은 게"라고 욕설을 내뱉었다. 이에 대해 여 의원은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한 이후 소강 상태에 접어들 줄 알았던 여야의 대치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바로 재점화됐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비롯해 검찰의 '패스트트랙 수사'에 대한 충돌이 발생했다.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 지점은 역시 '공수처'였다. 민주당은 "1998년 당시 이회창 전 총재도 공수처 설치를 주장했다.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한 반면, 한국당은 "여당은 친문 보위부인 공수처를 검찰 개혁으로 위장하고 있다"고 반대했다.

▲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 단식농성 천막에서 7일째 단식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찾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이 황 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심지어 황 대표는 지난달 20일 공수처법 포기를 비롯해 지소미아 파기 철회,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를 요구하면서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한국당을 뺀 여야 모두 "민폐", "대권놀음", "소아병적 행태"라며 한 목소리로 비판하기도 했다.

정기국회 종료 앞두고 본회의 '파행'

정기국회에서의 갈등은 종료를 열흘 남짓 앞두고 최고조에 이르렀다. 내년도 예산안과 패스트트랙 법안을 둘러싸고 여야의 벼랑 끝 대치가 격화됐다. 한국당은 지난달 29일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하면서 국회파생의 단초를 제공했고,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무산 전략으로 국회를 공전시켰다.

▲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원내대표급 '4+1' 협의체 회동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대표, 대안신당 유성엽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조배숙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최고위원. [문재원 기자]

민주당은 '4+1(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를 통해 내년도 예산안과 패스트트랙 법안 단일안을 만들기로 하면서 일방 처리 수순에 들어갔고, 제1야당인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를 통한 강력 저지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평화롭고 합법적인 모든 국회 저항수단을 앞으로 써갈 것"이라며 필리버스터 강행을 시사했고,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국회에 한국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강경 대응했다.

다만 정기국회 종료를 하루 앞두고 9일 여야는 극적으로 합의를 이뤄내면서 파국은 면했다. 한국당은 신임 원내대표 선출과 여야 합의를 계기로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고,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을 정기국회 내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회의장실에서 회동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문 의장, 자유한국당 심재철 신임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문재원 기자]

이제 내년도 예산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될 10일과 공직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위해 열리게 될 임시국회에 모든 관심이 쏠린다.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10일부터 통합과 갈등의 갈림길에서 국회가 어떤 선택을 할지 두고볼 일이다.

K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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