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I 시선] 숫자 논쟁 접고 집값부터 잡아라

윤재오

yjo@kpinews.kr | 2019-12-05 17:51:46

전 국민이 집값 불안 체감…정책 해명 의미 없어
수요억제 대책으로는 한계…치솟는 서울 집값 못 잡아
다주택자 매물·도심공급 늘릴 정책 대전환 필요

국토교통부는 최근 연일 부동산 관련 보도 해명자료를 내놓고 있다. 지난 11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가격 안정"을 언급한 이후 언론과 경제단체에서 비판이 융단폭격처럼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사진은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정병혁 기자]


'정부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11월 21일)' 이후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국토교통부의 해명자료를 보면 "사실과 다르다. 일방적 주장이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지난 정부(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주택경기 부양책 때문에 2014년부터 집값 상승세가 시작됐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뚜렷하게 둔화됐다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이 같은 정부의 해명과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으면서 '비판'과 '해명'이 쳇바퀴처럼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문재인 정부 2년동안 땅값이 2000조 원 상승했다"고 지적하자 국토부는 "국가통계와 배치되는 일방적 주장"이라며 객관적 검증을 위해 공개토론회까지 제안했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의 해명으로 진화될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는 점이다. 부동산시장, 특히 주택시장 불안이 갈수록 더 심각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이 23주 연속 오르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집값 불안'을 체감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월 19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 중 부동산 관련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MBC유튜브 캡처]


"집값 불안은 팩트…현실 직시해야 제대로 처방"

정부 규제에도 부동산시장은 안정되지 않고 있다. 공시가격을 높여 강남에 30평대 아파트 1채만 있어도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할 만큼 보유세 부담을 강화했지만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지 않고 있다. 양도소득세 폭탄을 맞느니 자녀들에게 물려주겠다며 상속과 증여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매물이 줄어 규제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오히려 더 뛰는 '규제의 역설'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지역을 지정했지만 아파트값은 오히려 더 큰폭으로 올랐다. 규제로 묶은 지역에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규제에서 제외된 지역과 규제에서 풀린지역에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며 하룻밤 자고나면 '억' 소리가 날 정도로 집값이 뛰고 있다. 그리고 분양가 상한제는 집값 안정 효과는 크지 않고 '로또분양'을 양산해 또다른 부의 집중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인들 모임에서 '서울 주택시장이 안정됐다고 말하는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과 국토교통부 관료들 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시장에 대한 정책 당국의 인식이 잘못되어 있으니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올수 없다"고 지적했다.

집값 불안은 팩트다. 굳이 강남에 살지 않더라고 체감할 정도로 집값 상승이 서울 수도권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시장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정부의 해명은 공염불이다. 아무리 얘기해도 국민들은 믿지 않는다. 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을 통계수치를 제시하며 반박하고 해명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청와대를 향한 해명이라면 모르겠지만 국민들에게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는 숫자 놀음일 뿐이다.

치솟는 서울 집값 더 이상 방치해선 안돼

집값이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집값 때문에 세대간 계층간 갈등이 커지고 있고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을 잠식하고 있다.

젊은 세대는 치솟는 집값에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다.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도 오르는 집값을 따라잡을 수 없다. 결혼이 늦어지고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도 집값과 무관하지 않다. "집은 안 사면 그만이지"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전세와 월세 가격도 집값 못지 않게 치솟으니 내집 마련 희망을 접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집 가진 사람들도 최근 주택시장 불안은 반갑지 않다. 강남권은 물론 목동이나 과천,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에 30평대 아파트를 한 채만 갖고 있어도 웬만하면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됐다. '10억대 집부자'란 소리를 들으면 '안 먹어도 배부를 것' 같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수백만 원짜리 종부세 고지서를 보면 한숨이 난다. 팔아서 돈이 생긴 것도 아니고 집을 옮긴 것도 아닌데 갑자기 세금부담이 늘었다. 그나마 소득이 있으면 낫다. 은퇴한 노년층은 세금이 무서워 몇십 년째 살던 집에서 쫓겨나다시피 이사를 가야할 판이다. 그런데 앞으로 보유세 부담은 더 강화된다.

서민뿐 아니라 중산층도 자녀 결혼시기가 되면 무력감이 든다. 집값과 전세가격이 워낙 많이 올랐다. 집을 사주는 것은 꿈도 못꾼다. 서울 외곽에 전세를 구하는데 힘을 보태기도 쉽지 않아 한숨만 난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1월 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수요 규제로는 한계…시장 바꿀 새로운 처방이 필요

최근 서울집값이 오르는 것은 한마디로 매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안정대책은 대부분 규제를 통한 수요억제 대책이 대부분이다. 대출을 묶어도, 보유세와 양도세를 강화해도 매물이 나오지 않는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여전하고 초저금리로 시중에 돈이 풍부한데 규제정책이 통할 리가 없다.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지 않고 버티거나 어차피 내야할 상속세와 증여세를 물고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것을 선택한다. 분양가 상한제나 종부세 강화가 약발이 먹히지 않는 이유다. 처방이 잘못됐는데 효과가 있을리가 없다.

정부가 3기 신도시 건설을 추진하는 등 공급확대정책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주택수요가 있는 곳은 공급 확대가 어렵다. 결국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도록 하거나 서울 도심에 주택 공급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보유세를 대폭 강화하면서 한시적으로 양도세 중과를 완화해 다주택자들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문재인정부나 노무현정부의 정책기조는 '부동산에서 불로소득을 얻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다. 양도소득세 중과를 완화하기 힘든 이유다. 하지만 이제 그런 '틀'도 벗어 던져야 제대로 된 처방을 내릴 수 있다. 주택정책의 목표가 '국민들의 주거안정'인지 '주택시장의 불로소득 환수'인지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다만 양도세 퇴로를 열어줄 경우, 집을 판 돈이 다시 주택시장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차단할수 있는 대책도 함께 나와야 한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고 다시 주택을 구매한다면 시장을 더 불안하게 할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도심에 주택공급을 늘리는 또 다른 방법은 용적률 완화와 개발규제 완화다. 용적율 완화 등 규제완화는 풍문만 나와도 땅값과 집값이 치솟는다. 그렇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자칫 공급확대는 커녕 집값만 부추길수 있다.개발이익에 대한 철저한 환수장치 마련은 당연하다. 집값과 땅값을 안정시키려면 주택 정책당국과 청와대가 성역없는 정책 재검토와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KPI뉴스 / 윤재오 기자 yj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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