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무효'냐 '선동정치'냐…울산은 이미 선거모드
UPI뉴스
| 2019-12-03 18:46:35
무혐의 박기성 전 비서실장, '권력형 선거부정 사건 하수인'으로 송병기 부시장 지목
송철호 울산시장-송병기 부시장측 "사실과 다르다…대응할 가치가 없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 수사 논란과 관련해 울산의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김 전 시장과 자유한국당 측이 "지난해 지방선거는 원천 무효이며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더불어민주당이 '정치선동 그만 하라'며 일축하는 등 공방을 이어가면서 시민들의 찬반 열기도 점점 고조되고 있다.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의 여진이 지역 정치권에 번지는 가운데 사건 향방에 따라 내년 총선 구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양측 지지자들은 극명하게 엇갈리는 반응을 보인다. '시장을 도둑맞았다'는 주장과 '총선을 앞둔 야권의 정치공세'라는 비난이 맞부딪치면서 울산은 이미 총선 모드가 시작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로 송철호 울산시장은 "얼마 전 주점에서 어떤 술 취한 사람이 '당신 시장 훔쳤잖아' 이렇게 막 떠드는 이야기를 듣는 게 너무나 마음 아팠다"는 경험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김 전 시장의 선거무효 소송 제기 발언과 송병기 부시장 관련 의혹 기자회견에 이어, 지난해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후보 5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과 송 시장을 향한 총공세에 가세했다.
울산에서 한국당 기초단체장 후보로 출마했던 정치인 5명은 3일 오전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권력 개입으로 표를 도둑 맞았기에 지난 6·13지방선거는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정 선거 의혹과 관련된 시장 등은 즉각 사퇴하고 재선거를 실시하라고 주장했다.
곧이어 울산자유우파시민연대와 울산나라사랑운동본부 등 보수단체들도 같은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지방선거 때 김기현 시장에 대한 수사는 자유민주주의 근본을 흔든 국기문란행위"라고 주장하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울산은 그동안 한국당에서 시장과 구청장 군수, 지방의원 과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들이 단체장과 지방의회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지방선거가 청와대 하명수사에 의한 사상 최악의 관권선거였음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공권력 개입으로 울산의 민심이 도둑 맞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구청장, 군수, 시·구·군의원을 뽑을 때 시장을 어느 당 후보를 뽑느냐에 따라 표심이 많은 영향을 받는다"면서 "이는 역대 선거결과에서 드러나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민주당 송철호 후보보다 15%p 이상 지지율이 높던 김기현 시장은 한국당 후보로 공천 발표가 나는 날 경찰로부터 시장실을 압수수색 당했다"면서 "이를 계기로 김기현 시장은 하루아침에 비리시장으로 몰렸다"고 지적했다.
또한 "(경찰은) 연이어 한국당 남구청장실을 압수수색 하고 한국당 한동영 시의원 관련 의혹에 대해 피의사실을 의도적으로 공표하며 한국당 후보 전체가 비리로 문제 있는 것처럼 적폐세력으로 몰아 민심을 호도했다"고 성토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이들은 "선거를 앞두고 전례없는 시장실 압수수색으로 한국당 후보들은 적폐세력으로 몰려 구청장·군수는 물론 시·구·군의원 선거까지 이름도 모르는 후보가 당선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 엄청난 비리가 있는 것처럼 떠든 사건들은 모두 어떻게 되었나"고 되묻고 "아무도 기소되거나 실형을 받은 사람이 없다. 그런데 경찰은 이와 관련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후보들은 그러면서 "피해 당사자인 우리는 소송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재선거를 실시할 것"이라면서 "민심과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끝까지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이 확산하는 가운데, 해명에 나선 송 시장과 달리 의혹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 전 시장측 압수수색과 관련한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그의 '악의적 진술' 의혹이나, 청와대가 '선거 개입'을 하는 데 일정 역할을 한 대가로 경제부시장 자리를 얻었다는 의혹 등이 그를 향하고 있지만 묵묵부답이다.
지난 2일 연차를 냈던 송 부시장은 3일 오전 8시 40분쯤 출근했다. 대기 중이던 기자들을 피해 재빨리 사무실에 들어간 뒤 곧장 문을 걸어 잠갔다. 청원경찰은 기자들에게 "부시장님이 취재를 거부하신다. 따로 약속을 정하고 찾아오라"고 말하며 퇴거를 요구했다. 송 부시장은 2일 기자회견을 예고했다가 취소한 바 있다.
한편 김기현 전 시장 비서실장을 지낸 박기성 전 실장은 송 부시장에 대한 다양한 의혹을 제기했다. 박 전 실장은 2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과 검찰의 수사, 법원의 재판과정 등을 종합하면 송 부시장은 지금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권력형 선거부정 사건의 하수인이거나 공모자라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박 전 실장은 지난해 울산 북구 아파트 건설현장의 특정 레미콘 업체를 밀어줬다는 혐의(직권남용)로 수사를 받았지만,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박 전 실장은 "2018년 3월 16일 소위 '레미콘 사건'과 관련해 시장 비서실 등을 압수수색 했는데 그날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에 '박기성 실장이 레미콘 업무와 관련해 담당자(공무원)를 질책했다'고 진술했다는 인물이 등장한다"며 이런 '악의적 진술'을 한 인물이 송 부시장이라고 지목했다.
경북 안동 출신인 송 부시장은 김 전 시장 재임 당시 울산시 교통건설국장(3급)을 지내고 2015년에 퇴임했다. 퇴임 후에는 울산발전연구원 공공투자센터장을 맡았다가 지난해 지방선거 때 민주당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캠프로 옮겨 지난해 8월부터 울산시 경제부시장(1급)으로 재직 중이다.
송 부시장은 이 같은 의혹 제기와 관련, 한 언론에 "무슨 얘기를 해도 소설처럼 넘어간다. 어이가 없다" "대응할 가치가 없다" 등의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김잠출(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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