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뤠?…뜬금없이 소환된 '울산고래고기 환부 사건'
UPI뉴스
| 2019-12-03 14:58:00
지난 9월 일요신문 의혹 제기에 靑 '고래고기 환부 사건'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무효소송은 사법부가 판단할 일"
김기현 전 울산시장(자유한국당)에 대한 '청와대 하명 수사' 논란이 정국의 뇌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울산 고래고기 환부 사건'이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은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의 특별감찰반원들이 울산에 내려가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측근비리 첩보를 수집하고 이를 경찰에 넘겨 수사하도록 해 선거에 영향을 미쳐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동지인 송철호 후보(더불어민주당)를 당선시켰다는 것이다.
당시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은 울산시장 후보등록일에 맞춰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비리를 수사했으나 선거가 끝난 뒤에 김 후보 측근 인사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반면에 송 후보는 과거 울산지역에서 국회의원과 시장 등 총 7번에 걸쳐 출마했으나, 연거푸 낙선의 고배를 마시다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7전8기 끝에 첫 당선의 영예를 얻었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특수관계인'인 송철호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모종의 선거공작을 꾸민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지난 9월 〈일요신문〉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송철호 울산시장 간 의혹 밝혀라'고 관련 의혹을 처음 제기하면서 하명 수사 당시 조국 민정수석은 송철호 시장이 과거 국회의원에 출마했을 때 후원회장과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내기도 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그런 가운데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고래고기 사건을 언급했다.
노 실장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감반이 김 전 시장 측을 사찰하기 위해 울산을 방문한 것 아니냐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당시 고래고기 사건을 두고 검경이 서로 다투는 상황을 조율하고자 울산에 간 것"이라고 답해 거짓말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김 전 시장 측근 수사와 고래고기 환부사건을 지휘했던 황운하 청장도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전 시장 측근 수사는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한 것인지 검찰이 불순한 의도로 무리한 불기소 결정을 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검찰이 고래고기 사건에 대한 보복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에 갑자기 등장한 고래고기 환부사건은 경찰이 불법포획•유통시킨 고래고기를 범죄 증거물로 압수했는데 검찰이 유통업자에게 되돌려줘 검경간 극심한 갈등을 불러일으켰던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 전말은 다음과 같다.
2016년 4월 울산 중부경찰서는 소위 '밍크고래 불법포획 유통업자 및 식당업주 검거'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불법 포획한 밍크고래를 판매한 총책과 식당업자 등 6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육상 운반책과 식당업주 등 2명을 구속했다. 또 냉동창고에 보관 중이던 밍크고래 총 27톤(40마리, 시가 40여억원)를 압수했다.
경찰 발표로 일단락되는가 싶었던 이 사건은 검찰로 넘어가면서 꼬이기 시작해 검경 갈등이 증폭됐다. 검찰이 불법포획 업자들에게 고래고기 27톤 중 21톤을 되돌려줬기 때문이다.
2017년 9월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업자에게 고래고기를 환부했다"면서 "울산지검에 확인한 결과, 당시 이 사건 담당 검사는 고래고기의 불법 여부가 바로 입증되지 않았고 마냥 기다릴 수가 없다는 이유로 일단 업자들에게 압수한 고래고기를 환부했다고 한다"고 폭로해 검찰과 고래고기 업자와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이 단체는 "불법을 근절해야 할 검찰이 오히려 불법 포경업자들 손을 들어주고 장물을 유통시킨 꼴"이라면서 "결과적으로 포경업자들은 울산고래축제를 앞두고 21톤의 고래고기를 돌려받아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고 비판했다. 핫핑크돌핀스는 돌려받은 고래고기를 유통시킨 업자는 최소 30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후 핫핑크돌핀스는 울산지검을 고발하는 고발장을 울산경찰청에 제출했고, 당시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의 지휘로 해당 검사 등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마침 검찰개혁과 경찰 수사권 독립 논의가 있던 때라 검찰에 대한 울산경찰의 수사는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당시 검찰은 DNA 분석으로는 고래유통증명서가 발부된 고래고기와 불법포획된 고기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고 증거가 부족해 압수된 고래고기를 적법하게 유통업자에게 돌려줬다는 입장이었으나 경찰은 충분히 구분할 수 있다며 맞섰다.
경찰이 수사과정을 수시로 언론에 브리핑하면서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오자 검찰은 '언론 플레이를 중단하고 수사기관은 수사 결과로 말해야 한다'며 경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 경찰이 사건 수사를 위해 관련자들에 대한 각종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법리적 하자,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대부분 기각하면서 검경 갈등이 계속됐다.
고래고기 환부 결정을 한 담당검사는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해외연수를 떠났다가 1년여 만인 지난해 12월 말 귀국해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다.
경찰은 결국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담당검사와 검사 출신으로 전관예우 의혹이 있는 유통업자측 변호사에 대한 수사를 매듭짓지 못하고 유통업자 5명만 검찰에 송치하며 사건 수사를 사실상 중단했다.
이 사건으로 불거진 검경 갈등의 앙금은 여전히 남아 있다. 울산지검은 지난 6월 앞서 경찰이 언론 보도자료로 배포한 의료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고래고기 환부사건 담당 부서인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 2명을 입건했다. 경찰은 검찰의 고래고기 관련 보복이라며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또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은 오는 9일 대전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내년 4월 대전에서 총선에 출마할 예정인 황 청장의 책 제목은 공교롭게도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이다. 울산 고래고기 사건에서 검찰의 잘못을 직접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 청장은 최근 명예퇴직을 신청했지만 경찰청으로부터 김 전 시장 수사와 관련 검찰이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불가 통보를 받았다.
한편 문 대통령의 '특수관계인'으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송철호 울산시장은 이날 오전 울산시 남구 울산시청 브리핑센터에서 전인석 울산시 대변인을 통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송 시장은 전날 업무보고 자리에서는 "폭설이 쏟아질 때는 눈을 쓸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현재의 심정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바 있다.
전 대변인은 입장문에서 "최근 황운하 전 청장 직권남용 등 고발 사건을 비롯해 확산되고 있는 언론 보도에 대해 시장님께서는 사실 확인 없이 왜곡돼 양산되고 있다며 크게 우려를 표명했다"며 일부 언론 보도를 오보라고 거론했다.
또한 김기현 전 시장이 2일 울산시장 선거 무효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관해 "선거무효 소송이라는 것이, 소청 기간도 지났고 위헌 판단을 하는 절차가 있어야 하는데 사법부가 판단할 일이지 울산시가 이렇다저렇다 입장을 낼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송 시장은 기자회견 전 일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청와대 민정수석이나 특감반원 등 울산경찰청에 하명했다고 언급되는 사람들 모두 상식적으로 그런 일을 시킬 사람이 아니다"며 "황운하 전 청장은 2017년 9월과 12월 두 번 만났고 백원우 특감반원 2명은 만난 적 없다"고 해명했다.
송 시장은 지난해 지방 선거 당시 자유한국당이 제기한 '고래고기를 불법 유통시킨 피의자의 변호를 맡았다'는 의혹에 "식당 운영자에 대한 변호였다. 사건 수임도 내가 아닌 법인 소속 다른 변호사였다"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울산=김잠출(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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