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드하트 대표, 역외 활동·전략자산·사드 비용까지 '제4의 범주' 분담금 제안
김당
dangk@kpinews.kr | 2019-11-21 16:13:29
'美, 47억 달러 요구' 보도에 "한국언론 취재원 다양하고 정확" 간접시인
"미군의 호르무즈~말라카해협 광범위한 활동이 한국 이익에 부합"
'방위비분담협정 틀' 넘어 美 인도-태평양 전략 차원 추진…한·일 겨냥
제임스 드하트(James DeHart) 미국 방위비분담협상 수석대표가 민주당 제2정조위원장 겸 국회 국방위 간사인 민홍철 의원과의 면담에서 "미군은 호르무즈해협부터 말라카해협까지 광범위한 활동을 하는데 그것이 다 한국의 이익에 부합된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분담금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계산법, 그리고 창의적인 해법'을 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민홍철 의원은 20일 〈UPI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7일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미국 대사관저에서 가진 단독면담에서 드하트 대표가 '美측이 47억 달러를 요구했다'는 보도에 대해 부인하지 않고 '한국 언론 취재원이 다양하고 정확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민 의원은 "드하트 대표가 구체적으로 역외 미군 활동비, 한반도 주변의 전략자산 전개비, 사드(THAAD) 등 미사일방어망, Bridging Capability(연계보완 전력) 제공 비용, 미군 가족들 수반 비용 등을 거론했다"고 전했다.
배치 당시부터 대중국 견제용으로 논란이 된 사드 비용은 물론, 전시 작전통제권이 한국군으로 넘어온 뒤 과도기에 발생할 수 있는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미국이 제공하는 연계보완 전력(Bridging Capability)까지 청구서에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전쟁 도발을 억제하는 정찰·감시 장비와 지휘통제 자동화체계, 북한 미사일에 대한 타격 전력 등으로 구성된다.
드하트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현재 진행중인 한미 방위비분담협정(SMA)의 틀을 파괴하는 것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발표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을 시사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no deal)로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형 폭격기가 괌에서 날아오는 데에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며 "수억 달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이게 불공정하다고 생각했다"면서 "미국이 한국을 지켜주면 한국도 일정 부분 기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트럼프 발언의 의도에 긴가민가 했지만, 지금 와서 보니 트럼프식 방위비 분담금 계산법의 골자를 암시한 발언인 셈이다. 드하트 대표는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시각'을 전하면서 '신속한 타결과 창의적인 해법'을 강조했다.
드하트 대표는 특히 역외 미군 활동비, 한반도 주변의 전략자산 전개비 등을 거론하며 "호르무즈해협부터 말라카해협까지 미군이 광범위하게 활동하는데 그것이 다 한국의 이익에 부합된다"며 "이제 한국은 부자 나라이니 그에 걸맞은 기여와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호르무즈해협(Hormuz Straight)과 말라카해협(Malacca Straight)은 수에즈 운하의 진입로인 바브엘만데브해협(Babel Mandeb Straight)과 함께 인도양에서 유럽·중동·아시아를 연결하는 교역로이자 에너지 생명선이다. 호르무즈는 세계석유 생산의 40%가 통과하고, 말라카는 인도양과 남중국해를 이어준다.
중국은 원유 수입액의 80% 이상을 말라카해협을 통해 들여온다. 중국은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중동·아프리카 원유 및 자원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해상교통로 확보가 필수적이다. 중국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핵심 이익으로 규정하고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중국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 전략이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와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를 대외정책의 주요 기조로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인도·태평양 전략' 구상과 충돌한다는 점이다.
미국은 전세계를 6개 작전구역으로 나눠 군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지구의 52%를 담당하는 최대 군사전력인 '태평양사령부'를 '인도태평양사령부'로 바꿔 달았다. 중국의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주둔·운영·유지에 수반하는 비용의 분담'을 넘어선 총괄적 개념의 안보비용을 청구하는 초강수를 두는 것은 결국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른 동아시아 안보 비용을 나눠 내라는 취지인 것이다.
그동안 미측이 미군의 순환배치 비용과 한반도 주변의 전력자산 전개비용까지 담은 청구서를 제시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드하트 대표와 만난 한국측 고위인사로부터 미측이 협상에서 제시한 '새로운 계산법'의 구체적 내용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지난 7일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미국 측에서 통상의 방위비분담금 틀에서 벗어나는 여러 요소를 얘기하는 것은 맞다"고 답했다.
민홍철 의원은 앞서 드하트와의 면담 사실이 알려진 직후 일부 언론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드하트 대표가 방위비분담금 액수는 밝히지 않았다"면서 "'한국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여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언급했다"고만 밝혀왔다.
방위비분담 협상이 한미 양측에 민감한 현안인 데다가 비보도를 전제로 한 면담이어서 민 의원도 사안 공개로 인한 파장을 의식해 당시에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진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해리 해리스(Harry Harris) 대사가 대사관저 만찬에 일부 국회 상임위원장을 초청해 드하트 대표와 함께 분담금 인상 압박을 가한 사실이 최근 언론에 잇따라 보도됨에 따라 민 의원도 비보도 면담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되었다.
드하트 대표는 서울에서 열린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협정(SMA) 합의를 위한 3차협상에 앞서 사전 여론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5일 방한했으며, 이날 면담은 미국 대사관측의 요청으로 성사되었다.
민 의원도 "드하트 대표가 한국당 측과도 만난 것으로 안다. 당초 조정식 의장과의 면담을 희망했으나 정책위의장이 만나는 것은 격에 맞지 않아 제2정조위원장이자 국방위 간사인 내가 만났다"면서 "미측의 요청으로 1시간 동안 미 대사관저에서 만나 드하트가 미측 입장을 죽 얘기하면 나는 우리 입장을 전달하는 방식이었다"고 밝혔다.
드하트 대표는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육군 법무감 출신인 민홍철 의원(경남 김해갑)은 군에서 법무관으로 25년 근무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전문가이다. 다음은 20일 오후 민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ㅡ드하트 쪽에서 먼저 만나자는 요청이 온 건가?
"그렇다. 그쪽에선 처음 여야 정책위의장을 만나려고 한 모양이다. 한국당은 정용기 의장을 만난 것으로 안다. 우리는 조정식 의장이 만나는 것은 격이 안맞다고 생각해 2정조위원장이자 국방위 간사인 내가 만나게 된 것이다."
ㅡ만난 날짜와 장소는?
"7일인가 8일인가에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1시간 동안 해리 해리스 미국대사 관저에서 만났다."(이후 7일로 확인됨 - 기자주)
ㅡ면담은 주로 분담금협상 관련이었나?
"그쪽에서 분담금협상 내용에 대해 죽 얘기하면 내가 우리측 견해를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개인적으로 군에서 25년 동안 법무관으로 근무하면서 SOFA(주둔군지위협정) 관련해 미군들과 토론한 경험을 전달하기도 했다.
ㅡ방위비분담협상과 관련된 핵심 워딩은 무엇이었나?
"드하트가 '신속한 타결과 창의적인 해법'을 강조하더라. 그래서 나도 신속한 합의타결에 동의한다, 그런데 창의적 해법은 뭐냐고 되물었다. 그랬더니 역외 미군 활동비, 한반도 주변의 전략자산 전개비, 사드(THAAD) 등 미사일방어망, Bridging Capability(연계보완 전력) 제공 비용, 미군 가족들 수반 비용 등을 죽 거론하며 호르무즈해협부터 말라카해협까지 미군이 광범위하게 활동하는데 그것이 다 한국의 이익에 부합된다. 이제 한국은 부자나라이니 그에 걸맞은 기여와 역할이 필요하다고 하더라."
ㅡ미측이 한국측에 제시한 구체적인 분담금 액수는 밝히지 않았나?
"내가 그래서 도대체 요구액이 얼마냐고 했더니 구체적인 액수는 얘기 안하고 웃기만 하더라. 그래서 그때 마침 미측이 47억 달러를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생각나서 47억 보도를 얘기하니 그 액수가 맞다 틀리다는 말은 안하고 '한국 언론의 취재원이 다양하고 정확하다'고 하더라."
ㅡ그래서 뭐라고 하셨나?
"그 액수는 우리 국민이나 국회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정치권도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내가 법률가여서 원칙과 법치를 중시하는데, 그것은 기존의 한미동맹 간 협정, 즉 한미 방위비분담협정(SMA) 틀을 벗어난 것이라고 반박했다. SMA 자체가 SOFA 5조의 예외인데 그것을 벗어난 50억 달러 요구는 '예외의 예외'를 두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ㅡ그런 지적에 드하트 대표는 수긍했나?
"그렇지 않다. 드하트가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분담금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있다면서, SMA에 규정된 기존의 △인건비(현금) △군사건설비(현물+현금) △군수지원비의 세 가지 분야에 추가해 '제4의 범주'를 생각하고 있다고 하더라. 그게 바로 앞에서 말한 역외 미군 활동 비용, 순환배치 비용, 전략자산 전개비, 사드(THAAD) 배치 비용, Bridging Capability 제공 비용, 가족들 수반 비용 등이다. SMA는 미국이 한국의 방위를 위해 지불하는 모든 것을 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건 우리가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 91년부터 올해까지 10차례에 걸친 모든 특별협정(SMA)에서 '주한미군에 수반된 비용에 한정한다'는 원칙이 항상 협정 전문에 명시돼 왔는데, 그건 SMA를 벗어난다고 했다. 또 법률가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SOFA는 물론. 상위법인 상호방위조약까지 개정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하니, 드하트가 자기는 그렇게 생각 안한다, SOFA를 개정하지 않고도 SMA 개정만으로 가능하다고 본다고 하더라."
ㅡ그래서 뭐라고 하셨나?
"그러면 우리 국회와 국민은 원칙을 벗어난, '예외의 예외'를 둔 협정을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한미동맹은 우리 안보의 생명줄이지만 미국도 한미동맹을 통해 세계전략과 국익을 실현하고 있다, 상호 이익을 최대한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에 한국 사람들은 '믿고 사는 단골손님'을 좋아하는데 단골손님과 거래하던 가게가 갑자기 가격을 2배로 올리면 단골손님의 발길이 다 끊긴다고 얘기했더니 반박하진 않고 웃기만 하더라."
ㅡ지난 제10차 SMA 협상 때는 우리측 협상 대표가 '과도하게 분담금을 인상하면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기 어렵다'고 하자, 미측 대표가 '당신들 국회에선 비준이 거부된 적이 한번도 없지 않냐'고 공개적으로 받아쳤다고 하던데 드하트가 국회 비준 동의 건도 이야기했나?
"면담에서 국회 비준 동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KPI뉴스 / 김당 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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