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모 칼럼] BTS, 열정으로 이룬 성공신화

UPI뉴스

| 2018-12-28 23:23:21

▲ 2018년은 누가 뭐라고 BTS의 해였다.  BTS는 그동안 한국의 가수가 이룰 수 없있었 세계정상에 우뚝섰다고 말할 수 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전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시사주간지 ‘타임’의 수식에 따르면 ‘차세대 리더’ 방탄소년단(BTS). 그들과 관련한 화제 가운데 으뜸은 그들의 오늘을 만든 원동력 즉 인기요인이 무엇이냐다. 지금까지 나온 분석들을 모아보면 세계에 고루 퍼져있는 팬덤과 SNS, 청춘의식을 담은 메시지, 흙수저 출신으로서의 신분상승 그리고 압도적 칼군무 퍼포먼스 등을 들 수 있다. 


모두 방탄소년단의 세계 음악시장 정복을 가져온 데 떼어낼 수 없는 요소들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여러 요인이 화학적으로 복합적으로 작용해 빚어진 산물이 분명하다.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방시혁 대표는 늘 BTS 제1의 승인으로 사회 관계망 서비스 즉 SNS를 꼽는다.

 

디지털 환경 덕에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속도와 규모로 방탄소년단의 춤과 노래를 또 그들에 대한 정보를 팬들이 접하면서 주도적으로 그 확산을 일궈냈다는 것이다. 한국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팬들 이른바 ‘아미’의 활약은 가히 절대적이었다. ‘가디언’이 내린 “방탄소년단의 아미는 과거 1960년대의 비틀스 마니아와 같다”는 분석은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관계망과 지원군이 막강해도 당사자인 예술가의 역량이 모자라면 신드롬은 기대할 수 없다. 방탄의 환상적인 무대 퍼포먼스 특히 이제는 그들과 동의어가 된 ‘칼 군무’는 장악력과 강인함에서 처음 본 사람들은 혼절할 정도로 경탄을 연발한다. 딴 아이돌 그룹과 확연히 다르다. 얼마 전 일본에서 거행된 엠넷아시안뮤직어워드(MAMA)에서 넋을 잃은 관객들은 “이런 춤은 태어나서 처음 본다!”고 했다. 


SNS를 통해 접한 영상과 음원으로 얻은 공감이 막상 공연으로 확인 검증하게 되면 그것은 경이로 이동한다. ‘리얼(Real)’의 감동이다. BTS의 북미 프로모션을 맡은 그래모폰미디어 에시 개지트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팬들은 늘 리얼을 선택한다. 미국 뿐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리고 지금 시대는 팬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이 있다” 확실히 BTS의 센세이션은 매체의 선택이 아니라 팬들에 의한 (공정한) 선택이다. 


그럼 칼 군무의 경이적 퍼포먼스를 가져온 요소는 무엇인가. 여기서 BTS가 포획한 세계적 성공의 진정한 이유를 이끌어낼 수 있다. 멤버들은 언젠가 “우리는 딴 아이돌 그룹과 다를 게 없다. 다만 열심히 할 뿐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게 중요하다. 청춘성의 핵심인 열정. 청춘성(youth)은 어려움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그 ‘열정’의 가치에서 정점을 찍는 것 아닌가.


그들은 애초 힙합 그룹이란 정체성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아이돌 댄스팀으로 조정국면으로 들어갔을 때 춤꾼이 아닌 멤버들이 선택해야 할 것은 당연했다. 절대적으로 요구된 댄스역량을 갖추기 위해선 ‘죽어라’ 연습에 연습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초기에 하루 12∼13시간 댄스훈련에 몰입했다고 기획사는 밝힌다. 이건 살인적이라 할 강훈(强訓)이다. 지금도 그들은 어마어마할 연습량을 소화한다고 한다. 

 

 

▲ 방탄소년단(BTS)이 2018년 9월 24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니세프의 새로운 청소년 어젠다인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Generation Unlimited)’ 파트너십 출범 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팬들이 주지하다시피 방탄소년단은 올해 시상식과 연말행사에 모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스무군데가 훨씬 넘는 그 자리에 같은 메뉴로 임하지 않고 매번 다르게 하기 위해선 쉴 새 없이 호흡을 맞춰야 한다. 행사 주최측이 일제히 BTS에게 고마움과 찬사를 표하는 것은 이러한 성의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그들 노래 제목처럼 ‘피, 땀, 눈물’을 쏟아내야 한다. 이 열정이 바로 그들의 자산이다.


서구 언론이 방탄소년단에 주목하는 것은 어쩌면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미덕이라고 할 ‘열정’일 것이다. 빈익빈 부익부와 양극화의 모순을 상쇄하는 것은 그나마 열심히 하면 소외 빈곤계층도 ‘신분상승’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비틀스 신화의 공통분모가 다름 아닌 이 지점이다.

 

비틀스는 최고로 부상하기 전 무명시절에 독일 함부르크 클럽에서 배를 곯아가며 하루 10시간을 연주했다. 멤버 조지 해리슨은 자서전에 “그 시절 너무 고되 차라리 매니저가 칼로 날 찔러 죽이기를 원했다”고 썼다. 아마도 서구음악계는 엘비스와 비틀스처럼 흙수저 출신인 BTS로부터 열정의 가치를 발견한 것 아닐까. 


빌보드는 작년 BTS를 사회의식을 표현하는(socially conscious) 그룹으로 정의했다. ‘난 육포가 좋으니까 6포 세대/ 언론과 어른들은 의지가 없다며 우릴 싹 주식처럼 매도해..’(‘쩔어’), ‘열일 해서 번 나의 pay/ 전부 다 내 배에/ 티끌 모아 티끌 탕진잼 다 지불해/ 내버려둬 과소비 해버려도…’(‘고민보다 Go’) 등 전작들도 그랬지만 올해 내놓은 곡 ‘낙원’도 마찬가지다. ‘꿈이 뭐 거창한 거라고/ 아무나 되라고/꿈이 없어도 괜찮아/ 네가 내뱉는 모든 호흡은 이미 낙원에….’ 


고통스런 현실에 주저앉고 싶은 젊음은 세상에서 가장 약한 영웅 호빵맨(‘앙팡맨’)을 얘기하고 소행성으로 전락한 명왕성(‘134340’)을 안는 그들의 메시지에 힐링과 위로를 얻는다.

 

결국 이미지와 메시지가 톱니바퀴처럼 조화롭게 맞물리면서 BTS 글로벌 센세이션이 주조된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고 포장된 이미지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질박하고 순수한 느낌을 준다.

 

결론적으로 그들의 성공요인은 허구 아닌 실제, 가짜가 아닌 진짜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 BTS는 ‘리얼’ 그룹이다.

 

임진모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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