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2만여명 항의 시위
박지수
| 2018-08-18 22:25:16
김지은 씨 "죽어야 미투운동 인정받을 수 있나" 편지
주말 서울 도심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무죄 선고 등에 항의하는 여성들의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18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미투운동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못 살겠다 박살내자’라는 이름의 집회가 각종 여성단체 회원과 시민 등 2만 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안 전 지사에 무죄 판결을 내린 재판부를 규탄하고, 2차 피해를 양산한 언론과 연극계·영화계 등의 성폭력 사건을 비판했다.
이날 집회는 오는 25일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로 열릴 예정이었지만, 지난 14일 안 전 지사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내려짐에 따라 일정을 앞당겨 개최한 것이다.
이날 집회는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 한쪽 끝과 인도 위에 200여 명이 모여앉아 시작됐으며 참가자들은 계속 늘어나자 경찰이 도로 위 3차선까지 안전펜스를 설치해 이들의 시위를 보호했다.
이들의 집회 대열은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경찰박물관 방향으로 200m 이상 길게 늘어섰으며 참가자들은 ‘사법부는 유죄다’ ‘안희정은 유죄다’ ‘이윤택도 유죄다’ ‘너희는 모두 유죄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사법부와 성폭행 혐의자들을 규탄했다.
안희정 전 지사의 비서로 성폭행 피해를 고발한 김지은씨는 이날 집회에 보낸 편지에서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메세지를 전했다.
김씨는 이 편지에서 “힘을 내고 살아내겠다고 했지만, 건강이 온전치 못하고 분노에 휩쓸려 살아내기가 너무 힘들다”며 “죽어야 제대로 된 미투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이 악몽이 언제쯤 끝나고 일상은 언제 찾아올 것일지 생각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이어 “세 분 판사님들은 검찰이 재차 확인한 증거들을 봤나. 듣지 않고 확인하지 않으면서 왜 묻나. 왜 내 답변은 듣지 않고 가해자 말은 귀담아 듣는가”라며 재판부를 비판했다.
고은 시인의 성추행을 주장한 최영미 시인은 단상에 올라 미국의 시인 마야 앤젤루의 ‘그래도 나는 일어서리라’를 낭독하며 “안희정에 대한 무죄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여성의전화 고미경 상임대표는 “여성은 국민이 아니냐. 사람이 먼저라는 이 정부에서 여성은 사람이 아니냐”며 “여성에 대한 폭력은 여전히 사소하고 개인적인 일이냐”고 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자유 발언이 이어진 뒤 집회 참가자들은 광화문-인사동-종로2가 등을 지나 서울역사박물관으로 돌아오는 거리행진을 저녁 늦게까지 벌였다.
KPI뉴스 / 박지수 기자 pj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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