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들 '코피노'로 속이고 필리핀에 유기한 부모 기소

임혜련

| 2019-07-16 21:41:45

필리핀 보육원에 유기…여권 빼앗고 귀국후 연락처 바꿔
"영어 능통하도록 유학 보낸 것"…부부, 유기 혐의 부인

정신장애가 있는 친아들을 '코피노'(필리핀 혼혈아)라고 속여 필리핀 현지 보육원에 보내고 연락을 끊은 혐의를 받는 부부가 4년 만에 검찰에 붙잡혔다.


▲ 정신장애가 있는 자신의 친아들을 '코피노(필리핀 혼혈아)'로 속여 필리핀 등지에 수년 동안 유기한 부부가 검찰에 붙잡혀 재판을 받게 됐다. [UPI뉴스 자료사진]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윤경원 부장검사)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아동 유기·방임)로 아버지 A 씨(47)를 구속기소하고, 어머니 B 씨(48)를 불구속기소 했다고 16일 밝혔다.

A 씨 부부는 2014년 11월께 정신장애가 있는 친아들 C(당시 10살) 군을 '코피노'로 속여 필리핀에 보낸 후 수년간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 등은 지난 2011년 둘째 아들 C 군이 취학 연령에 이르자 경남 한 어린이집에 맡겼다. 지난 2012년에는 충북 한 사찰에 양육비 수백만 원을 주고 C 군을 맡긴 뒤 방치하다가 사찰 측 항의를 받고서야 C 군을 집으로 데려갔다.

이후 A 씨는 C 군을 '편부 슬하의 코피노'라고 속인 채 필리핀에 사는 한국인 선교사에게 맡겼다.

A 씨는 "엄마가 없어 제대로 키우기 힘들다"며 양육비 3500만 원을 주고 떠났고 선교사가 자신을 찾지 못하도록 출국 전 미리 아이 이름을 바꿨다.

또 아이가 귀국하지 못하도록 여권까지 빼앗았고 국내에 들어온 후 휴대전화 번호 등 연락처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으로 부임한 선교사는 C 군을 부모에게 돌려보낼 방법을 찾지 못했고 결국 지난해 8월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필리핀에 버려진 한국 아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를 본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이 '아동유기 의심사건'으로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외교부 등과 함께 C 군을 4년 만에 한국으로 데려왔고 수소문 끝에 A 씨 소재를 찾았다.

검찰은 A 씨 등이 국내에서 아이를 유기하고 되찾아오는 상황이 반복되자 해외 유기를 결심하고 범행한 것으로 보이며 C 군이 필리핀 보육원에서 방치된 사이 나머지 가족들은 괌 태국 등지로 해외여행을 다니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수년간 부모로부터 보살핌을 받지 못한 C군은 필리핀 선교사가 운영하는 시설과 캐나다인이 운영하는 보육원을 전전하는 과정에서 정신장애가 더욱 악화됐고, 왼쪽 눈은 실명 상태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C 군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집에 가면 아빠가 또 다른 나라로 데려가 버릴 것"이라며 "아빠한테 제발 보내지 말라"고 가정 복귀를 완강하게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조사에서 A 씨 부부는 "아이가 불교를 좋아해서 템플스테이를 보냈고, 영어에 능통하도록 필리핀에 유학 보낸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C 군은 학대피해아동쉼터를 통해 정신병동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며 아동보호기관과 협력해 의료·심리지원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KPI뉴스 / 임혜련 기자 i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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