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장 김문수 거취, 국힘 진로는…책임 논란과 당권투쟁 불가피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 2025-06-04 02:11:39
"이재명 축하드린다"…정동영·홍준표 vs 이재명 양갈래 길
尹 탄핵 찬반 비윤·친윤계, 책임 전가 예상…당권투쟁 전초전
국힘, 출구조사 발표에 한숨·침묵…배현진 쓴소리, 유상범 "반성"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지난 3일 치러진 21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졌다.
김 후보는 패배가 확실시되는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를 찾아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대선 결과 승복을 선언한 것이다.
김 후보는 "그동안 저에게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성원을 잊지 않겠다"며 "저를 선출하셔서 함께 뛰어주신 당원 동지 여러분의 헌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를 향해선 "당선되신 이재명 후보님, 축하드린다"고 전했다. 김 후보는 "대한민국이 어떤 위기에 부딪히더라도 국민의 힘으로 위대한 전진을 계속해왔다"며 "부족한 저에게 과분한 성원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거듭 인사했다.
방송3사가 전날 오후 8시 발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1, 2위 득표율 격차가 12.4%포인트(p)로 예측됐다. 그런데 개표가 88.5%가 진행된 이날 오전 1시57분 현재 이 후보는 48.4%, 김 후보는 42.7%를 기록했다. 격차가 6%p에 못미친다. 5~6%대 격차가 몇 시간 동안 이어졌다.
득표율 격차에 따라 김 후보 거취는 유동적이다. 통상 대권 후보는 출마 경험과 득표율을 자산으로 당권을 노릴 수 있는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이는 차기 대권 도전의 유리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득표율 차가 크지 않는 패자가 해당된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0.73%포인트(p)차로 석패한 이재명 후보가 비근한 사례다.
크게 지면 사정은 다르다. 각각 17대와 19대 대선에서 대패한 민주당 정동영 의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다음 기회를 잡는 데 실패했다. 김 후보가 어떤 상황에 처하고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된다. 일단 패장으로서 책임론이 제기돼 입지를 위협할 수 있는 처지에 직면할 수 있다.
더욱이 김 후보는 당내 기반이 약하다. '김문수계'라고 할 만한 현역 의원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런 만큼 그가 당장 차기 당권을 차지할 가능성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김 후보가 열악하고 불리한 여건에서 출마한 만큼 나름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특히 당 주류인 친윤계가 '한덕수 단일화 카드'를 밀어붙이려다 치명적인 '적전분열'의 모습을 연출해 패배 책임론이 김 후보에게로만 쏠리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재명 후보가 압승한 것은 12·3 비상계엄에 대한 '심판 민심'을 등에 업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친윤계가 참패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친윤·비윤 계파간 갈등과 대립이 패인이라는 지적도 많다. 탄핵을 찬성했던 비윤계는 철저한 사죄·반성을 통해 중도층 표심을 얻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친윤계는 그러나 강성 지지층에 기대 탄핵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부끄러운 대선 성적표를 놓고도 친윤, 비윤계는 책임을 전가하며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당권을 겨냥한 전초전 성격이 다분하다.
국민의힘은 그간 임시적인 비대위 체제로 운영돼 왔다. 대선이 끝났기 때문에 당은 전당대회를 열어 정상적 지도체제를 꾸리는 수순을 밟게 된다. 당권 장악을 위한 계파 전쟁이 불가피한 셈이다.
친윤계는 대선 국면에서도 당권을 겨냥해 움직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당의 단일 후보로 미는 무리수를 둔 것도 당권용 포석이라는 얘기가 파다했다. 당내 기반이 없는 한 전 총리를 통해 차기 당권을 장악하려한다는 게 비윤계 시각이었다.
'계엄·내란 정당' 이미지가 굳어진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이 강해 향후 진로가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전 대통령은 물론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여러 사건에 연루돼 검찰 수사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 국민의힘 위상은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대로라면 내년 지방선거 전망도 어둡다. 당을 이끌며 국민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인물과 세력이 절실하다. 보수 진영에서 정계개편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친한계 배현진 의원은 SBS에 출연해 "패배에 확실히 책임을 지고 명분을 되찾을 수 있어야 미래를 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상범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깊이 사죄드린다"며 "저희가 많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결과를 뼈아픈 반성과 성찰의 기회로 삼아 더 낮은 자세로 민심을 제대로 듣고, 부단히 개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홍 전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두 번 탄핵 당한 당이었지만 상대가 이재명 후보라서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게임이었는데 아쉽게 됐다"고 밝혔다.
홍 전 시장은 "박근혜 탄핵 때 해체되도록 방치하고 새롭게 다시 판을 짜야 했는데 기껏 살려 놓으니 온갖 잡동사니들이 3년간 분탕질만 치다가 또다시 이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병든 숲은 건강한 나무만 이식하고 불태워야 한다"면서 "계속 방치하면 그 산 전체가 병든다"고 주장했다. 친윤계에 대한 질타로 읽힌다.
국민의힘은 방송3사 출구조사가 발표되자 충격에 휩싸였다.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개표 상황실에 있던 일부 당직자는 한숨을 쉬었고 고개를 젓기도 했다. 출구 조사 발표 후 10분쯤 지나자 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주요 당직자들이 차례로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나경원 선대위원장은 KBS 인터뷰에서 "오차 범위 내에서 다소 열세나 다소 앞서는 것으로 나올 줄 알았는데, 상당히 많은 차이가 나온 것은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어 "다소 충격적"이라면서도 "마지막까지 조용히 결과를 기다려보겠다"고 말했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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