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하정우의 영화인생 15년, ①용서받지 못한 자~더 테러 라이브
홍종선
| 2019-01-02 09:50:08
#들어가며
본명 김성훈을 뒤로 하고 하정우라는 이름으로 단역부터 조연, 그리고 주연에 이르기까지. 배우 하정우는 지난 2003년부터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어느덧 주연작 누적 관객 수 1억명을 넘어선 '믿고 보는 배우'로 등극했다. 최근엔 여러 배우에게 이 수식어가 붙지만, 대중이 본격적으로 이 타이틀을 선사한 건 배우 하정우가 시작이었다.
하정우의 최근작들을 보면 도전에 도전. 하정우 자신은 "나의 도전에 의미를 둔 게 아니라 관객에게 조금 더 재미있는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의 결과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블루매트 위에서 맨손을 휘둘러 광선검을 들더니('신과 함께') 흡사 게임화면 같은 흔들리는 영상 속으로 들어갔다('PMC: 더 벙커'). 한국영화의 미래를 열어가는 노력이자 미래 한국영화산업의 주축이 될 1020 관객들을 주인공으로 세우는 작업이다. 'PMC: 더 벙커'의 관객맞이가 한창인 2019년 벽두, 톱스타지만 그저 배우의 길을 가고 있는 '하정우의 15년'을 돌아봤다.
1. 용서받지 못한 자, 유태정
탄탄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미처 기억하지 못한 배역을 연기하던 하정우가 인지도를 부쩍 올리게 된 건 2005년 개봉한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감독 윤종빈, 제작 에이앤디 픽쳐스, 배급 청어람㈜)를 통해서다. 말년 육군병장 태정과 후임이자 중학교 동창 승영(서장원 분), 승영의 후임인 지훈(윤종빈 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속에서 하정우는 분대장 유태정, 그리고 제대 후 민간인이 된 태정을 연기한다. 하정우의 말년병장 연기는 아직까지 인터넷을 떠돌 정도로 실감나다. 검은 비닐봉투(왠지 봉타리라고 해야할 것 같은 느낌) 덜렁 들고 예비역 태정으로 분한 하정우의 모습은 새로운 류의 연기 유형을 맛보는 재미를 관객에게 선사하며 신선한 충격을 안긴다. 어디서 저런 배우가 나타났을까, 말 그대로 신성의 출현이다. 날것 그대로를 담은 듯한 연기를 펼쳤지만 관객 수는 1만790명.
하지만 평가는 좋다. 개봉 전후로 영화를 접한 관객들은 "하정우 여기 나올 때부터 뜰 줄 알았다"(아이디 kck1****), "하정우, 전설의 시작"(아이디 iufe****), "진짜 최고다! 하정우는 만능인 듯. 몰입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아이디 craz****)며 미래의 재목을 알아본 기쁨을 표출했다.
2. 두 번째 사랑, 김지하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던 하정우는 지난 2007년 한미합작영화 '두 번째 사랑'(감독 김진아, 제작 ㈜나우필름‧VOX3FILMS, 배급 ㈜프라임 엔터테인먼트)에서 김지하 역을 맡는다. 이번 'PMC: 더 벙커'의 영어, '아가씨'의 일어 이전 첫 번째 외국어 연기다. 아이를 잉태하고 싶어 하는 백인 여자(베라 파미가 분)에게 정자 제공의 제안을 받게 되는 불법체류자 지하는 어쩌면 'PMC: 더 벙커'의 에이헵이 민간군사기업의 용병으로 발탁되기 전의 모습일 수도. 한국에서 밀려나 도망간 미국에서 뿌리내리지 못하는 한국인의 모습을 차분하면서도 처절하게 연기, 영화의 분위기와 톤을 구축한다. 관객 수 9만9430명으로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으나 영화는 작품성과 하정우의 내면 연기로 주목받는다.
누리꾼들은 "하정우의 눈빛 연기가 돋보였던 영화"(아이디 paus****), "하 배우 영화 중 제일 좋았다. 제발 멜로 해 주시길. 2년에 한 번 아니 4년에 한 번이라도 멜로 해 줬으면 좋겠다"(아이디 sube****) 등의 그리움을 전하고 있다.
3. 추격자, 지영민
10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눈빛, 떠올리는 것만으로 뒷목이 서늘한 연쇄살인범 지영민. 하정우는 '두 번째 사랑' 바로 다음해인 2008년 영화 '추격자'(감독 나홍진, 제작 ㈜영화사 비단길, 배급 쇼박스)로 우뚝 선다. 사이코패스 지영민을 연쇄살인마 공식에서 벗어나 차갑게 표현하며 한국 영화계를 뒤흔든다. 유영철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전직 형사였던 보도방 주인 엄중호(김윤석 분)이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를 추격하는 영화 속에서 하정우는 지금까지 영화계에 없던 새로운 살인마의 모습을 그려내고 대중은 하정우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된다.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다. 하정우 사이코패스 연기 정말 대박이다"(아이디 wrkx****), "하정우의 소름 돋는 그 연기,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아이디 male****). 긴 말이 필요 없는 열광 속에 관객 수는 500만을 훌쩍 넘어섰다(507만 1619명).
4. 비스티 보이즈, 유재현
2008년에는 하정우 주연의 많은 영화가 개봉한다.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호흡을 맞췄던 윤종빈 감독과 '비스티 보이즈'(감독 윤종빈, 제작 와이어투와이어 필름,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로 다시 뭉쳐 지질한(흔히 찌질한) 호스트 유재현 역으로 다시 한 번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용서받지 못한 자'의 유태정이 서른을 넘기며 유재현이라는 이름으로 밤이면 뭇 호스트들의 '큰언니'가 되는 걸까. 징글맞게 능글맞은 유재현은 하정우 특유의 손짓과 입담으로 우리를 금지된 장소 안쪽으로 깊숙이 안내한다.
"하정우의 지질한 연기는 최고"(아이디 sfch****), "보면 볼수록 신선하다. 하정우 연기가 물오르는 단계를 직접 경험한 느낌"(아이디 spri****) 등의 호응 속에서도 관객 수는 아쉽게도 72만7409명.
5. 멋진 하루, 조병운
그해 관객들은 그토록 칭찬했던 배우 하정우의 '지질한 연기'를 다시 한 번 맛보는 행운을 얻는다. 2008년 9월 개봉한 '멋진 하루'(감독 이윤기. 제작 스폰지 Ent,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는 하정우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를 십분 즐길 수 있던 작품. 타이라 아스코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노처녀 김희수(전도연 분)가 1년 전 헤어진 애인 조병운(하정우 분)에게 꿔 준 돈 350만원을 받겠다고 찾아오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새 병운은 결혼했다 두 달 만에 이혼하고 한 몸 누일 방조차 없어 여행가방 들고 경마장이나 떠도는 신세. 그냥 튀면 그뿐이거니 했더니 웬걸 꼭 갚겠다고 나서는데, 변제 방법이 기가 막힌다. 화려한 여자 인맥을 활용해 가가호호 방문에 나서는데 하정우의 어떻게 해도 밉지 않은 능청 입담에 관객은 녹다운(knock down) 되고 만다. 배꼽을 잡다 눈물을 찍다 보면 소름이 돋는다, 어느 젊은 배우가 천하의 전도연에게로 향하는 시선을 제게로 돌릴 수 있단 말인가.
넉살 좋고 낙천적인 백수 조병운, 돈 받으러 나섰다 어느새 병운과 함께 돈 꾸러 다니게 된 김희수의 찰떡 호흡이 불러들인 관객은 39만7387명. 극장에서 내린 후 스크린 외 단말기를 통해 본 횟수가 더 많으리라 예상되는 '멋진 하루' 역시 하정우에겐 호평 흥행작이다. "하정우의 수많은 흥행작들이 있지만 연기력으로만 봤을 땐 단연 '멋진 하루'가 1등이다"(아이디 dpfp****), "나는 하정우가 이런 연기를 할 때 제일 좋다"(아이디 lail****)와 같이 하정우 팬들의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작품으로 손꼽힌다.
6. 국가대표, 차헌태
대한민국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이 겪은 실화에 영화적 상상을 보태 재구성한 '국가대표'(감독 김용화, 제작 KM컬처, 배급 쇼박스)는 2009년 개봉해 848만7894명의 흥행을 기록한 이른바 '대박영화'다. 미국 주니어 알파인스키 선수 출신의 입양인 차헌태(미국이름 밥, Bob) 역을 맡은 하정우는 진지하면서도 위트 있는 연기를 선보여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끈다. 엄마를 찾아 한국에 온 밥의 이야기라는 감성적 축에 스키점프라는 시원하면서도 속도감 넘치는 볼거리는 관객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 TV화면이 아닌 스크린의 장점을 십분 살려 우리가 돈 내고 극장나들이를 하는 보람을 충족시켰다.
영광 뒤엔 숱한 땀이 있다. 당시 배우들은 고교 스키점프 선수들과 함께 합숙하며 기초체력 훈련부터 스키점프 기술 훈련에 임한다. 비인기종목의 국가대표 선수들의 고난과 피땀을 관객에게 오롯이 전하기 위한 노력이다. 함께 출연했던 배우 김동욱은 "정우 형은 배우가 아니라 선수급의 체력과 운동신경을 보였다. 촬영에 필요한 만큼이 아니라 새벽부터 선수들과 함께 움직였다. 우리가 태릉인이라 불렀고 현장의 모든 사람들이 혀를 내둘렀다"고 회상한다. "나를 하정우에게로 이끌어준 첫 번째 영화" (아이디 herm****), "하정우를 알게 된 내 인생영화"(아이디 heey****) 등의 글에서도 알 수 있듯 미처 '추격자'로 하정우를 마음속에 저장하지 못한 관객들의 마음을 훔친 흥행작이 '국가대표'다.
7. 황해, 김구남
이듬해 2010년에는 나홍진 감독의 두 번째 작품 '황해'(감독 나홍진, 제작 ㈜팝콘필름, 배급 쇼박스)를 통해 관객을 만난다. '추격자'에서 호흡을 맞췄던 하정우, 김윤석이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옌변에서 택시운전을 하며 살아가는 구남(하정우 분)이 살인청부업자 면가(김윤석 분)에게 누군가를 죽이고 오라는 제안을 받으며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하정우는 빚 때문에 황해를 건너 온, 내면엔 돈 벌러 집을 떠난 아내를 찾아 한국으로 온 구남으로 분해 점점 더 처절한 상황으로 치닫는 인물의 변화를 밀도 있게 그려낸다.
김이며 감자, 총각무를 허기진 배로 맛나게 먹던 구남으로 '먹방 하정우'의 애칭을 안긴 '황해'. 주차된 자동차에 몸을 가리고 자신이 노리는 타깃의 집을 흘끔거리며 편의점에서 산 소시지를 맛나게 먹는 하정우의 모습에서 찰리 채플린이 보이는 이 영화의 관객 수는 226만512명. 그러나 "하정우 연기, 정말 아무나 범접할 수 없다"(아이디 high****), "후반부로 갈수록 분노하는 하정우의 연기는 정말 대단하다"(아이디 qpt9****)며 엄지를 세우는 관객들이 줄을 선 바, 연기파 배우의 각인을 새긴 작품이다.
8. 범죄와의 전쟁, 최형배
그리고 2012년. 하정우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감독 윤종빈, 제작 쇼박스‧㈜팔레트 픽처스, 배급 쇼박스) 최형배 역으로 또 한 번 인기 급물살을 탄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를 배경으로 반쪽짜리 건달 최익현(최민식 분)과 그를 캐스팅한 건달 최형배(하정우 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에서 하정우는 부산 최대 조폭 두목의 위엄을 발산하는 굵직한 연기를 선보인다. 대선배 최민식을 스포트라이트 자리에 세우고 김성균, 조진웅, 곽도원을 스크린 안으로 불러들이고 자신은 한 발 뒤에 서지만, 관객은 최형배의 빼갈잔에 눈길을 보내고 그가 마신 짬뽕 국물에 입맛을 다신다.
▲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시작되었다는 마피아. 시칠리아인으로 보이는 건 기분 탓?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생시대 스틸컷]
마치 한국의 거친 조폭이 아니라 아름다움과 자랑의 뜻을 지녔다는 이탈리아 마피아가 부산에 온 듯 수트 패션도 멋졌던 하정우. "어떤 걸 맡겨도 잘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는 윤종빈 감독의 믿음을 배반하지 않는 다재다능한 모습으로 관객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 관객 수 472만50명. "최민식 포스에 절대 눌리지 않는 하정우. 정말 대단하다"(아이디 jsa1****), "영화 '추격자' 이후 하정우라는 배우를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살아있네~"(아이디 zxvt****) 등의 반응을 보면 연기력과 대중적 인기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
9. 베를린, 표종성
2013년 개봉한 영화 '베를린'(감독 류승완, 제작 ㈜외유내강, 배급CJ 엔터테인먼트)의 표종성 또한 잊기 어렵다. 거대한 국제적 음모가 숨겨진 운명의 도시 베를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정체를 숨긴 고스트 비밀요원 표종성(하정우 분)과 그를 뒤쫓는 한국 첩보원 정진수(한석규 분)의 대결. 하정우는 최민식에 이어 한석규, 대한민국 명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강렬한 캐릭터와 화려한 액션 연기를 과시한다. 관객 수 716만6521명. 하정우는 이 영화로 당대 최고의 흥행배우로 입지를 굳힌다.
쏟아지는 총탄 속, 욕실 모퉁이에 전지현을 세우고 온몸으로 막아선 하정우의 든든한 등에 여심은 흔들린다. 러시아로 간 표종성, 총을 들고 누비는 스파이 하정우를 기다리며 2탄을 고대하는 남녀불문의 팬들이 많음은 물론이다. "하정우, 전지현은 항상 옳다"(아이디 vvol****), "하정우의 연기 덕에 몰입해서 봤다"(아이디 diie****), "하정우가 이렇게 액션 연기도 잘할 줄은"(아이디 thd*****)처럼 호평 일색.
10. 더 테러 라이브, 윤영화
같은 해 개봉한 '더 테러 라이브'(감독 김병우, 제작 씨네2000,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주연배우로서 하정우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했다는 평을 얻는 영화다. "마포대교를 폭파하겠다"는 테러범의 협박과 라디오 쇼 호스트 윤영화의 일대일 대응구도에 바탕을 둔 재난스릴러. 하정우는 방송사 간판 앵커로의 복귀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기주의적 윤영화를 맡아 이른바 '원맨쇼'를 펼친다. 실시간으로 TV 생중계되는 위험 상황, 라디오 부스에 갇힌 채 책상 위아래로 넘나들며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선보인다.
혼자서도 영화의 극적 에너지를 높이고 관객의 긴장감을 쥐락펴락하는 하정우 덕에 같은 시기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맞붙었음에도 558만4139명의 선택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 "역시 하정우다. 마지막 장면 끝나고 엔딩 크레딧에 '하정우'라고 뜨는데 소름이 쫙"(아이디 jihe****), "연기력 하나만으로 2시간을 채울 수 있는 배우가 또 있을까? 하정우 더 흥했으면"(아이디 limc****), 연기력에 대한 칭찬이 쏟아졌다.
[신년기획] 하정우의 영화인생 15년, ②군도: 민란의 시대~PMC: 더 벙커 로 계속됩니다.
K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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