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반발에 흔들리는 '광주형 일자리'
김이현
| 2019-02-20 08:30:25
"새로운 경제모델" vs "나쁜 일자리"
전문가 "시도는 좋지만 풀어야 할 과제 산적"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노조가 광주형 일자리 반대를 위한 '3년 투쟁'을 돌입한다. 광주형 일자리를 '나쁜 일자리'로 규정하고 철회를 위한 총파업을 선언한 것이다.
현대·기아차노조와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19일 성명을 내고 "광주형 일자리는 나쁜 일자리와 사회 양극화 확대, 소득 불평등 성장을 촉진한다"며 "광주형 일자리 공장이 완공되는 2021년까지 총력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작도 하기 전에 광주형 일자리가 흔들리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란
광주형 일자리는 지역사회의 새로운 경제모델이다. 노동자 임금을 낮추는 대신 주택·교육·의료 등을 지원해 실질 임금을 높이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광주시가 21%, 현대차에서 19%의 지분을 출자해 각각 1·2대 주주로 참여하는 완성차 공장 합작법인은 2021년부터 경형 SUV를 생산할 예정이다. 노·사·민·정이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 쟁점이었던 근로시간 주 44시간에 초임 연봉 3500만원 조건에 합의했다. 여기에 누적 생산 35만대 달성까지 유지한다는 조항을 통해 사상 초유의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기대할 점은 지역사회 전체의 변화다. 계획대로라면 연간 10만대 차량 생산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용안정을 도모한다. 또한 적정임금을 통해 기업 간 소득격차를 줄이고 지역 발전에도 이바지한다. 대통령도 여기에 힘을 실었다. 광주형 일자리 투자협약식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혁신적 포용국가로 가는 매우 중요한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 광주형 일자리 타결 소식에 군산, 구미, 대구, 거제 등 여러 지역에서 광주형 일자리와 유사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는 추세다.
무엇이 문제인가
노조가 '나쁜 일자리'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른바 '반값 연봉'이 전체 근로자의 임금 하향평준화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는 전체 노동자 임금을 하락시키고, 지역별 저임금 기업유치 경쟁을 초래해 자동차 산업을 공멸시키는 치킨게임을 유발한다"고 비판했다.
초임 연봉을 절반으로 낮추는 것은 문재인 정권의 핵심정책인 소득주도 성장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업체 5곳의 연간 평균임금은 2017년 기준 9072만원으로 2005년과 비교해 81.1% 올랐다. 일본 토요타(8503만원)와 독일 폭스바겐(8340만원) 등 주요 경쟁업체의 연봉을 웃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신설 공장의 '지속 가능성'과 더불어 국내 자동차 시장의 흐름도 불안한 요소다. 현대차는 연간 1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신설 공장에서 1000㏄ 미만의 경형 SUV를 위탁 생산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생산시설이 남아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공급과잉의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광주형 일자리가 생겨나면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는 얘기다. 2021년에는 수소차·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자동차가 시장의 판세를 쥘 것으로 보여 중도좌초하거나 실패하면 한국 자동차 산업 전체의 위기가 온다고 우려한다.
"넘어야 할 산 첩첩"
광주형 일자리가 안착한다면 향후 제2, 제3의 지역사회 모델로 확대될 수 있다. 낙관만 할 수는 없다. 광주형 일자리가 자리잡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모델로서 광주형 일자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풀어야 할 숙제가 훨씬 많다고 강조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광주형 일자리는 국내 자동차 생산성을 끌어 올리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외국기업의 국내 투자를 끌어들이는 유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국내 자동차 산업은 고비용·저생산 구조가 장기화하면서 갈수록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강성노조의 반대, 생산 물량 확보, 노동법 위반 여부 등 한두 가지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공장 신설 이후 생존가능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전에 제2,3의 광주형 일자리를 말하는 건 앞서가는 논리"라고 선을 그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관건은 합리적인 가격·품질을 갖춘 차량을 생산하고 판매처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차가 잘 팔리면 광주형 일자리는 전국으로 확산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지만, 판매처를 못 뚫으면 결국 5년 후 공장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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