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시사회…스크린 밖 '가족 희비극'이 떠오른 까닭
김혜란
| 2019-05-28 21:47:42
CJ의 '아스달 연대기', 부당노동 의혹으로 다른 행보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되게 큰 영화적 모험이었다.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그 많은 예술가들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지원해준 CJ 식구분들도 감사하다."
지난 25일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 남긴 말이다.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공수해온지 사흘째인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생충' 언론·배급 시사회에서는 칸에서 못다한 이야기가 오갔다.
기자는 우선 '그 많은 예술가들'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제작 환경에 관해 물었다. 이번 영화는 2년 전부터 정착된 '표준근로계약서' 작성으로도 화제가 됐다.
봉 감독은 "(나 자신과) '기생충'이 한국 표준 근로 정착에 있어서 선구자적인 특별한 노력을 한 건 아니다"고 운을 뗐다. 그는 "2014년부터 영화산업노조를 중심으로 논의가 돼서 2017년경부터는 확실히 근로 시간이나 급여에 대해 잘 정리되어서 전체 영화계가 그렇게 움직이고 있었다"며 영화노동자들이 일궈낸 성과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기생충도 그 흐름에 따라 그대로 잘 지키며 작업을 했다. 나는 '설국열차'나 '옥자'를 하며 해외 스태프와 함께 같은 형태의 규정과 조항에 따라 정확하게 일하는 것에 훈련이 된 상태로 한국에 왔는데, 한국에서도 이미 그 시스템이 정착돼 가고 있었다"고 부연했다.
기자가 던진 또 다른 질문은 봉 감독이 '식구'라 칭한 CJ에 대한 거였다. 최근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로 부당 노동 논란에 휩싸인 CJ엔터테인먼트를 겨냥한 것이었다.
540억 원이 투입된 대작으로 알려진 드라마다. 하지만 촬영장에서는 '잠을 못 잔다', '식사도 제대로 못 한다'는 스태프들의 곡소리가 흘러나왔다. 주당 150시간이 넘는 강행군에 안전사고가 발생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결국 지난달 10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와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측은 이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을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으로 고발했다.
봉 감독은 일단 '방송판'은 잘 알지 못한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이어 "TV 드라마 쪽도 (표준근로계약 작성 등) 논의가 활발하게 되는 거로 안다"며 "빨리 협의가 이뤄져서 영화계처럼 잘 정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 섞인 소망을 전했다.
같은 날 '아스달 연대기'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연출을 맡은 김원석 PD는 '부당 노동' 논란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간담회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기생충' 시사회 포토월에 붙은 문구가 떠올랐다. 봉준호 감독 머리 위로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가족희비극'과 '제공·배급의 CJ 엔터테인먼트'란 두 줄이 묘한 대비와 공존을 이뤘다.
30일 개봉하는 '기생충'은 빈과 부의 모습을 띤 기택(송강호)네 가족과 박 사장(이선균) 가족의 기이한 만남을 담은 영화다.
영화노동자들이 일군 성과와 공정한 노동 환경에서 만들어진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품은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영화 밖에서 벌어지는 '영화판'과 '방송판'이란 '두 가족의 희비극'도 함께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K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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