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풀리나…한동훈 '면허정지 유연' 건의, 尹 수용

황현욱

wook98@kpinews.kr | 2024-03-24 21:20:55

尹, 韓요청 받고 한총리에 즉각 지시…강경입장 후퇴
"의사 면허정지 유연 처리 모색하라…의료인과 대화"
韓, 의대교수협 만나 의견 들어…'중재자'로 적극 나서
野 이광재 "대화 분위기 무너뜨린 박민수 경질해야"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으로 촉발된 정부와 의료계 간 '강대강' 대치가 이번 주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서 제출을 예고한 25일은 '파국이냐, 정상화냐'를 가를 분수령으로 꼽힌다.

 

이를 하루 앞둔 24일 양측이 대화 모색을 위한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갈등 사태를 해결할 협상 돌파구가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중재자'로 적극 나선 건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의사들을 만나 의견을 들었고 이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달해 관철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와의 타협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는데, 한발짝 물러난 셈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수산물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점검하기 앞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처분 시한이 임박한 것과 관련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또 한 총리에게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달라"고 지시했다.

이는 한 위원장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이 오늘 대통령실에 의료현장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달라고 요청해왔다"고 전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4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50분가량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전의교협)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가운데)이 24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과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한 위원장은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이 피해 볼 수 있는 상황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와 의료계 간 건설적 대화를 중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이르면 오는 26일부터로 예상됐던 '면허 정지 처분'이 일단 유예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런 만큼 전공의 행정처분 방침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이 25일부터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려던 기류도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공의들에 대한 선처는 결코 없다고 공언해온 윤 대통령이 유연한 자세로 선회한 데는 4·10 총선을 17일 앞두고 의료 공백이 가중될 경우 민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한 위원장 의견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당정 화합의 이미지를 부각하겠다는 계산도 엿보인다.   

 

이날 당에선 한 위원장과 공동선대위원장인 안철수 의원이 "대화의 물꼬를 터야한다"고 합창하며 절충 분위기를 유도했다.

 

한 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제가 오늘 오후 4시 세브란스병원에서 전의교협 회장단과 대화를 나누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박정하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은 "그쪽에서 먼저 만나자는 제안이 있었고 한 위원장이 흔쾌히 수락했다"며 "당사로 방문하겠다고 했는데, 현장도 보는 게 맞다고 봐서 한 위원장이 병원으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공보단장은 '한 위원장이 중재 역할을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예단해서 말하긴 어렵지만, 우선 진정성 있는 자세로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물꼬를 터 보고자 하는 취지로 보인다"고 답했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의료계에서 제안된 10년 동안 1004명안 등을 살펴보며 단계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책임 있게 논의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내일부터 전국 40개 의과대학에서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시작된다"며 "우리 국민이 피해자가 되는 강대강 충돌을 여기서 끝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는 한 위원장과 전의교협의 만남이 전격적으로 이뤄지자 보조를 맞춘 것으로 비친다.

 

여권 내부에서는 '강대강' 대치를 해소하기 위해선 2000명 증원 규모가 지나치다는 의료계 주장을 일정 부분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만만치 않다.

한 핵심 당직자는 "의료 공백이 길어지면 환자들의 원성은 물론 큰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는 국민들의 불만이 정부, 여당으로 향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총선에 아주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당내 위기감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이 당직자는 "그런 만큼 한 위원장이 총선 전 의료 공백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설 것"이라며 "구체적 방안은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의대 증원)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성남분당갑에 출마한 이광재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대표와 여야, 정부, 의협, 전공의 등이 참여하는 대타협기구가 필요하다"며 '국민건강위원회(가칭)'를 제안했다.

최근 지역 의사들을 만난 이 후보는 "정부가 의대 증원을 마치 수사하듯 밀어붙이면서 국민만 최대 피해자가 되고 있다"며 "의대 정원과 의료수가, 건보재정까지 국가의료정책 전반을 다룰 법률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대 증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모인 것 같다. 필수의료와 공공의료 강화, 단계적이고 합리적인 증원이 필요하다. 일방통행은 다음 단계로 전진을 방해한다"며 "박민수 복지부 차관을 경질해야 한다. 거친 언사로 대화 분위기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렸다"고 질타했다.
 

KPI뉴스 / 황현욱 기자 wook9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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