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줌인] 멈춰선 '날쌘돌이'…서정원, 감독 6년의 격정 토로

김병윤

| 2019-01-07 13:51:03

"고민으로 지새운 6년…이제는 돌아보며 쉬어 갈 때"
"모기업의 소극적 투자로 팀 운영에 어려움"
"일본서 관심…해외 진출, 여러 여건 고려"

 

▲ 서정원 전 수원 삼성 감독이 본지와 인터뷰 도중 생각에 잠겨있다. [정병혁 기자]

 

날쌘돌이가 멈춰 섰다. 6년간의 감독 생활을 접었다. 일단 쉰단다. 그동안 너무 바삐 살았다고. 뒤돌아볼 시간이 없었다고. 팀에서는 나가지 말라고 붙잡았다. 미련 없이 나왔다. 아쉬움도 남기지 않고. 남들은 잘릴까봐 걱정인데. 수원 삼성의 전 사령탑 서정원 감독 얘기다.

 

명문구단 수원 삼성. 레알 삼성. 모두 지나간 수식어다. 정확히 말하면 6년 전 얘기다. 6년 전부터 수원은 무너졌다. 모기업의 지원이 줄었다. 소속기업도 바뀌었다. 선수들 연봉이 깎였다. 좋은 선수들은 팔려나갔다. 선수보충은 제대로 안 됐다. 선수들 사기는 떨어졌다. 한마디로 엉망진창이었다. 손 쓸 방법이 없었다. 팀은 빛을 잃어갔다. 서정원 감독은 이 고난의 시기에 팀을 맡았다. 고스란히 6년 동안. 마음고생이 많았다. 불 꺼진 감독 방에서 혼자 고민도 많이 했다. 스타 출신 감독에서 야인으로 돌아간 서정원 감독을 만나본다.

-수원 삼성 감독을 스스로 물러났다. 소감은?


"한마디로 만감이 교차한다. 축구인생에서 가장 오래 된 소속했던 팀이 수원이다. 선수ㆍ코치ㆍ감독을 수원에서 했다. 1대 김호 감독. 2대 차범근 감독. 3대 윤성효 감독을 다 모셨다. 내가 4대 감독을 지냈다. 윤성효 감독 밑에서는 코치로 있었다. 수원에서 모두 13개의 우승컵을 들었다. 선수시절에 12개. 감독하면서 1개. 감독시절에 우승컵이 1개 밖에 없는 걸 보니 능력이 없나보다(웃음). 모기업이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뀌는 과정도 직접 겪었다. 나름대로 수원 삼성 축구단의 산 증인이라 자부한다. 정말 애정이 많이 가는 팀이다. 시즌 마지막 경기 끝나고 환송식을 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 정말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뜻대로 안 되더라.

-시즌 도중 그만둔 이유가 궁금하다


"가족에 대한 악플이 심했다. 특히 아들한테 악플을 달았다. 처음에는 몰랐다. 아들이 악플을 차단했다. 나중에 아내가 알려줬다. 정말 황당했다. 나에게 쏟아지는 비난이야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다. 가족이 무슨 죄를 진 것도 없는데. 나의 경우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정말 악플은 달지 말았으면 한다. 왜 악플로 자살을 하는지 이해가 되더라. 정말 힘들 때 아내가 항상 함께 해줬다. 표현을 못 했지만 정말 고맙다. 다시 태어나면 축구 감독하고는 결혼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웃음). 여유 있을 때 같이 좋은 시간 보내려 한다."

-사퇴한 뒤 다시 복귀한 이유는?


"박찬형 구단주의 만류가 정말 심했다. 사표를 절대 안 받는다고 했다. 실제로 사표수리를 안 하고 있었다. 잠깐 쉬다 오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럽행을 권유했다. 유럽을 갔다 왔는데 또 연락이 왔다. 박찬형 구단주께 정말 죄송스럽다. 구단주께서 내년까지도 같이 가자고 요청하셨다. 간곡하게 거절의 말씀을 드렸다. 배려해 주신 만큼 이루지 못하고 떠나서 마음이 무겁다. 그리고 선수들의 요청도 뿌리칠 수 없었다. 선수들에게 전화도 오고 집에도 찾아와서 꼭 돌아와 달라고 하는데 어쩔 수 없었다. 조건을 달았다. 남은 경기만 함께 하겠다고. 우리 선수들과 함께 한 게 내 축구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수원 삼성을 떠나면서 아쉬운 점은?


"먼저 팬들에게 죄송스럽다. 수원은 누가 뭐라 해도 K리그의 리딩 클럽이다. 기대에 못 미치고 떠나서 아쉽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 선수들이 잘 따라와 큰 힘이 됐다. 내가 힘들 때 메시지 보내고 격려를 해줬다. 감독이 해야 할 일을 오히려 선수들이 해줬다. 경영합리화로 선수 이탈이 많았다. 특히 고액연봉 선수들이 나갔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이 연봉을 줄이며 남아 줬다. 염기훈 선수는 외국 스카우트도 거절하고 남아 주장까지 맡았다.


사실 나도 일본과 중국 팀들의 스카우트 교섭이 많았다. 떠날까 했지만 갈 수 없었다. 선수들 생각에. 나는 자신 있게 말한다. 앞으로 어느 팀도 감독과 선수들의 신뢰가 내가 있던 수원의 시절만큼 굳건한 팀은 없을 거라고. 함께 해줬던 코치진도 정말 고생했다. 감독이 아닌 선배 입장에서 고맙고 미안하다." 

 

▲ 2016년 12월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서 우승을 차지한 삼성 선수들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서정원 감독이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팀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6년 동안 팀을 맡으면서 FA컵 우승 1회. 리그 준우승 2번을 했다. ACL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못 올렸다. 선수층이 두터웠으면 더 좋은 성적을 올렸을 것 같았다. 선수층이 얇으면 고비를 못 넘긴다. 선수영입 비용이 거의 없었다고 보면 된다. 선수를 팔아서 선수를 보강하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조나탄·정성용·권창훈·정대세 등 일급 선수들을 팔아 운영비에 충당할 정도였다. 2018시즌 막판에는 중앙수비가 곽광선·조성진 두 명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에 수원은 다른 팀보다 18경기를 더 했다. 1달에 8경기를 한 적도 있다. 나중에는 선수들이 부상과 피로 누적으로 제대로 뛰지도 못하더라. 감독으로서 정말 선수들에게 미안했다. 그때는 악플 정도에 신경 쓸 시간과 여유도 없었다. 2013년 이후 예산이 계속 줄었다. K리그 연봉 순위를 보면 나온다. 수원은 연봉 순위 5위다. 당연히 좋은 선수들을 뽑고 유지할 수 없는 일이다. 프로는 투자하는 만큼 거둔다는 진리를 몸소 겪었다. 수원의 전성기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6년 동안 지휘하면서 팀에 어떤 변화를 줬나?


"2013년 취임할 때 수원은 모래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첫 미팅에서 한 말이 우리는 원 팀이라고 했다. 다행히 선수들이 잘 따라왔다. 가족적 분위기의 전통이 만들어진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유스 정책의 밑거름을 만든 것도 보람된 일이다. 팀을 맡은 뒤 대학 감독들에게 연락했다. 수원 유스 출신 선수들을 주말에 수원에 와서 훈련하도록 협조해 달라고. 주말에 훈련하는 동안 기량을 파악했다. 스카우트에게도 대학 경기를 보며 꾸준한 관심을 두도록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권창훈·구자룡·민상기·김건희·이종성·전세진 등 유망주들이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수원에는 13명의 유스 출신 선수들이 뛰고 있다. 전체 선수의 35%가 유스 출신이다. 국내 1위의 구성 비율이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좋았던 시절은?


"(웃음) 지난해가 가장 힘들었다. 좋았던 시절은 수원 삼성에 있던 모든 시절이다." 

 

 

-야인이다. 전 감독의 입장에서 바라본 프로축구의 현실은?


"한 마디로 걱정스럽다. 중국, 일본 모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시아 축구 각 리그가 발전하고 있다. 이제는 중국 일본이 문제가 아니다. 동남아에도 선수를 뺐기고 있다. 국가대표 출신 김두현, 이용래도 축구변방으로 나갔다. 문제는 그들의 연봉이 한국보다 많다는 것이다. 


관중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우승상금도 차이가 난다. 한국은 전북, 울산, 서울을 빼고는 예산이 턱없이 적다. 스폰서가 없다. 메이저 유니폼마저도 없어져 간다. 수원도 지난해 유니폼의 질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선수들이 착용감부터 여러 가지 기능성 문제로 불편을 겪었다. 이런 현상은 스타가 없는 데서 오는 결과다. 메이저 의류 회사가 스폰을 하지 않는다. 현재는 골키퍼 일본, 수비수 중국, 공격수가 유럽에 진출하고 있다. 현재도 초·중·고 어린 선수들이 유럽과 일본 클럽에 많이 진출해 있다. 이런 현실은 우리에게도 스타로 성장할 선수가 많다는 뜻이다. 우리 축구발전을 위해 중요한 것이 있다. 주말리그 폐·단점이 정말 많다. 전문적 기술 습득이 어렵다. 꼭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 2017년 4월 25일 경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AFC 챔피언스리그 수원삼성 블루윙즈와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경기. 서정원 감독(오른쪽)과 일본 토니키 토루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뉴시스]


-향후 계획은?


"일단 쉬고 싶다. 외국팀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확실하다. 중국과 일본이다. 분명한 것은 중국 프로팀에는 안 갈 것이다. 일본에서 3개 팀이 관심을 보였다. 그 이유는 나와 함께 했던 선수들의 추천이 큰 작용을 한 것 같다. 정대세·정성룡·오재석·김승규 등이 내 얘기를 잘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ACL 진출하는 동안 일본에 가서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오히려 일본 기자들이 관심을 보이며 기사를 쓰고 있다. 일본 킬러라고(웃음). 해외 진출은 여러 가지 여건을 보면서 하겠다. 지금은 재충전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  

 

 

-수원 팬들에게 인사 한마디 해달라


"수원에 있는 동안 나를 사랑하고 위해 줬던 마음 고마울 뿐이다. 보답을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수원은 누가 뭐래도 K리그 최고의 명문 구단이다. 계속 응원해 주셔서 옛날의 명예를 찾는 데 힘이 돼주길 바란다. 내가 수원에 다시 돌아갈 일은 없지만 밖에서 열정적으로 응원할 것이다. 나도 팬들과 똑같은 마음이다. 수원은 내 마음의 고향이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지금은 고인이 되신 크라머 감독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감독님 뜻에 어긋나지 않는 좋은 지도자가 되겠다."

 

KPI뉴스 / 김병윤 기자 bykim716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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