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을게'…세월호 아픔 나눈 팽목 분향소 철거

김광호

| 2018-09-03 20:13:37

3일 철거시작…유가족은 사진·추모물품 정리
참사 4년 5개월 만에 문 닫은 분향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4년 5개월, 팽목항에 분향소를 세운 지 3년 8개월 만인 3일 팽목항 분향소가 결국 문을 닫았다.

▲ 3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 설치됐던 세월호 참사 희생자 분향소가 철거를 앞둔 가운데 유가족들이 참사 희생자들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이날 오후 6시부터 4·16 세월호가족협의회 소속 유가족 30여명은 팽목항 분향소에서 마지막 헌화와 분향, 묵념을 한 후 희생자의 사진을 하나씩 내렸다.

상자에 담긴 희생자 사진은 가족이 각자 집으로 가져가거나 안산에 자리한 4·16 기억저장소에서 보존하고, 일반인 희생자 사진은 진도군이 대신 정리하기로 했다.

분향소를 정리하던 유가족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말없이 손으로 훔쳐내며, 멍한 표정으로  비어가는 분향소를 바라봤다.

방문한 추모객들도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을 방명록에 남기고 빛바랜 노란 리본을 어루만지며, 분향소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했다.

 

분향소 방명록의 마지막장에는 '너희들을 기억하고 잊지 않을게',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 등의 글이 적혔다.

가족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한 추모객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할 공간이 사라진다는 얘기를 듣고 서울에서 왔다"면서 "유가족의 아픔이 아직 아물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잊혀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분향소 내부와 주변을 채웠던 추모 물품과 조형물은 기억저장소로 옮기거나 팽목항 주변에 2021년 문을 여는 국민해양안전체험관에 보존할 계획이다.

 

▲ 3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 설치됐던 세월호 참사 희생자 분향소가 철거되는 가운데 진도군청 직원들이 참사 희생자의 사진을 담을 종이상자를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한편 팽목항 합동분향소는 진도군과 시민 도움으로 지난 2015년 1월 14일 문을 열었다. 세월호가족협의회는 이후 팽목항 일원에서 진행 중인 진도항 배후지 종합개발 공사와 국민해양안전체험관 건립에 차질이 없도록 분향소를 정리하겠다고 진도군민과 약속했다.

결국 분향소 문을 닫은 유가족은 빈 건물을 이달 말까지 철거하고 그 자리에 상징물을 남기는 방안을 진도지역 시민사회단체와 협의하고 있다. 

 

정성욱 세월호가족협의회 선체인양분과장은 "착잡하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할 공간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면서 "아직 진상 규명과 선체 보존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이렇게 밀려나고 잊혀지는 것 같아 두렵다"고 안타까워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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