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전 사무관 처벌 가능성은?

장기현

| 2019-01-07 09:12:35

공무상 비밀누설·공공기록물 관리 법률 위반 혐의
전문가들 "법적 처벌 어렵고 공익제보자 가능성도 낮아"

▲ 지난 3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 응급실로 후송되고 있다. 신 전 사무관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남기고 잠적한 지 4시간 만에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인근모텔에서 발견됐다. [뉴시스]

 

기획재정부가 지난 2일 청와대의 KT&G 사장 교체 관여와 적자국채 발행 강요 등을 주장한 신재민(33ㆍ행정고시 57회) 전 기재부 사무관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신 전 사무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공익을 위한 폭로였다며 공익신고자가 사회에서 매장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기재부가 신 전 사무관을 고발한 혐의는 공무상 비밀누설과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이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처벌 가능성이 낮다"고 말한다.

폭로내용, 국가기능 위협 생겨야 처벌 가능


신 전 사무관은 지난달 29일부터 유튜브와 고려대 인터넷 커뮤니티인 '고파스' 등에 올린 동영상과 글에서 청와대가 KT&G 사장을 교체하도록 압력을 넣었고, 이에 정부가 기업은행을 동원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또 2017년 11월 대규모 초과 세수입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적자 국채 발행을 요구하는 등 무리하게 개입했고, 기재부는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1조원 규모의 국채매입을 갑자기 취소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형법 제127조에 규정된 공무상 비밀누설죄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는 '직무상 비밀'에 대해 "반드시 법령에 의해 비밀로 규정됐거나 비밀로 분류 명시된 사항에 한정하지 않는다"고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 정치·군사·외교·경제·사회적 필요 등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은 물론, 객관적이고 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으면 '직무상 비밀'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밀은 실질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인정돼야 하고, 공무원의 비밀엄수 의무 침해로 인해 국가 기능에 위협이 생길 때만 처벌이 가능하다고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신 전 사무관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처벌되기 위해선 그가 폭로한 내용이 '직무상 비밀'이어야 하고, 그 폭로로 인해 국가 기능에 위협이 생겨야 한다. 그러나 KT&G 사장 교체 시도의 경우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직무상 비밀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크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또 KT&G 사장 교체 시도 및 적자국채 발행 압력이 모두 '미수'에 그쳤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그 폭로가 ‘국가 기능에 위협’이 되는 것으로 판단하기도 어렵다.


김한규 변호사(법무법인 공간)는 "신 전 사무관이 폭로한 사실이 본인이 직접 취급했고, 이 내용이 국익에 관련된 중요한 사안일 때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처벌할 수 있다"며 "적자국채의 경우 공무상 취득한 정보를 말한 것이라 구성요건은 갖춘 것으로 봐야하지만, 기재부 입장에서 이처럼 주장하기는 정치적 부담이 있어 폭로를 가벼운 것으로 치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기재부가 신 전 사무관의 폭로를 부인할수록 법적 처벌 가능성도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51조는 공무원 신분으로 취득한 공공기록물을 무단 유출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 전 사무관이 KT&G 관련 문건을 MBC에 제보한 것과 관련해 적용될 수 있는 혐의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신씨가 유출한 KT&G 관련 문건을 국가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공공기록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공공기록물로 인정돼야 신 전 사무관이 법적 책임을 지게 되지만 그 가능성이 높진 않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는 "새로운 혐의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법적 처벌을 받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익적 내부 고발자로 보기 어려워


만약 신 전 사무관이 공익신고자로 인정받는다면 폭로한 내용이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더라도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 공익신고자보호법 제14조는 공익신고 등의 내용에 직무상 비밀이 포함된 경우에도 공익신고자 등은 직무상 비밀 의무를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처벌 여부를 떠나 공익신고자로 인정받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행법 상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제도는 '부패방지법'과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르면 공익신고자는 284개의 법률을 위반한 '공익침해행위'를 신고한 사람을 뜻한다. 그런데 이 284개 법률 중에는 이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들에 적용될 수 있는 직권남용 혐의가 포함되지 않는다.


이영기 변호사(법무법인 자연)는 "신 전 사무관이 주장하는 청와대의 외압이 부패방지법에 따른 부패행위나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른 공익침해행위 중 어디에도 속한다고 보기 힘들다"며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는 공익적 내부고발자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은미 참여연대 시민감시2팀장은 "지금까지 신 전 사무관이 밝힌 내용을 종합해보면, 두 사안(KT&G와 적자국채) 모두 기재부와의 공방이 치열하지만 그의 주장이 합리적이라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며 "신 전 사무관을 두 법에서 보호하는 '공익제보자'로 판단하는 데 있어 유보적 입장"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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