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어닝쇼크 고백…이재용 재판 위한 포석?

오다인

| 2019-04-04 20:30:07

삼성 "시장 충격 줄이려", 증권계 "업황 감안해도 엄살"
이재용 재구속 막아야…삼성, 역량 총동원한 재판 대비

삼성전자가 5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어닝쇼크'는 기정사실화했다. 열흘 전 스스로 고백했다. 3월 26일 자율공시를 통해 "당초 예상 대비 디스플레이와 메모리(반도체) 사업의 환경 약세로 1분기 전사 실적이 시장 기대 수준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증권업계의 영업이익 전망치 7조 원 초중반 대보다 낮을 것이란 얘기다. 6조 원 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작년 1분기 영업이익(15조 6000억)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실적이다.

반도체 경기가 나빠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스스로 어닝쇼크를 고백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게 삼성전자가 밝힌 이유이지만 증권업계 일각에선 다른 얘기가 나온다. "업황을 감안한다 해도 엄살"이라는 해석과 함께 이례적 발표의 배경으로 '이재용 재판 관련성'을 언급한다. 이달 하순으로 예상되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고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위기 상황임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룹 차원에서 분기 실적을 축소지향적으로 '마사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이런 맥락으로 자율공시를 들여다보면 위기 상황임을 강조하고픈 삼성의 분위기가 감지되는 게 사실이다. 삼성전자는 공시에서 어닝쇼크만 고백한 게 아니라 향후 전망도 어둡게 제시했다. "메모리 사업도 비수기에 따른 전반적인 수요 약세 속 주요 제품들의 가격 하락폭이 당초 전망 대비 일부 확대가 예상된다"고. "1분기야 부진하지만 2분기를 지나면서 메모리 가격 안정화로 하반기부터 실적 회복세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증권 애널리스트들의 낙관론과 대비된다.
 

▲ 지난해 9월 18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기 위해 공군 1호기에 탑승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이재용 부회장 선고 공판이 작금 삼성그룹의 최대 현안인 것은 불문가지다. 만약 이 부회장이 다시 구속된다면 그 동안의 경영권 승계작업은 의미를 잃는다. 이 부회장의 경영복귀는 다시 어렵게 되고 그룹 차원의 미래사업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그룹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재판에 대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학습효과'

시장의 의심은 '학습효과'이기도 하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에도 의구심이 팽배했다.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주식 3주를 바꾸기로 한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산정된 합법적 조건이었으나 "무늬만 합법일 뿐"이라는 의심이 많았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합병비율은 최근 1개월 주가 등을 산술평균해 산정하도록 되어 있는데, "합병비율이 제일모직에 최대한 유리하도록 제일모직 주가는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는 눌러온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당시 금융권 한 인사는 "삼성물산이 수주를 소홀히 하거나 부정적 의견을 시장에 퍼뜨려 주가를 지속적으로 끌어내렸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개연성이 있는 얘기였다. 삼성은 합병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체제를 확실하게 다지려는 것인데,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4%를 갖고 있는 반면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다. 보유주식 가치는 최대화하고, 들고 있지 않은 주식 가치는 최소화하는 것. 최소비용의 합병 방법은 자명한 것이었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0.57%에 불과한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은 대폭 강화될 터였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06%를 보유하고 있었다. 또 제일모직은 합병후 단순화한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게 되는 그림이었다. 결국 두 계열사 합병을 통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은 대폭 강화됐다.

"입증할 수 없지만 의심스럽다"

김은정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팀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위한 그 간의 패턴으로 미뤄봤을 때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가 과연 객관적인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이전에도 애널리스트들이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려 발표한 보고서들이 다수 확인된 바 있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또 하필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선고 공판을 앞둔 이 시점에 삼성이 이례적인 행보(자율공시를 통한 어닝쇼크 예고)를 한 것도 의문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재용 사태의 핵심은 이재용 부회장 개인의 경영 승계를 위해 국가기관을 움직이고 검찰 수사를 방해했다는 것"이라며 "만약 이번에도 기업 실적을 무기삼아서 경고를 보내는 거라면 과거의 행태를 반복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참여연대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승계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고, 정당한 승계를 하지 않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한 세금을 내면 기업 지배력이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삼성에서는 편법 승계를 하려고 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홍성준 약탈경제반대행동 사무국장도 "삼성의 모든 행보가 이재용의 경영 승계를 위한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맞다"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정당하게 경영 승계를 할 경우 기업 지배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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