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가장 중요 위치"…윤병태 나주시장, 팀장들과 런치미팅
강성명 기자
name@kpinews.kr | 2025-05-13 20:09:05
"여러분이 제일 어렵고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윤병태 전남 나주시장이 13일 6급 팀장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1시간 10분 가량 소통 시간을 가졌다.
'런치미팅' 제도가 생긴 지 세번째이자 팀장급과 단체로 격 없는 대화를 나눈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참석한 팀장은 모두 16명, 메뉴는 제철인 낙지로, 식당도 '원도심 활성화' 차원에서 선정했다.
윤 시장은 정오에 맞춰 식당에 들어선 뒤 팀장과 일일이 악수하며 미팅을 시작했다.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 곁에 있는 팀장들 그릇에 음식을 손수 덜어주며 옆집 아저씨 느낌을 물씬 풍겼다.
"식사를 먼저 하시고 인근 커피숍으로 이동해 대화를 나누면 좋을 것 같습니다"란 시민공감홍보실 의견에 윤 시장도 "일단 먹으면 되는 거죠"라며 화답했다.
커피타임에 앞서 팀장들은 '좋아요.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란 손팻말을 들고 단체 기념사진을 남겼다.
이날 대화는 담당자인 강낭원 주무관이 사회자를 맡았고, 공적·사적인 질문에도 윤 시장은 웃음을 잃지 않고 대답했다.
윤 시장은 나주시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나주가 그래도 살 만한 곳이야'란 생각이 들 수 있게 끔 느끼게 하는 것이다"며 안전과 미래보다 행복·자부심을 우선에 뒀다.
나이 50대 안팎의 팀장에게는 마라톤을 하게 된 계기를 언급하며 "건강할 때 운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질문이 4개를 넘어가자 "질문이 너무 많다"고 말할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미팅 내내 이어졌다.
윤 시장은 "자녀의 중·고등학교 시절 아이와 함께 시간을 못 보낸 것을 후회한다"고 밝혀 가족을 뒤로 한 채 공직 생활에 몰두했던 과거를 회상했다.
또 남편들에게 가정에서 생존할 방법은 '청취와 호응 섞인 추임새'라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밝혔고, 참석자들은 맞장구치며 웃었다.
때로는 인생 선배로, 때로는 공직자 선배로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일명 '낀 세대'로 불린 팀장들에게 "세대 간 간격은 존재한다"며 일 시작부터 끝까지 관리하는 '매니저'처럼 중요한 위치를 담당하고 있는 만큼 책임감을 강조하며 런치미팅을 마무리 했다.
홍웅민 도시계획팀장은 "시정 이야기만 나누다 끝날 줄 알았는데, 인생 이야기까지 오갔던 뜻밖의 대화였다"며 "시장님의 진솔한 모습 덕분에 정책 너머의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 덕분에 마음의 거리도 훨씬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이 따뜻한 공감이 앞으로 업무에도 큰 원동력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런치미팅은 '시장직접소통채널' 3개를 운영하면서 외부 소통은 강화됐지만, 직원 업무가 가중되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윤 시장은 직원 간 소통 활성화를 모색하길 바랐고, 시민공감홍보실이 나서면서 지난달 '시장님과 함께하는 열린대화 런치미팅' 이름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직원 반응은 뜨거웠다.
직원들은 "감사해욤~ㅎㅎㅎ, 시장님과 밥먹고 행복했습니다, 즐거운 만남 만들어 주셔서 감사드리고 자주 이런 자리 있으면 좋겠습니다"고 직접 문자를 보낼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시장직속채널 민원 처리 담당자를 시작으로 한 '런치미팅'은 현재 대기자가 많아 회차별로 나눠 진행하고 있을 정도다.
직원을 동원하지 않는 점도 매력이다.
나숙희 시민공감홍보실장은 "공직선배로서의 노하우, 가정 내 모습 등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직원들이 편안하게 시장을 만나는 시간이어서 긍정적 반응을 나타내는 것 같다"고 밝혔다.
▽ 아래는 윤병태 나주시장과 6급 팀장 직원과의 일문일답
1. 가장 잘했다고 칭찬할 수 있는 일과 후회되는 일은 무엇인가요?
-기획예산처 정부 기획실에 갔는데 그곳에서 공공기관들 구조조정 작업을 하는데 120개 정도를 맡았고 제가 재무제표를 보는데 각 기관은 어떤 부분이 약점이고 장점인지가 금방 보였어요. 그후에도 그게 하나의 표본이 됐고 모범이 됐던 부분이에요. 기관 구조조정을 하면서 발전을 하기 위한 방안을 진정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약간 무섭기도 했지만 상당한 자부심이었습니다.
중앙부처에 있을때 아이들이 "우리 아버지 훌륭한 사람이었다"며 자기 길을 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큰 아이 같은 경우 중고등학교때가 되게 중요한 시기인데 나와 같이 지낸 시간이 없어요. 내가 12시(자정) 넘어서 들어가고 아침에 일찍 나가고 그러니까 아이들과 함께 많이 시간을 못 보냈다는 것.… '아버지는 당연히 국가를 위해서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인데라고 알아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내가 착각했구나', '자녀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때 내가 가까이 못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기회가 된다면 "내가 어떤 일을 했는데 누구를 도와주는 상황이 됐다", "사회에서 누가 되게 좋게 평가를 하더라" 이런 얘기를 해주는 게 좋지 않나 싶습니다.
2. 가족들은 나주시장 일에 대해 뭐라고 하시나요?
-잘 몰라요. '과장됐다', '국장됐다'. 그 가치도 몰라요. 공무원 당사자만 굉장히 의미있는 걸로 생각하는 그런거죠. 밖에서 보면 "결론은 그래서 봉급이 얼마인데?" 이렇게만 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보람이라는 것을 얻는 거거든요. '그런 부분을 우리가 얘기하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구체적인 정보는 말 못할 부분도 있겠지만 자부심을 갖는 얘기를 하고 그러면 '공직이라는 것이 참 의미있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여러분들이 다 각자 중요한 일을 하는데 사실 가족들한테는 그런 얘기하기가 제일 쉽지 않죠. 그런데 홍보자료 보시고 그 링크를 가족 톡에다 올리세요.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가장 소홀히 하는 그런 상황이니, 좀 더 적극적으로 얘기를 해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시장이 하고 그런 게 어디 있어. 내가 다 한 거지"라고 해야죠.
3. 아들이 나주에 거주하고 있는걸로 아는데, 집에 가면 민원인으로서 민원 제기를 하나요?
-손자까지 해서 3대가 지금 살고 있는데 아들은 그런 부분 전혀 없어요. 여전히 별로 아버지 일에 (관심이...)
이렇게 바뀌니까 뭐가 좋던데 이런 얘기는 들으신 적 있나요?
-"호수 공원 가까우니까 사람들이 좋아하더라"라고 가볍게 얘기한 게 (아들이 보내는) 최고의 칭찬인 것 같아요.
4. 시장님은 마라톤도 하시고 자신을 위해 하시는 일이 많아 부럽습니다. 최근 새롭게 도전해 보신 일이 있나요?
-새롭게 한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표현 중 하나가 '경험하지 않으면 지혜가 자라나지 않는다' 이런 말이 있는데, 저는 경험하는 것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아요. 첫 번째는 은행원들도 벅차고 보람있는 일이고 이익을 많이 내는 그런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겠지만, '공익'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공무원처럼 확실한 건 없죠. 두 번째는 시험 치른 뒤, 미국 유학을 갔는데 기왕에 갔으면 공부를 제대로 해야겠다 생각해서 박사 과정을 시간 내 마치고 왔다는 것이에요, 세 번째가 마라톤이 그렇게 유행을 하더라고요. 5㎞ 뛰는 데 힘들었어요. 우연한 계기에 클럽 사람들과 뛰며 시작했는데 풀코스 이걸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겠다 해서 도전했고, 완주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것이죠. 그런 부분을 했다는 것에 제가 스스로 생각해도 뿌듯하게 생각합니다. 마라톤이 전부는 아닌데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일을 해본다는 것 그것은 나와의 싸움이에요. '스포츠면 스포츠', 아니면 목표를 하나 정해놓고 끊임없이 거기에 맞춰서 단련시키고 훈련하고 이러는 것이죠.
5. 시장님이 마라톤 풀 코스를 완주하는 것과 승진자를 낙점하는 것과 어느 것이 어렵습니까?
-낙점은 아니에요. 승진은 시장이 시키는 게 아니에요. 자기가 만들어가는 거예요. 대신에 시장이 바라는 방향이 있잖아요. 거기에 대비를 하고 가다 보면 굳이 본인이 얘기를 안 하더라도 때가 되면 (승진) 하게 되는 거예요. 산 증인이 (시민공감홍보실장) 여기 있네요.
6. 저는 하루 일과가 사무실 출근했다 퇴근해서 밥 차리고 매일 같은 일상이다. 아이들도 고교생되다 보니 같이 안나가는데 이러다보니 쇼파와 한 몸이 돼 지내는 경우가 많아서 하루하루가 무기력해진다. 아직 제가 젊다고 생각하는데 새로운 업무를 보면 눈을 반짝이는데 이런 부분을 고려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시장에게 바란다' 에다가 (하하하) 업무도 변화가 필요하겠지만 그런 걸 넘어서 자기가 즐거움을 찾는 부분 건강 관리하고 이런 것은 찾을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건강할 때 하는 게 중요합니다. 무너진 상태에서 그때 진짜 이제 운동해야 되겠구나 그러면 늦어요.
7. 주무관들이 작성한 건데, 팀장들 계실 때 하면 좋을 것 같아 아껴놓은 질문입니다. 우리 나주시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여러가지 뭐 안전, 미래도 있겠지만 일단 우리 시민들이 안전하고 다음에 행복하고 자부심을 느끼고 '우리 나주에 사는 게 그래도 살 만한 곳이야'라는 생각...복합적으로 봤을 때 그런 부분이 아닌가 해요. 또 가정·자녀 문제 이제 이런 부분들이 아마 있을 거예요. 집에서 대화가 이어지도록 본인이 이야기하기 싫으면 듣기라도 잘해줘야 합니다. "뭔 쓸데없는 소리"라고 무안하게 하지 말고 잘 들어주세요. 가끔 추임세도 넣어주고 (하하하) 나는 통했는데 여러분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8. 공부하시면서 결혼은 연애로 하셨는지 중매로 하셨는지?
-당연히 연애로 했죠. 친구 소개로 만나긴 했어요. 처음에는 잘 안 맞을 걸로 생각을 했어요. 약간 보는 시각이 다르긴 해요. 근데 오히려 더 좋더라고. 그러니까 자기하고 똑같은 사람, 똑같은 취향 이것만이 그 인연은 아니예요. 서로 이렇게 조화를 이뤄야 돼. 자기 고집을 버릴 수 있어야 돼. 더 넓게 보고 그러면 훨씬 더 내가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고 또 상대방 부족한 부분은 내가 채워도 되고. 인생에서 결혼이라는 건 굉장히 중요하고 인생에서 태어나고 죽을 때까지 자기가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그런건데 그 중요한 일을 소홀히 하면 안되죠. 관심을 갖고 자기 시간을 투자해야 돼요. 그런데 바쁘다는 핑계로 "인연은 정해져 있다던데요"라며 가다 보면 그 세월이 가는 거예요. 어떤 사람이 나한테 맞는지 이런 것을 생각해야 되니 시간 투자를 해야 된다고 봐요. 아무리 좋은 인연이라도 관심이 없고 그러면 지나가요. 그나마 읍면동에 있으면 더 시간이 있으니까 기회를 잘 활용해서 인생의 소중한 계기로 삼도록 하는 게 좋겠습니다.
9. 마무리 말씀
-여러분이 제일 어려운 위치에 있습니다. 윗사람들은 옛날 생각하고 밑에 사람은 신세계에 있는 사람들이라 그 가운데 끼어서 어려운 부분이 있을텐데, 우리만 겪고 있는 특별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제가 팀장이었을 때도 윗사람들 다 그랬어요. "너희들 참 좋은 시절 다 지나고 고생하더라" 뭐 그런 소리도 들어봤고요. 그러니 특별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항상 특별하지도 않다', '원래 세대 간의 간격은 존재한다', '나도 당시에는 그때 팀장들 과장들한테는 그런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 그래서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기본이에요. 서로 조직을 이해하고 그렇게 나갈 것으로 생각이 들고 다만 이제 내가 강조해서 했던 한 가지만 말하자면 중앙부처는 사무관이 거의 결정을 합니다. 그 정도로 책임감 있게 하려고 했다는 얘기예요. 그냥 토스만 해버리면 편하긴 하지. 전달만 해버린 뒤, 내 일은 끝났다 생각하면 그것은 자기가 역할이 그만큼 없다는 얘기거든요. 여러분들이 가장 중요한 매니저 같은 위치에 있어요. '매니저'라는 것은 자기가 일을 시작부터 끝까지 이렇게 관리를 한다는 거니까 관리를 통해서 여러분이 보람도 느끼고 나중에 '그 자리에 있을 때 뭐 했어' 물었을 때 자기 스스로 답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KPI뉴스 / 강성명 기자 nam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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