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자구계획 '성실이행' 약속 덕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4-01-11 19:26:28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채무를 막지 못해 위기에 몰린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 구조 개선 작업)이 확정됐다.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11일 제1차 채권자협의회를 열고 투표(서면결의)를 통해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에 합의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워크아웃 개시 조건이 높은 수준으로 충족됐다"고 밝혔다. 워크아웃은 신용공여액 기준으로 채권단 75%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해당 조건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은행은 이날 자정까지 투표를 진행한 뒤 12일 오전 집계 결과를 발표한다.
태영건설은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는데, 개시가 결정되기까지 과정이 평탄치는 않았다.
당초 태영그룹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1549억 원 투입,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대금 지원, 블루원레저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 4가지 자구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태영그룹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중 890억 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지 않고, 오너 일가가 지닌 SBS 지분(30%)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도 망설이면서 채권단과 갈등을 빚었다.
채권단뿐 아니라 정부와 금융당국도 "충실한 자구노력 없이는 지원도 없다"고 압박하자 결국 태영그룹은 백기를 들었다.
지난 8일 약속대로 890억 원을 모두 태영건설에 지원했으며, 또 9일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자구계획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확약했다. 윤 창업회장은 "그래도 모자랄 경우 오너 일가의 티와이홀딩스(태영그룹 지주사) 및 SBS 주식도 담보로 제공해 태영건설을 꼭 살리겠다"고 다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구계획 성실 이행 약속이 채권단의 마음을 움직여 워크아웃 개시를 이끈 듯하다"고 평했다.
워크아웃이 개시됨에 따라 채권단 주도로 태영건설의 사업·재무구조 개선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채권단은 최대 4개월간 채권 행사를 유예하고, 이 기간 회계법인을 선정해 자산부채 실사를 진행한다. 태영건설은 조직 및 인원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비용절감안을 주채권은행에 제출해야 한다.
산은은 자금 지원과 채권 재조정 등을 포함한 경영정상화 방안(기업개선계획)을 수립하고, 오는 4월 11일 2차 협의회에서 채권단 결의로 이를 확정한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가 확정됨에 따라 건설업계·금융업권 도미노 연쇄 위기 우려도 일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업개선계획을 확정하기 전까지의 인건비, 공사비 등 기업 운영자금은 태영건설이 확보해야 한다. 또 태영그룹이 자구계획 이행을 조금이라도 망설이거나 숨겨진 부실이 발견될 경우 채권단은 손을 뗄 위험이 높다.
그 경우 태영건설은 법정관리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법정관리로 넘어가면 워크아웃과 달리 금융채권뿐 아니라 상거래 채권 등 모든 채권 행사가 중단되기 때문에 협력사, 수분양자 등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채권단은 태영건설이 참여 중인 부동산 PF 사업장 60곳에 대해서도 사업성을 판단해 처리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미착공 상태로 토지 매입비만 빌린 브릿지론 단계 사업장에 대해서는 일부 정리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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