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복의 타박타박 지구촌] 원시자연 누비며 '생태관광' 즐기다
UPI뉴스
| 2019-05-21 08:00:10
우리는 일상에 지쳤을 때 여행을 꿈꾸곤 한다. 그냥 떨치고 나서면 다 괜찮아질 것 같아서다. 그러나 세상 일이 마음 먹었다고 다 할 수 있던가.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를 만들어 여러 곳을 다녔다. 쉽게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그마한 위로가 되길 바라면서 여행지에 대한 기억을 펼쳐놓으려 한다. 새삼스런 설렘에 나 자신 다시 길 위로 나설지도 모르겠다.
역시 직접 찾아가서 눈으로 보는 것이 정답이다. 아무리 많은 이야기를 듣고 사전 지식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어도 막상 가보면 실제 모습은 생각했던 것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코스타리카(Costa Rica)가 그랬다. 막연하게 알고 있던, 백인 중심의 ‘까칠한’ 나라가 아니라 다양한 색깔로 넘실거리는 자연이 다가오면서 더할 수 없는 편안함과 친숙함을 느끼게 한다. 마음은 저절로 눅어지고 여행의 고단함도 잠시 잊는다.
정치 안정된 편…1949년에 군대 폐지
중앙아메리카에서 그리 크지 않은 나라(한반도의 약 4분의 1) 코스타리카는 스페인어로 ‘풍요로운 해안’을 뜻한다. 북쪽으로 니카라과, 남동쪽으로 파나마와 접하고 있으며, 태평양(서쪽)과 카리브해(동쪽)라는 큰 바다 두 개를 마주하고 있어 지형적으로도 남다르다. 인구는 대략 485만 명(2016년 기준)인데, 백인과 메스티소인이 80%를 넘는다. 사실 흑인은 보기 쉽지 않은데, 숫자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1502년 콜럼버스가 마지막 항해 때 이곳에 도착했으며, 1821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했다. 중남미 국가 중에서는 비교적 정치가 안정돼 있으며, 1949년 군대를 폐지해 상비군이 없다.
수도 산호세는 해발 1172m에 있는 고산 도시로 일 년 내내 날씨가 온화해(21~29도) 일찍부터 주거지로 발전해 왔다. 1738년 스페인이 건설했으며, 위치도 나라의 중앙이라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로 발전했다. 수도권에 전체 인구 절반 가량이 살고 있다. 특히 주변 고원지대는 기후와 토양이 커피 재배에 적합해 국가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타라수(Tarrazú)’는 아라비아 커피콩을 사용하는 에스프레소 커피로 탄소 중립 제품으로도 유명하다.
산호세 메트로폴리타나 성당은 1871년에 세워졌으나 1990년대 지진을 겪어 재단장 했다. 국립극장은 1897년 파리의 오페라하우스를 본 따서 지어 예술적 완성도를 자랑한다. 그 앞에 있는 문화광장은 시민들의 휴식처로 항상 사람들이 북적인다. 중미 국가 중에서는 범죄율이 낮은 편이지만 역시 대도시라 조심하는 것이 좋다. 숙소를 드나들 때도 보안이 상당히 엄해서 반드시 신원을 확인한 뒤 문을 열어주곤 한다.
‘괜찮아’, ‘걱정 마’…언제 어디서나 ‘프라 비다’
이곳 사람들은 ‘프라 비다(Pura Vida)’라는 말을 자주 쓴다. ‘순수한 삶’이라는 뜻인데, 어떤 상황에서도 두루 쓰인다. 안녕, 고마워, 잘 가, 괜찮아, 걱정 마 등등 말하고 싶은 사람이 언제 어디서 쓰든 상대가 알아서 받아들인다. 다만 웃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모두의 행복을 기원하는 주문이 되는 것이다. 안내를 맡은 청년에게 불쑥 던졌더니 조금은 쑥스러운 듯 화답한다. 역시 웃으며 “프라 비다”라고.
코스타리카는 국토의 약 50%가 삼림이고 30%가 초원인데, 숲은 절반 정도가 원시림이다. 숲속으로 조금만 발길을 옮겨도 금방 주변을 둘러보고 인적을 찾으면서 가야 할 정도로 깊고 울창하다. 이 원시림에는 각종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는데, 세계에서 생물 다양성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나라에서도 자연의 중요성을 인정해 국토의 25%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서 보호하고 있다. 국가 전체 면적은 전 세계의 0.03%에 그치고 있지만, 자연보호지역은 전 세계의 5%를 차지할 정도로 넓다. 단연 에코투어리즘(Ecotourism, 생태관광)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마누엘 안토니오…울창한 숲·아름다운 해변 자랑
산호세에서 남쪽으로 약 157km 떨어져 있는 마누엘 안토니오(Manuel Antonio) 국립공원은 면적 16㎦로 규모가 가장 작은 곳이지만 뛰어난 자연경관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울창한 숲이 있고 흰색 모래사장과 야자수가 있는 아름다운 해변이 있기에 그렇다. 특히 플라야 마누엘 안토니오 해변은 코스타리카에서 가장 아름답고 세계 10대 해변에도 든다고 한다. 움푹 들어간 해변에 물도 맑고 깨끗해 스노클링을 즐기기에 좋다.
이곳은 히말라야 삼나무가 우거져 있고 맹그로브 습지도 가득하다. 야생동물이 많아서 전문 가이드와 함께 다니면서 보는 게 좋다. 특히 아이들은 진귀한 동물을 볼 때마다 자신이 본 것에 흥분해 감탄의 소리를 내뱉곤 한다. 흰색의 티티원숭이, 미국너구리, 희귀종인 다람쥐원숭이, 이구아나, 나무늘보, 긴 꼬리 너구리 등 이름도 처음 듣는 동물들을 탐방로를 따라 걸으면서 만나볼 수 있다. 공원 입구는 항상 입장객들로 붐비는데 투어를 신청하면 단체 입장을 할 수 있어 조금 빠르게 들어갈 수 있다. 전문 가이드들은 동식물의 분포 상황에 밝아서 안내를 받으면 훨씬 더 많이 볼 수 있다.
또한 공원 가는 길에도 해변이 이어지고 있는데, 그중 에스파디야 해변은 저녁 무렵에 아름다운 태평양의 일몰을 볼 수 있어 관광객은 물론 주민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붉은 태양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대화를 두런두런 나누는 모습이 평화롭게 보이기도 한다.
몬테베르데…운무림 거닐며 신비로움 만끽
이름 그대로 열대 정글지대인 몬테베르데 생태보존지구(Monteverde Cloud Forest Reserve)는 산호세에서 북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틸라란 산맥에 있는데,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넓고 잘 보존된 지역으로 산타 엘레나를 거쳐서 간다. 이곳에는 전 세계에서 과학자, 교육자, 자연애호가 등 생태주의자들이 끊임없이 몰려든다. 다양한 종류의 야생 동식물을 관찰할 수 있고, 정글 탐사, 짚라인 등 다양한 모험도 즐길 수 있다.
1951년 미국 앨라배마의 퀘이커 교도들이 이곳 운무림 아래 땅을 사서 농장을 일구기 시작했다. 그들은 평화주의자로 한국전쟁에 징집되는 것을 피하고, 군대를 폐지한 코스타리카의 비폭력주의에 끌려왔다고 한다. 그 뒤 낙농사업을 하면서 자연보호에 신경을 쓰게 되었고, 야생동물과 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들이 구입한 땅의 일부를 자연보호지구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오늘날 한 해 평균 25만 명이 찾는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우거진 숲과 늪지대, 깊은 협곡 사이로 맑은 개울물이 흘러넘치고, 계곡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는 한 번쯤 발을 담그고 싶게 만드는 등 원시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또한 기후 변화에 따라 서식하는 동식물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재규어, 표범 등 육식동물을 비롯해 원숭이, 나무늘보에 방울새, 케찰 같은 조류 등이 살고, 난, 양치식물, 이끼류 등도 많이 자라고 있다.
숲을 감싸는 운무는 카리브해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무역풍이 만들어낸다. 최고 1700m에 이르는 산들에 부딪쳐 냉각되면 바람이 몰고 온 수증기가 응결되어 두꺼운 구름층을 형성하고 낮게 깔린다. 이런 구름들이 비로 내리거나 안개가 되어 숲을 뒤덮는 것이다. 항상 실비가 오는 듯 습기 찬 숲을 걷다 보면 왠지 음산한 기분도 들지만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는 듯한 신비로움도 느낄 수 있다.
이곳에 있는 셀바투라 공원(Selvatura Park)은 몬테베르데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원시림 곳곳에 출렁다리를 설치해 때로는 상당한 높이에서 숲속을 걷는 듯해 꽤 아슬아슬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특히 용감한 젊은이들은 모험적인 스포츠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데, 스카이트렉(Sky trek), 캐노피 투어, 타잔 스윙, 짚라인, 레펠 등이 짜릿함을 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코스타리카 생태계의 다양성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내륙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화산지대를 찾으면 또 다른 모습의 자연을 만날 수 있다.
글·사진 남인복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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