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의 직썰] 내란의 무게를 양형으로 희석한 지귀연의 판결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 2026-02-19 19:10:47
역시나 판사 지귀연에게 반전은 없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실망스러웠다. 19일 내란범들에 대한 지귀연의 판결은 '이해불가'였다. 단지 조은석 특검의 구형(사형)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해 선고했기 때문이 아니다. 문제는 감형 자체가 아니라 감형의 이유다.
내란우두머리 윤석열의 양형 이유를 읊는 대목에서 주르륵 밑자락을 깔 때 알아봤다.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했고", "대부분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고", "범죄 전력이 없으며", "오랜 세월 공직자로 봉직했고", "65세로 고령"이라고 했다. 감형 사유를 끌어모은 셈인데, 과연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내란 우두머리에게 이런 것들이 감형 사유가 될 수 있는가.
아무리 곱씹어봐도 어느 것 하나 타당한 게 없다.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했다고? 첫 번째 이유부터 진실과 거리가 멀다. 본회의장 문을 부수고라도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한 것이 팩트다. 대부분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것도 위험을 무릅쓰고 한밤중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과 국회 담장을 넘어 집결한 의원들 덕분이지, 내란범들의 자제력 때문이 아니다.
또 내란에 재범이 있을 수 있나. 현실적으로 내란범은 모두 초범일 수밖에 없으며, 최고 권력을 쥔 공직자였던 만큼 오히려 가장 무겁게 처벌하는 것이 상식이다. "65세 고령"이라는 이유 역시 궁색하다. 법정과 구치소에서 보인 태도와 기세를 보면 '고령'이라 부르기에는 건강 상태가 충분히 양호해 보인다.
판사 지귀연은 사형만은 면해주려는 듯 '동정심'을 건드리고 '뇌피셜'을 동원했지만, 상식 있는 국민을 설득하기에는 어림도 없다. 너절한 감형 사유들 때문에 오히려 판결 전체가 오염되고 모순된 느낌이다. 감형 사유를 늘어놓기 전까지만 해도 판결문은 상식적이었다. 국민 법감정과 상식에 부합하는 것이었다.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야 할 이유들도 충분했다.
판사 지귀연은 "국헌을 문란할 목적의 폭동", 즉 내란임을 명확히 했고,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산정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고 했다. 또한 "사과의 뜻을 내비치는 걸 찾아보기 힘들었고", "별다른 사정 없이 재판 출석을 거부했다"고도 밝혔다. 그렇게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무너뜨리고 우리 사회에 막대한 피해를 안긴 중대범죄자, 반성도 사과도 없는 내란 우두머리에게 왜 이런 시답잖은 이유를 끌어대 형량을 낮춰준 것인가.
내란은 결과범이 아니라 목적범에 가깝다. 헌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의도와 실행 착수가 본질이다. 실제 얼마나 많은 피해가 발생했는지, 계획이 얼마나 실행되고 완성되었는지는 부차적 요소일 뿐이다. 헌정질서를 무력으로 무너뜨리려 한 시도 자체가 이미 최대치의 위험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총을 쏘지 않았다고 해서 총구를 겨눈 행위의 책임이 가벼워질 수는 없다.
문제의 핵심은 사형이냐 무기징역이냐의 선택이 아니다. 헌법을 무너뜨리려 한 행위에 대해 법원이 우리 사회에 어떤 무게의 메시지를 남겼는가이다. 대통령 윤석열의 내란은 역사적 사건이다. 지귀연의 판결은 내란을 인정하면서도 그 파괴성을 양형으로 희석한 판결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아울러 사법부 전체에 무거운 질문도 함께 남을 것이다. 내란을 내란이라 부른 사법부가, 그 무게만큼의 엄정함을 끝까지 보여주었는가. 2026년 조희대의 사법부는 과연 '법치와 민주주의 최후 보루'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가.
K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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