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토지보상금 '역대 최대'…집값 상승 '불쏘시개' 되나

김이현

| 2019-09-10 19:25:29

수도권 공공주택지구 토지보상 본격화…내년 45조원 전망
집값 안정화 위한 택지개발, 유동자금으로 '역효과' 우려
"집값 상승할 가능성 높아…현금보상 비중 최소화해야"
▲ 내년에는 수도권 3기 신도시와 GTX 등이 맞물려 토지보상금만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3기 신도시로 선정된 부천시 대장동의 모습. [정병혁 기자]


수도권 공공주택지구의 토지보상이 본격화하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토지보상금이 부동산 시장의 '변수'로 떠올랐다. 토지보상금으로 풀리는 수십조 원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가격폭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추석 이후 연말까지 수도권에서만 7조 원에 육박하는 토지보상금이 풀린다. 성남, 남양주, 의왕, 구리, 군포 등 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에 따른 수도권 공공주택지구의 감정평가와 보상이 4분기부터 시작된다.

특히 수도권은 내년부터 토지보상금액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인천 계양 등 3기 신도시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인 GTX 등 대규모 교통망 신설 계획으로 수도권에서 절반이상 보상이 이뤄진다. 토지보상금만 역대 최대인 45조 원으로 예측됐다. 종전 최고였던 2009년의 34조8554억 원보다 10조 원 이상 많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을 흔드는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안정세를 보이던 집값이 보상금액으로 인한 재투자를 통해 다시 뛰어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례가 엄연하다.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판교신도시 개발 등에 따른 토지보상금으로 29조9000억 원이 풀렸다. 이 중 37.8%가 부동산 거래에 쓰였으며 지방에서 풀린 보상금 중 8.9%가 수도권 부동산으로 유입돼 수도권 땅값과 집값을 크게 올려 놓았다.

또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박근혜 정부의 '행복주택' 조성 때도 보상금으로 인한 거래가 늘면서 주변 땅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서울 내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 경기도의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3기 신도시 조성의 목적은 수요 분산을 통해 서울 집값을 안정화하는 것인데, 여기에 투입된 토지 보상금이 다시 서울로 몰리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의 수많은 규제에 갈 곳 잃은 시중 유동자금이 가장 안전하고, 문턱이 낮은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3기 신도시 공급과 각종 개발계획 등으로 시중 유동자금이 언제든 부동산시장 유입되고,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는데 영향을 줄수 있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도 "막대한 토지보상금이 풀리게 되면 주거용 부동산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러한 '유동성 부메랑'을 의식해 보상자에게 현금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다른 땅을 주는 '대토 보상'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토지보상금의 지역 내 재투자를 촉진할 대토 리츠(Reits)를 활성화하고 주민참여형 개발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토 리츠란 신규 택지 토지 수용 때 현금 대신 땅으로 보상하는 대토 보상에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제도를 결합한 것이다. 대토 보상 신청자의 권리(대토 보상권)를 리츠에 현물출자하면, 리츠가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이후 수익을 출자자에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보상금이 일시에 풀리는 것을 막고, 시장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조치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 토지보상금이 45조 원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과장되게 측정된 면이 있다"면서 "보상금 지급을 유예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토지수요자도 그걸 바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토 보상이나 채권보상 활성화를 통해 최대한 현금보상 비중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리츠를 포함해서 대토 보상 제도와 채권보상이 유동성을 억제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면서 "추가적으로 3기 신도시 관련해서 대토 보상을 활성화하는 방안이나 새로운 방안이 있는지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진형 교수는 "대토는 어느 정도 이동하겠지만, 안정성을 추구하는 심리 때문에 리츠 시장으로는 별로 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유동자금을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채권발행 등을 통해 생산성 자금으로 이동하도록 정부에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억 원이 넘는 건 채권보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 채권보상으로 나갈 것"이라면서 "원치 않으면 대토 보상이나 대토 리츠로 갈 텐데 보상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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