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호의 문학공간] "핵오염수 방류는 일본 정부의 이상한 행위"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kpinews.kr | 2023-09-12 05:37:57
천황 전쟁 책임 묻는 것은 일 식민 지배 책임 추궁
관동대지진 학살 철저 규명, 역사수정주의 경계
"대립·칸막이 아닌 사람·문화 잇는 동아시아 바다"
7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을 수상한 오키나와 작가 메도루마 슌(63)이 방한해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오키나와에서 미군기지 반대운동 등을 벌이며 동아시아 긴장 해소에 적극적으로 노력해온 메도루마는 천황에게 전쟁 책임을 묻고, 핵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적극적인 참여 작가로 살고 있다. 류큐 왕국이었던 오키나와는 메이지 말기에 일본에 복속됐고, 다시 전쟁을 겪으면서 참혹한 피해를 입었으며, 전후에는 미군 기지로 활용돼 불행한 일들을 감당해야 했다.
메도루마는 “이호철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 전쟁 후 힘들게 살아가던 아버지의 삶이 겹쳐진다”면서 “이는 비단 개인의 역사만이 아니라 오키나와라는 장소가 지닌 차별과 분단의 역사와도 이어져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현재 오키나와는 미·중 갈등이 심각해지면서 타이완에서 혹시 있을지도 모를 사태 등으로 인해 매우 엄혹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오키나와에서 전쟁 위협이 점점 높아져 가는 것은 동아시아 평화 체제를 위협하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에서도 평화를 바란다는 말을 들었는데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 곳곳에서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 50여 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해온 소설가 이호철(1932~2016)의 문학 활동과 통일 염원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7년 은평구에서 제정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특별상을 수상한 진은영 시인도 함께 참석했다.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왔는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선 어떤 생각인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는 일본에서도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주민이 그곳에서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사고였다. 원자력 발전소의 그런 위험을 생각한다면 원자력이 아니라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미래에도 통용되는 에너지로 바꿔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치인들이 해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이 있는데 방류를 강행하는 것은 원전을 재가동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일본 정부의 이런 자세는 이상한 점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이 규탄하고 막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일본 천황의 전쟁 책임을 묻는 작품을 발표했을 때 반향은 어떠했는가.
“아버지는 14살 때 오키나와 전쟁에 철혈근왕대 일원으로 동원됐다. 당시 소학교 때부터 천황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교육이 철저히 주입됐고, 아버지 동급생들 중에는 전쟁에서 사망한 이들이 많다. 패전 후 천황이 자결할 거라고 아버지는 생각했는데 자결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에 대해 분노했다. 일본 천황의 전쟁 책임은 무겁고, 처벌을 받는 것이 도리에 맞다. 쇼와(昭和) 천황은 그런 처벌을 받지 않고 세상을 떠났다. 일본에서 천황을 비판하면 우익 세력들이 나타나서 여러 위해를 가하는데 제 신상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저는 여기에 굴하지 않는다. 천황의 전쟁 책임을 묻는 것은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지배 책임을 묻는 것이고, 동아시아에 위해를 가했던 것을 묻는 것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추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 정부가 역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가 일본에 살고 있는 저를 포함한 사람들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메도루마 슌은 그가 바라는 최종 목적이 ‘오키나와의 독립’인지 ‘반전’인지 묻는 질문에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굉장히 자연스럽게 소설을 써왔기 때문에 정치적인 목적은 없다”면서 “이데올로기나 정치를 내세우기보다 오키나와는 물론 동아시아 사람들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답했다.
-올해가 관동대지진 100주년이다. 당시 조선 사람들의 피해에 대해 어찌 생각하나.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은 역사적 사실이다. 일본 정부나 도쿄도에서 이 비극이 왜 일어났는지 철저히 규명하고 반성하는 것이 필요한데, 역사적 사실을 애매하게 하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들을 말하지 않음으로써 없었던 것으로 치부하려고 하고 있다. 이런 태도는 관동대지진만이 아니라 일제 말에 일어났던 위안부 문제, 이런 것들까지 파급되고 있다. 역사 수정주의를 비판하고 용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피해자로서 오키나와만이 아니라 동시에 자경단이 됐던 오키나와 사람은 없었는지 추궁하고 싶다. 차별받는 게 두려워서 차별받는 쪽에 섰던 오키나와 사람들, 그 두려움을 이기지 못했던 오키니와 사람들 문제도 들여다보겠다.”
-역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오래 지속되면서 피로감도 높아지는 것 같다.
“오키나와 미군 기지나 역사 문제 등 어떠한 것에서도 저는 가해자가 되고 싶지 않다. 제가 살아 있는 한 그 가해의 구조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변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계속 변화를 요구한다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그런 노력을 지속하지 않는다면 저는 계속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선정위원회는 “메도루마 슌의 작가로서의 활동에 경의를 표하는 것은 무엇보다 현실 탐구의 집요함, 감상주의적 봉합의 유혹에 굴하지 않고 현실에 내재하는 적대의 선들을 고스란히 드러내고야 마는 비타협적 리얼리즘의 정신 때문”이라며 “이 문학적 성취는 상당 부분 사실주의적 묘파에 의존하지만, 때로는 풍자와 익살에, 또는 몽환적 상징에 의존하기도 한다”고 선정 경위를 밝혔다. 이어 “세상의 변화를 가져오는 데서 문학이 할 수 있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지만 '뭐 하나 끝난 게 없다'는 판단,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발언 자체도 하나의 성취”라고 덧붙였다.
-문학이, 문학인이 현실에 영향을 미칠 힘이 있다고 보는가.
“작가는 문학인 이전에 사회의 한 구성원이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하는 존재다. 쓰는 것과 살아가는 것은 분리될 수 없다. 소설에서 그런 문제를 다루는 것을 차치하고라도 생활인으로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에 관여할 수밖에 없다. 제가 생각하는 소설은 커다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의 복잡함과 난해함을 추구하는 것이 소설이라고 믿고 있다. 이호철 작가 소설에, 적군을 포로로 잡았는데 산 너머 연기가 피어오르는 쪽을 가리키며 그 포로가 저기 우리 집이 있다고 이야기하니까 풀어주는 내용이 있다. 적이냐 아군이냐는 문제로부터 한순간 벗어나서 인간으로 돌아오게 되는, 인간성을 회복하는 그런 장면이기도 하다. 소설이라는 것은 인간이 끌어안고 있는 그런 거대한 곤란함과 복잡함으로부터 일순이긴 하지만 잠시라도 벗어나서 인간이 되게 하는 것이지 않을까."
메도루마 슌은 서면으로 제출한 수상 소감에서 “지난 40여 년 동안 소설을 쓰는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반전·반기지 운동에 쏟아왔다”면서 “좀 더 책을 읽고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만,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의 자연이 파괴되고 새로운 군사기지가 건설되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보상이 거의 없는 시위를 묵묵히 이어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저도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도쿄나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보다도 한국에서 미군 기지를 마주 대하고 사는 여러분이 오키나와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의 희망.
"동아시아의 정치·군사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오키나와 땅에서 노력하고 싶습니다. 오키나와를 둘러싼 동아시아 바다가 대립과 칸막이로서의 바다가 아니라, 사람과 문화를 잇는 바다가 되기를 희구합니다."
KPI뉴스 /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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