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롯데 온라인사업서 격돌…신천지 or 블랙홀?
남경식
| 2018-11-11 11:40:36
11번가, SK플래닛서 3년 만에 다시 분사 '합병 실패' 재확인
최근 유통대기업 신세계와 롯데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온라인사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보를 통해 두 기업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이어지며,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달 신세계그룹은 온라인사업을 위한 1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확정하고, 내년 1분기에 온라인법인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3년까지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롯데 역시 '이커머스 사업본부'를 신설하고, 백화점·마트·홈쇼핑·면세점 등 계열사 별로 운영하던 온라인몰을 통합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온라인사업에 3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2022년 20조원 매출을 올려 이커머스업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렇듯 유통대기업들이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으로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지만, 이베이코리아·쿠팡·티몬·위메프 등 이커머스업계는 이를 예의주시할 뿐 크게 긴장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한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여태까지 대기업이 성공시킨 온라인서비스가 없다"면서 "유통대기업의 온라인사업 진출이 위협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온라인시장은 상황이 시시각각 바뀌기 때문에 빠른 의사결정구조가 중요하다"며 "대기업의 의사결정구조로는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일축했다.
실제로 오픈마켓 11번가(대표 이상호)는 2016년 SK플래닛에 흡수 합병되었으나 올해 9월 3년만에 다시 분사됐다. 두 기업 간 합병을 통해 업계 2위를 벗어나 1위인 이베이코리아(G마켓, 옥션)를 잡겠다는 전략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셈. SK는 1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나서는 등 11번가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지만, SK플래닛의 성과는 오히려 저조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11번가를 운영한 SK플래닛은 지난해 5136억원의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이어지면서 자산 규모가 1조534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매출 9916억원, 영업손실 2497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310억원, 2017년 751억원의 순손실을, 누적 결손금은 6000억원이 넘는다.
11번가는 지난 2008년 론칭 이후 10년간 적자를 이어왔다. 일각에서는 SK플래닛과의 합병으로 인해 11번가가 가졌던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보는 의견도 제시됐다.
온라인쇼핑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간 합병으로 인해 SK플래닛의 실적이 악화되는 결과를 낳았고, 11번가도 합병 전 가졌던 오픈마켓에서의 경쟁력이 합병 이후 약화된 것으로 판단돼 사실상 합병은 실패한 것"이라며 "결국 대기업의 손이 닿는 순간 망한다는 업계의 중론을 확인시켜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신세계와 롯데의 투자금 규모가 그에 걸맞은 사업 성과로 이어진다고 보장할 수 없으며, 이어진다 해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신세계 쓱닷컴(SSG.com)도 3년 동안 별다른 성과를 못 냈다"면서 "롯데는 이제 막 온라인 통합을 했고 조직 구성을 한 거라, 사업이 가시화되려면 2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투자금이 하루 만에 다 쓰이는 것도 아니며, 그중 실제로 투자되는 금액이 얼마나 될지도 미지수다"며 "초기 세팅에 드는 비용이 많아 마케팅이나 서비스에 쓸 수 있는 돈이 많지도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커머스 업체 쿠팡(대표 김범석)의 경우에도 2015년 소프트뱅크로부터 1조1000억원을 투자 받는 등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흑자 전환이 안 된 상황이다. 쿠팡은 직접 물류 사업을 운영하고, 배송인력을 모두 직접 고용하는 등 외형적인 성장에 우선 집중하고 있다.
현재 쿠팡을 비롯해 티몬, 위메프의 상황도 심각하다. 티몬은 2013년 708억, 2014년 246억, 2015년 1419억, 2016년 1585억의 영업손실을 냈다. 쿠팡의 영업손실 규모는 2014년 1215억, 2015년 5470억, 2016년 5600억원으로 매년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내년 봄에 나올 이들 기업들의 올해 성적표도 이커머스업계의 큰 관심사다. 현재 이커머스업계에서는 이베이코리아만 유독 600억원 이상의 흑자를 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이 각종 규제와 성장정체로 인해 어려움에 처해있고, 결국 돌파구는 온라인, 모바일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며 "하지만 기존 온라인쇼핑업체들도 적자투성이인 이 시장에 신세계, 롯데가 뛰어들어 과연 재미를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한편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단기간에 업계 1위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면서도 "초기 투자 단계에서 이익은 낼 수 없겠지만, 오프라인 사업의 경험과 시스템을 기반으로 시장 선두 주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K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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