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길거리 설문조사의 정체는?

강혜영

| 2019-01-02 13:35:30

소속 밝히지 않고 연락처 묻는 설문조사…"100% 신천지"
2주간 '상황극' 겪어보니…심리상담 미끼로 관계 지속
신천지 빠진 대학생들 휴학·자퇴·가출…포교수법 홍보 필요

"안녕하세요, 웹툰 스토리 작가 팀으로 나왔는데 잠깐 1~2분만 인터뷰할 수 있을까요?"

 

2018년 12월11일 오후 2시30분께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건물 근처에서 두 남녀가 말을 걸어왔다.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하자 스마트폰 화면에 설문지를 띄워놓고 "좋아하는 웹툰이 뭐냐", "이 중에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가 뭐냐"며 질문 공세를 펼쳤다. 선택지 중에는 '신' 혹은 '종교'와 관련된 항목이 들어 있었다.

이들은 자신의 소속이나 이름 등 신원 일체를 밝히지 않았지만, 인터뷰 뒤 이름, 나이, 주소, 그리고 연락처를 수집해갔다. 이벤트 차원에서 커피를 보낸다는 명분이었다.

기독교에서는 이단 규정…'인터뷰' 가장 포교활동


전국신천지피해자연합(전피연)은 이런 상황에 대해 "100% 신천지 포교활동"이라고 했다. '신천지'로 알려진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은 교주 이만희씨가 1984년도 창설한 신흥종교로, 기독교에서는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전피연에 따르면 신천지는 많은 포교 수법 중 하나로 종교색을 감춘 길거리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대체로 20대 남녀, 혹은 여성 두 명이 2인1조로 다니면서 웹툰, 연극, 팟캐스트, 웹드라마 등을 제작하기 위한 사례가 필요하다며 접근한다.

 

 

이 밖에도 시나리오가 무궁무진해 여타 길거리 행사와 구분하기 어렵다. 그러나 신천지의 포교활동을 추적해온 전문가는 신천지의 포교활동은 이름, 소속 등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개인정보를 요청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신현욱 신천지대책전국연합(신대연) 대표는 "개인정보를 묻는 설문조사, 특히 신분이 확실하지 않은 곳의 경우에는 80~90% 유사 종교가 하는 것"라고 말했다. 홍연호 전피연 대표도 "일반적인 설문조사는 익명"이라며 "개인정보를 묻는다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수능이 끝난 요즘이 길거리 포교가 가장 왕성한 시기다. 사회 경험이 적은 신입생을 주로 노리기 때문에 포교 장소도 대체로 대학가다. 종교 전문매체인 '현대종교' 편집부 관계자는 "이 시기에 신촌, 이대, 홍대 등 대학가에 가면 신천지를 무조건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연호 대표는 신천지를 "종교를 가장한 다단계 조직"이라고 정의했다. 신천지는 포교를 핵심 교리로 삼고 다단계 조직처럼 전도하기 때문이다. 보험회사처럼 실적 그래프도 있고 서로 경쟁도 붙인다고 그는 설명했다.

포교를 못 했을 경우 전도 비용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신현욱 대표는 "최근 이만희가 고등학생 이상인 성도들에게 전도를 못 했을 때 1인당 지파에 100만원, 총회에 10만원 총 110만원을 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20대 젊은이들이 추운 겨울 거리로 나와 포교활동에 목을 매는 이유라는 것이다.

'상황극'으로 심리검사 유도…상담 빌미로 만남 지속


전피연에 따르면 로드 인터뷰는 시작에 불과하다. 인터뷰를 계기로 만남을 이어갈 명분을 단계별로 계속 만들어낸다. 이후 자연스럽게 성경 교육을 권해 신천지에 입교시키려는 목적이다.

이를 위해 신천지는 4~5인조를 꾸려 잘 짜여진 상황극을 벌인다. 홍연호 대표는 "신천지의 '모략교리'는 사람을 속여서 하나님의 영광에 이른다고 가르친다"며 "나이, 이름, 소속 등을 속이고 자연스러운 상황을 만들어 심리 상담을 받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황극을 통해 의심을 피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만남을 꾀해 신뢰를 쌓게 한 뒤 신천지에 끌어들인다"고 부연했다. 홍 대표는 이런 수법이 1991년도에 개발됐으며, 상황극에 필요한 심리 상담 등에 대한 내부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전피연이 설명한 신천지의 포교 과정 중 7단계까지 직접 추적해봤다.

신촌에서 로드 인터뷰를 당한 지 하루 만인 12일, 추가 인터뷰를 빌미로 신천지1에게서 연락이 와 다음날 신촌역 인근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신천지3이 투입된다. 약속시간 직전 신천지1은 문자로 "인터뷰 일정이 꼬였다"며 다른 사람과 함께 인터뷰를 해도 괜찮냐고 물어왔다. 홍연호 대표는 "신천지3은 만남을 이어갈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상황을 설정하고 빠지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 신천지에게 온 문자 메시지 [강혜영 기자]

 

이로써 총 4명이서 인터뷰를 하게 됐다. 신천지1·2는 자신들이 대학연합동아리 소속이라고만 밝힐 뿐 동아리 이름이나 어떤 일을 하는지 등 자세한 언급은 없었다. 

 

전피연에 따르면 신천지3은 심리상담을 받도록 매개하는 역할이다. 신천지3은 자신이 한국심리상담협회 소속 보조연구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인터뷰 자리에서 자신의 연구 표본이 부족한 게 고민이라며 '한국형 성격유형 응답지'를 풀어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신천지1·2가 참여하겠다고 나섰고, 자연스럽게 검사지를 푸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나흘 뒤인 17일, 신천지3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심리검사 결과를 알려준다며 전문 심리상담사(신천지4)를 소개해줬다. 그는 "무료로 상담을 받으실 수 있도록 굉장히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전문 심리상담사로 위장 신뢰 쌓아…신천지냐 묻자 "억울"


19일 서울시청 9층에서 시청 교육자문위원을 하면서 한국심리상담협회 소속 프리랜서로 활동한다는 심리상담사(신천지4)를 만났다. 신천지4는 13일 진행한 심리 상담 결과를 그럴싸하게 설명한 뒤 또 다른 심리검사지를 풀게 했다. 그리고 상담을 한 차례 더 받을 것을 권유했다. 

2차 상담은 21일 진행됐다. 이태원에서 약속이 있다고 하니 장소도 근처 카페로 잡아주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마찬가지로 심리검사지를 작성하도록 했다. 2차 상담에서는 조연들도 등장했다. 갑자기 한 학생이 카페로 찾아와 "선생님이 보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이 선생님과 상담을 하기 위해 3개월을 기다렸다"며 "소개로 한 번에 상담받게 됐다고 들었다. 너무 부럽다"고 했다. 

 

▲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있는 신천지의 심리상담지 [손지혜 기자]

 

이때 신천지4에게 "혹시 신천지냐"고 물었다. 신천지4는 당황하더니 "우리도 그런 오해를 자주 사서 억울하다"며 "그런 집단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누가 그러냐"고 따졌다. 이에 "주변 친구가 이런 걸 겪었다"고 답하자 "친구 이름이 뭐냐", "사진 없냐"고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러나 억울하다던 신천지4의 신분은 거짓이었다. 한국심리상담협회에 문의해보니 "그런 사람 없다"며 협회를 사칭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상담지 유출 경로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말했다.

신천지4는 이후 '상담에 더 도움이 될 만한 사람(신천지5)'과 만나보도록 권했다. 전피연에 따르면 성경 공부를 권할 복음방 교사다. 복음방은 신천지 전문 교육을 이수하기 전에 성경 공부를 하도록 카페로 위장된 장소다.

이런 상황극을 거쳐 복음방 교사와 만나면 복음방에서 1개월가량 성경 공부를 하게 된다. 이후 센터에서 6개월 과정의 교육을 이수하고 나면 신천지에 입교한다. 교육을 받는다는 사실은 외부로부터 철저히 숨기도록 한다.

3년 전 같은 수법으로 신천지에 속아 3개월 간 교육을 받았던 대학생 A(24)씨는 "상담받는다고 외부에 말하면 사람들이 문제 있다고 오해하니까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 받을 때도 신천지라는 사실을 철저히 숨기다가 3개월 뒤에 밝힌다"고 말했다. 신천지라고 밝힌 뒤에는 그동안 쌓아온 관계를 근거로 "우리 이상한 사람이냐"면서 "인터넷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했다.

입교한 대학생들 가출, 휴학, 자퇴...포교 수법 홍보 절실

 

이런 과정 등을 거쳐 신천지에 빠진 이들 상당수가 대학생 등 젊은 층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연호 대표는 "현재 20만에 달하는 신천지 성도 중 10만명 가량이 청년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피연에서 발간한 신천지 피해 사례집에 따르면 신천지에 입교한 대학생들은 대부분 학업을 중단한다. 포교 활동, 성경 공부 등에 매진하기 때문이다. A씨는 "신천지 교육센터에서 만났던 친구들 대부분은 부모님께 고시 준비 등의 핑계를 대고 휴학했다"고 말했다. 심한 경우에는 자퇴까지 한다. 신천지에 입교해 2년 간 활동했던 B씨도 대학생이었던 당시 부모 몰래 학교에 2년 간 나가지 않았다.

부모가 알게 될 경우 가출로 이어진다고 전피연은 설명했다. 이를 돕는 섭외부도 있다고 한다. B씨 역시 부모님이 알게 되자 가출해 신천지가 마련해준 공간에서 거주했다. 신현욱 대표는 "신천지에 빠지면 대체로 정상적인 생활을 못 하게 된다. 학교와 직장 생활, 가정까지 다 파탄난다. 신천지 활동을 막으면 자살, 살인 등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날 때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유사종교 피해 방지법 주요 내용 [유사종교피해방지 대책 범국민연대 홈페이지]

 

신천지가 신분과 목적을 숨기고 대학생들을 끌어들이는 문제를 방지하려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유사종교피해방지 대책 범국민연대는 '유사종교 피해 방지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여 현재까지 2만여명이 동참했다. 유사종교 피해 방지법은 개인이나 단체가 포교활동의 일환으로 모임이나 교육 문화활동을 기획, 진행할 경우 어떤 종교단체에 소속됐는지 사전에 명확히 밝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전문가들은 홍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신 대표는 "수년 간 이런 포교 수법이 성행하는 상황"이라면서 "포교 수법을 대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유일한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신촌 일대 대학들도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화여대 교목실은 "신천지 등의 포교 수법을 알리는 내용을 새 학기 채플 첫 주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진행한다"며 "교내에 관련 안내 자료도 부착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 피해 사례가 계속해서 속출한다는 점을 감안해 홍보에 미비한 점을 보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신천지 서울 서북부·일산​·파주지역 관계자는 "최근 신촌에서 로드 인터뷰를 당했는데 신천지 전도방식이 맞냐"는 물음에 "모른다"면서도 "전도 방식은 각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언론에 보도된 게 많다고 재차 묻자  "인터뷰를 받으셨다는 분한테 직접 물어보라"고 말했다.

 

이어 전도 방식이 어떻게 되냐고 묻자 "우리는 가르침을 받은 대로 할 뿐"이라며 "인터넷에 나온 것 중에는 왜곡된 것이 많다"고 덧붙였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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