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이후 '명동 실탄사격장'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김이현

| 2018-09-22 10:30:00

현장에 안전요원 2명씩 배치 등 관리 강화
경찰 "사전 몸수색 가능토록 법개정 추진"

21일 낮 서울 명동 거리의 한 골목. 수많은 인파가 지나다니는 가운데 '실탄사격장'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서 있었다. 사고 소식을 아는 듯한 몇몇이 손가락으로 사격장을 가리킬 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 21일 명동에 위치한 명동실탄사격장 안내판 옆으로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김이현 기자]


건물 내 실탄 사격장 입구는 적막했다. 해당 층의 불은 꺼져있었고, 셔터는 내려가 있었다. 이 건물 경비를 맡고 있는 관계자는 "거기(실탄사격장)는 완전히 통제됐고 사고 이후 아무도 못 들어가고 있다. 다음 달 초나 돼야 다시 문을 연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 21일 명동에 위치한 명동실탄사격장의 문이 닫혀 있고 불도 꺼져있다. [김이현 기자]


16일 오후 8시10분께 이 곳에서 영화 촬영 스태프인 A(36)씨가 방아쇠를 당겨 스스로 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과연 실탄사격장에서는 안전관리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사고가 난 다음날, 목동의 한 실탄사격장 안으로 들어서니 사격절차 안내문이 벽에 붙어 있었다. 매표소에서는 직원이 신분증을 요구했다. 사격장에서 실탄사격을 하기 위해서는 신분증이 필수다. 전화로 물어본 사격장 5곳 모두 "실탄사격은 신분증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분증 확인이 끝나면 안전수칙을 듣고 동의서를 쓴다. 실탄권총사격 이용 안전에 대한 사전 고지 및 면책 규정이 빨간색으로 강조돼 있다. '실탄권총사격 이용은 전적으로 본인의 결정에 따른 것이며 발생되는 피해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은 본인이 진다'는 등의 내용이 담인 일종의 서명서다. 자필로 이름을 쓰고 사인한다.

서명이 끝나면 다양한 종류의 총기를 고를 수 있다. 총기별로 가격이 다르다. 이번 명동 실탄사격장 사고에 쓰인 것으로 알려진 글록 9m 중 하나를 골랐다.

여기까지는 A씨와 똑같은 과정을 거쳤다. 경찰이 명동 실탄사격장 내부 CCTV를 확인한 결과, A씨는 안전수칙에 따라 주민등록증을 보여주고 인적사항을 기재한 뒤 사대까지 사격장 직원과 동행했다.

 

▲ 지난 17일 목동의 한 실탄사격장 사대 모습 [김이현 기자]


사대 높이는 1m가 넘었다. 총기는 양옆의 체인에 고정돼 있다. 총구는 위아래 혹은 좌우로 약간씩 조정될 뿐 완전히 방향을 돌리거나 거꾸로 뒤집을 수 없었다. 탄창 교체도 옆에 있는 안전요원이 진행한다. 사격자는 약 10m 거리의 과녁을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기면 된다.

A씨는 미리 준비한 전기충격기로 직원을 공격했다. 직원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밖으로 뛰어나간 사이 A씨는 사대를 넘어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명동 사고 이후 목동의 사격장은 사격자 한명당 안전요원 두명을 배치하고 있었다. 한명은 전반적인 사격진행을 맡고, 나머지 한명은 혹시 모를 사격자의 이상행동을 경계했다. 서울경찰청에서 이런 지시가 내려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A씨의 경우처럼 전기충격기 혹은 다른 무기를 소지해 안전요원을 제압하지 않더라도, 총 아랫부분을 받친 왼손을 총구로 옮겨 손목을 겨누는 것까지 막기는 힘들어 보였다.

목동의 사격장 관계자는 "이번 명동 사고처럼 작정을 하고 온 경우라면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술에 취했다거나 육안으로 문제가 되는 사람이라면 안전관리 지침을 적용해 사격을 못하게 할 수 있으나, 이번 사고처럼 본인이 처음부터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사격장을 찾았다면 안전요원들이 아무리 주의의무를 기울여도 막기 힘들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자동차, 보트 등 레저 활동에서도 마찬가지로 사람이 다치거나 죽기도 한다. 이번과 같이 예외적인 사건을 놓고 사격장에만 안전관리 의무와 책임을 강조하긴 힘들다"면서 "관리자 입장에서 사격을 금지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남대문의 한 사격장 관계자는 "안전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지만 명동에서 일어난 사고 이후 이용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일본인 등 외국인 손님이 자주 방문하는데, 사격장 전체가 타격을 받을 듯하다"고 걱정했다.

실탄을 취급하는 사격장은 '사격 및 사격장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사격장안전법)에 따라 엄격하게 운영된다. 담당 파출소·지구대에서 주 1회, 경찰서에서 월 1회 방문 관리·감독하도록 돼 있다. 관리 규정이 까다로워 실탄사격장은 전국에 14곳뿐이다. 사고가 난 명동 사격장은 관할 명동파출소에서 이달 4일, 남대문경찰서에서는 지난달 관리 감독을 실시했다.

총기는 반드시 신분증을 보여준 뒤 관리자나 종업원이 2명 이상 있을 때만 빌릴 수 있다. 총기는 쇠사슬, 자물쇠 등으로 고정시켜 전방 외의 방향으로 총구를 틀거나 총을 빼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내부에는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 사격자의 행동을 녹화한다. 모든 안전절차와 이용 관련 규정이 지켜졌음에도 이번 사고가 일어난 셈이다.

경찰청은 이번 사고에 대한 대책으로 고객들이 사격장을 이용하기 전에 직원들이 이들에 대한 몸수색을 하도록 하고, 이에 불응하면 사격장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직원들은 전기충격기 등 보호장비도 의무적으로 휴대하도록 할 계획이다. 현행법상 사격장 이용자의 몸수색 등에 대한 규정이 없어 A씨가 미리 준비했던 전기충격기를 사전에 발견하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사격 및 사격장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업주들의 협조를 구해 이를 사전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