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앞두고 종결된 SK브로드밴드·넷플릭스 분쟁, 왜?
김윤경 IT전문기자
yoon@kpinews.kr | 2023-09-18 17:58:38
정치전과 국감까지 복잡한 셈법 가동
분쟁 장기화보다 '실리 타협' 해석도 제기
가려진 합의 조건…회선사용료 보상은 묘연
4년 가까이 이어진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법적 분쟁이 10월 국정감사(국감)를 앞두고 종결됐다.
양측은 18일 오전 각사가 상대방에게 제기한 '부당이득 반환'과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모두 취하하며 길고 긴 법적 공방을 마무리했다.
SK텔레콤까지 결합한 3자간 전략적 제휴가 갈등의 종착지였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양보 없는 대립을 이어왔던 터라 양측의 합의가 ‘극적’이라는 평가보다 ‘의외’라는 반응이 더 많다.
1심 판결에서 SK브로드밴드가 승소했고 2심에서도 넷플릭스의 망(전용회선) 사용료 지불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에서 이번 제휴를 ‘석연치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정치 논쟁 피하고 국감 소환 막으려면 '합의' 필수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이후 넷플릭스와 화해무드가 조성됐고 국감이 임박한 상황에서 양측의 갈등이 정치적 논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고자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대표들이 국감대로 소환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양측의 합의는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2022년에는 구글과 애플, 넷플릭스의 한국법인 대표들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와 방송통신위 감사에 증인으로 소환되며 어려움을 겪었다.
정규화 넷플릭스코리아 전무가 "한국 콘텐츠 사업에 1조 가까운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달라"고 호소하며 '원칙에 따라' 등의 답변을 했지만 의원들의 거센 질타는 밤늦도록 이어졌다.
망 사용료 분쟁이 종식되지 않아 넷플릭스가 올해 국감장에 호출되면 대상은 정 전무가 아닌 서랜도스 CEO나 그렉 피터스 CEO와 같은 윗선일 가능성이 높았다.
SK텔레콤과 브로드밴드 역시 지난해에는 대표 대신 임원 출석으로 막았지만 올해도 대표이사의 국감장 소환은 막아야 한다는 걱정이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길어지는 평행선보다 '실리' 선택
정치적 이유 못지 않게 두 회사가 ‘실리에 타협했다’는 해석도 있다.
길게 이어진 갈등으로 두 회사 모두 피로감이 컸고 딱히 해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발 후퇴의 마음으로 발전적 제휴에 합의했다는 분석이다.
전 세계적으로 회선 사용료를 둘러싼 망과 콘텐츠 사업자 진영의 대결 구도가 팽팽하고 양측의 법적 분쟁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회선사용료를 다른 비즈니스 모델로 상쇄하면 SK브로드밴드가 더 이상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있고 넷플릭스도 콘텐츠 보국인 한국과의 관계를 잘 이어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선 사용 비중이 가장 높은 구글이 국내 망 사업자들과 회선 사용료 논쟁을 벌이지 않는 이유는 광고 등 비즈니스 모델 등으로 보완적 수익 공유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넷플릭스는 지금까지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만 제공할 뿐 회선 사용료를 상쇄할 마땅한 비즈니스 모델은 없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SK브로드밴드는 KT와 LG유플러스에서 출시한 넷플릭스 요금제 상품조차 선보이지 않았었다.
베일에 가려진 합의 조건…'망사용료' 상쇄할 제휴로 마무리
양사는 ‘비공개협약’을 이유로 구체적 합의 조건과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있던 '회선사용료'도 양측이 그에 상응하는 제휴와 혜택을 주고 받으며 '갈음'한 것으로 추정된다.
SK텔레콤을 포함, 다자간 합의에 참여한 3사는 내년 상반기부터 넷플릭스 요금제와 T우주 결합상품 등을 출시하고 기술적 제휴까지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고객들이 스마트폰과 IPTV(B tv) 등에서 보다 편리한 시청 경험과 결제 방식으로 넷플릭스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더불어 넷플릭스가 최근 출시한 광고형 요금제 관련 상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계산 없이 분쟁을 마무리하지는 않는다”며 “SK브로드밴드도 ‘보상이 됐다’는 판단에서 협상을 마무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넷플릭스, '빛 바랜' 분쟁 일지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2018년 5월 미국 시애틀에서 도쿄로 망 연결지점을 변경할 당시 정산 합의가 있었느냐를 두고 대립해 왔다.
넷플릭스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무정산’이 유지되고 유료 정산 합의는 없었다는 입장. 이와 달리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가입자가 늘면서 별도의 전용회선 설치가 불가피했고 당연히 유료 정산을 전제로 '선조치, 후정산' 원칙 하에 전용회선 작업을 진행했다고 주장해 왔다.
두 회사의 갈등은 지난 2019년 11월 SK브로드밴드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망 사용료 협상 중재를 요청하면서 표면화됐다.
이후 넷플릭스가 방통위의 중재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2020년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특히 넷플릭스가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내린 패소 판결(2021년 6월)에 불복, 2021년 7월 항소를 제기한 후로는 법적 분쟁도 심화됐다. 같은 해 9월 SK브로드밴드도 넷플릭스에 '부당이득반환 청구' 반소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양측의 공방은 담당자들을 증인으로 세우고 주고 받은 이메일을 증거로 제시하는 노력에도 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로 진전되지 못했다.
지난 7월 12일 채무부존재확인 항소심 10차 변론에 이르도록 뚜렷한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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