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정책硏 "내년 집값 'L자'형 횡보…2~3년간 건설업 부진 불가피"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3-11-21 17:35:05

'2024 건설·주택경기 전망 세미나…내년 건설투자 2.4% 뒷걸음 예상
수주·인허가·착공 등 나빠진 선행지표 반영될 시기…"유례없는 상황"
토론서는 "'성숙기 끝단' 와 있는 건설업, 쇠퇴에 대비해야" 의견도

내년 건설투자가 올해보다 2.4% 뒷걸음치고, 향후 2~3년간 건설경기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전망이 제기됐다. 연구원은 주택시장에 대해서도 고금리와 수요위축 영향으로 약보합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정책연구원은 21일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2024 건설·주택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희수 건설정책연구원장은 "내년에는 건설경기가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언급했다.

 

▲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21일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개최한 '2024 건설·주택 경기전망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제공]

 

그간 부진했던 건설경기 '선행지표'가 본격적으로 반영될 시기라는 게 이처럼 부정적인 전망의 근거다. 통상 선행지표인 건설허가는 6분기, 건설수주는 4분기, 착공실적은 2분기 시차를 두고 건설경기에 반영된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집계된 수치를 보면 건설수주는 전년 대비 26%, 건설허가는 25.9%, 착공은 무려 40.4% 줄었다. 

 

문제는 건설경기 둔화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건설경기 전망을 발표한 박선구 연구위원은 "선행지표가 이렇게 많이 감소한 것은 유례가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2~3년간 건설경기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 연구위원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본 PF로 넘어가기 이전 단계에서 높은 이자로 조성한 '브릿지론'의 만기가 2024년에 많이 몰려 있다는 점도 시장 불확실성을 높일 것이라고 봤다. 그는 "2.4%도 굉장히 보수적으로 전망한 수치"라며 "마이너스 3% 이상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주택시장도 큰 폭의 회복 흐름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고금리와 저성장 등 주택시장에 부정적인 거시환경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국내외 주요 기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1%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세계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는 2% 초반대 전망이 나오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성장률은 마이너스(-)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코픽스(COFIX) 금리 상승으로 인해 상승세를 유지하는 중이다. 주택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건설정책연구원이 아파트 매매·전세 수급과 가격 흐름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보면 전국, 서울, 수도권, 지방 모두 수급이 현재 정점에 달했고, 가격 확장세는 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내년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1%, 전세가격은 2% 내외 상승에 머물 것이라고 봤다.

 

주택시장 전망을 발표한 권주안 연구위원은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주택가격 전망 CSI(소비자심리지수)가 최근에 뚝 떨어진 점을 보면 향후 수요심리는 더 위축될 것"이라며 "시장 전망은 약보합일 뿐 아니라 침체가 길어지는 'L자'형 횡보를 예상한다"고 했다. 

 

▲ 아파트 수급·매매 순환변동치.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제공]

 

그러면서 권 연구위원은 "주택담보대출 DSR을 폐지하거나 대폭 완화하고, 50년 만기 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주택·건설 경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은 역대 5번째로 낮은데, 과거의 경우 경기충격이 왔던 다음 해에 평균 수준의 상회하는 회복을 보였던 것과 달리 내년에는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 다르다"라며 "내년에 경제성장률이 소폭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숫자상 회복'으로만 나타나고 체감은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문혁 건설산업정보원 부원장은 "건설업이 성숙기의 끝단에 왔다"며 "이 산업은 쇠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쇠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성준 전문건설공제조합 전무는 "지표가 분명히 안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년에는 더 안 좋아질 것이 확실하다고 보고 경영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김환주 전문건설협회 경영정책본부장은 "대형 종합건설업체의 위기는 중소·전문건설업계에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기가 안 좋을수록 불공정행위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정책당국의 선제적 역할과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서미숙 연합뉴스 기자는 '미봉 상태'에 있는 부동산 PF 리스크를 언급했다. 그는 "지금 증권사, 캐피탈,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부실이 계속 일어나는데 덮어주고 있지 않느냐"며 외형상으로는 PF 부실이 잦아든 것처럼 보이지만, 내년 총선 이후 정부가 어떤 의사결정을 하는지에 따라 건설시장에 도 한 차례 태풍이 불어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는 "서울 정비사업을 보면 공사비나 금융비용 상승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인허가가 난 이후에도 브릿지론이 본PF로 넘어가지 못해 착공 안 되는 사업장이 나온다"며 "서울이나 수도권 주요도시의 공급 위축이 심해질 수 있다"고 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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