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의 직썰] 이재명 대통령이 진정 두려워해야 할 것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 2026-08-18 18:54:24

요즘 법조계 지인들에게서 반복적으로 듣는 얘기가 있다. "대통령이 퇴임후를 걱정하는 게 아니냐"는 거다. 근거로 빠지지 않는 게 민정수석 인사다. "왜 봉욱이고, 또 왜 한찬식인가. 민정수석에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막아줄 변호인을 앉힌 거냐"는 얘기다.

 

봉욱 전 수석, 한찬식 현 수석은 검찰 엘리트 출신이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검찰 핵심 보직을 두루 거쳤다. 검찰을 떠난 뒤 대한민국 최대 로펌 김앤장에서 일한 경력도 같다. 이 정부의 첫 민정수석으로 임명됐다가 낙마한 오광수 역시 검사장 출신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해석일 뿐이다. 당연히 민정수석은 대통령 개인 변호인일 수 없다. 검찰 출신을 기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법리스크 방어용 인사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검찰을 개혁하려면 검찰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현실론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정치는 의도만 중요한 게 아니다. 국민에게 어떻게 비치느냐도 그에 못지 않다. 의구심을 드러내는 법조계 지인 상당수가 이재명 지지자다. 그런 이들조차 "사법 리스크가 두려워 검찰 엘리트를 방패로 세운 것인가"라고 의심한다면 반이재명 세력은 어떻겠는가. 한 인사는 "별 거 아니네, 쫄았네, 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력자가 겁먹은 존재로 보이기 시작하면 권위는 무너지고 개혁은 동력을 잃는다. 이탈리아 정치철학자 마키아벨리(1469~1527)는 군주가 사랑과 두려움을 함께 얻기 어렵다면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편이 안전하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두려움은 폭압이 아니다. 한번 정한 원칙과 개혁을 끝까지 밀고 나가며, 어떤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치적 신뢰다.

 

그런 점에서 '겁먹은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는 치명적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재판과 퇴임 후 운명을 걱정하는 것으로 비치면 모든 개혁이 의심받는다. 검찰개혁은 방탄개혁으로 공격받고, 사법개혁은 재판개입으로 매도된다.

 

물론 윤석열 정권의 검찰은 정상이 아니었다. 검찰력을 총동원해 벌인 수사와 기소는 진실 규명이 아니라 정적을 제거하려는 '인간사냥'이었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겠다"고 선서한 검사들이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으로 벌인 일이다. 그 과정 어디에 공익과 정의, 인권이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도 자신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윤석열·한동훈으로 상징되는 정치검찰의 조작수사 결과라고 생각할 것이다. 필자가 만난 상당수 법조인들이 그렇게 말했다. 수사의 출발과 과정, 증거의 선택과 해석, 기소 시점과 방식 모두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욱 정공법으로 가야 했다. 사건별 수사기록과 증거를 법정에서 다투고, 허위진술이나 증거 왜곡, 위법한 수사 관행이 있었다면 독립적인 조사와 적법 절차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정치검찰이 합법의 외피를 쓰고 자행한 일이 무엇인지 국민 앞에 투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검찰 수사가 언제나 공정하고 객관적이라는 믿음은 이미 무너졌다. 오히려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다는 게  국민 상식이 된 터다. 결백을 확신한다면 타협할 이유가 없다. 사실과 절차로 맞서면 된다.

 

그런데 잇단 검사장 출신 민정수석 인선은 정공법과는 동떨어진 느낌이다. 오히려 정치검찰의 책임을 분명히 묻기보다 검찰 엘리트와 관계를 맺고 타협점을 찾으려는 게 아닌지 의심케 했다. 실제 의도가 그렇지 않더라도 그런 인상을 자초했다면 정치적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윤석열 검찰의 '인간사냥'식 수사에도 이재명은 살아남았고 제1야당 대표를 거쳐 국민의 선택으로 대통령이 됐다. 그렇다면 이제 대통령이 의지할 힘은 검찰 내부의 인맥이 아니라 자신을 선택한 국민이어야 한다. 법적 문제는 법률가에게 맡기고 정치와 국정으로 승부해야 한다. 대통령이 시선을 돌려야 할 곳은 자신의 퇴임 후가 아니라 국민의 오늘과 국가의 미래다. 

 

무주택 서민과 청년을 절망으로 몰아넣는 '미친집값'부터 잡으시라. 집이 삶의 터전이 아니라 투기와 세습의 수단이 된 현실을 바꾸시라. 청년들이 부모의 자산에 따라 출발선이 결정되는 사회를 그대로 두고서는 저출생도, 양극화도, 세대갈등도 해결할 수 없다.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를 하나의 생태계로 묶는 '프로젝트 트리니티'도 밀도있게 추진해 대한민국을 AI 3대 강국으로 끌어올리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시라. 국민의 삶을 바꾸고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돌려준 대통령을 누가 함부로 대할 수 있겠는가.

 

이재명 대통령이 진정 두려워해야 할 것은 퇴임 후의 재판도, 검찰의 보복도 아니다. 바꿀 수 있는 권력을 갖고도 국민의 삶을 바꾸지 못했다는 역사의 평가다. 검찰 인맥이 아니라 국민을 믿고, 자신의 안위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10년과 미래세대의 50년을 선택하시길 바란다.

 

정치는 결국 무엇을 피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바꿨는지로 남는다. 집값의 질서를 바로잡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 검찰을 다시 공익과 정의의 자리로 돌려놓는다면 퇴임 후 어떤 정치적 공세도 그 성취를 지울 수 없다. 

 

대통령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감옥이 아니다.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채 임기를 마치는 것이다.

 

▲ 류순열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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