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임직원들 연이은 주식매도 '발 빼기' 의혹?…他바이오기업과 다른행보 '비난'

남경식

| 2019-08-07 17:21:40

현직 임원 주식 매도 때마다 임상 난항 루머…재발 방지 확답 無

"저는 사기꾼이 아닙니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1973년 11월 기자회견에서 "공직 생활 동안 실수는 했지만, 사익을 추구한 적은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에 직접 연루됐다는 의혹을 정면 반박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 모두가 그를 사기꾼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말한다. 스스로 사기꾼이라는 프레임을 제시하면서 사기꾼 이미지로 각인됐다는 것이다.

"항간에 제가 발 빼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있는데 회사에 남아계신 분 중 그런 분은 없습니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는 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제 모든 걸 걸고 여기까지 달려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라젠 임직원들이 임상 실패를 미리 알고 주식을 매도하는 등 '발 빼기'를 했다는 의혹에 대한 해명이었다.


이 발언은 기자나 주주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 모두발언에서 문은상 대표가 먼저 이야기했다. 이날 기자간담회 이후에도 신라젠의 발 빼기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언주 무소속 의원은 7일 보도자료를 통해 "문은상 대표와 특수관계인 그리고 회사 임원들은 주식을 팔아 거둔 시세차익만 수천억 원에 이른다"며 "의혹이 끊이지 않은 이 회사에 대해 수사기관은 당장 임원들을 출국 정지 시키고 개미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닉슨 대통령은 결국 사기꾼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워터게이트 사건 연루 의혹이 짙어지자 비서진들이 저지른 일이라며 꼬리 자르기를 시도했다. 그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테이프가 결정적 증거로 등장하자 공개를 거부했다. 이후 일부 내용을 삭제한 테이프를 제출했다. 이 사실이 논란이 되자 비서의 실수였다고 발뺌했다. 닉슨 대통령은 상원에서 탄핵 의결이 확실시되자 자진 사임한다.

▲ 문은상 신라젠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시티클럽 컨벤션홀에서 열린 긴급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남경식 기자]

문은상 대표가 사기꾼인지 아닌지는 아직 단언할 수 없다. 다만, 문 대표를 비롯해 신라젠 임직원들의 발 빼기 의혹은 상장 이후 끊이질 않았다.


문 대표는 2017년 12월 21일부터 2018년 1월 3일까지 신라젠 주식 156만여 주를 장내 매도했다. 매각금액은 약 1325억 원에 달했다. 문 대표의 친인척 4명도 같은 시기 800억 원어치의 신라젠 주식을 팔았다. 1년 보호예수 대상이었던 주식을 의무보유기간 직후 팔아치운 것이다. 신라젠은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펙사벡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2016년 12월 상장 이후 1년 만에 주가가 9배 이상 올랐다.

최대 주주인 문 대표가 지분을 대거 낮추면서까지 주식을 대량 매도하자, 해외 특허 출원 실패로 펙사벡의 임상이 중단됐다는 루머가 돌았다. 당시 신라젠 측은 "문 대표의 주식 처분은 국세청 세금 납부와 채무 변제를 목적으로 불가피한 사항이었다"며 "펙사벡 관련 모든 임상 과정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고 해명했다.

신라젠은 지난달에도 현직 임원이 주식을 대량 매도하며 임상 3상 실패 의혹이 제기됐다. 신현필 전무는 지난달 1일~5일 신라젠 주식 16만7777주를 장내 매도했다. 처분 주식 금액은 약 88억 원이었다. 신라젠 측은 2018년 초와 마찬가지로 "세금 납부와 채무 변제가 목적이었다"며 "임상 3상을 비롯해 모든 파이프라인은 순항 중에 있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해명했다.


무용성평가 결과에 따라 임상 3상이 중단되면서 신라젠 측의 해명은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됐다.

신라젠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발 빼기 의혹을 강하게 부정하면서도 현직 임원의 주식 매도 재발 방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문은상 대표와 특수관계인이 보유 중인 주식 약 535만 주의 3년 보호 예수는 올해 말 풀리게 된다. 2017년 말처럼 문 대표가 의무보유기간 직후 주식을 매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 신라젠 연구원이 항암 바이러스 관련 시험을 하고 있다. [신라젠 제공]

신라젠 측은 펙사벡의 임상이 성공할 때까지 임직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가능하냐는 질문에도 "기존 스톡옵션 대부분이 이미 행사됐고, 주가가 낮아져 현실적으로 스톡옵션 행사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확답을 피했다. 또 "주가가 부양된다면 그만큼 (직원들이) 성과를 냈다는 것이기 때문에 (스톡옵션 행사를 막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며 오히려 향후 스톡옵션 행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신라젠은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통해 스톡옵션 행사로 안은수 부장이 53억 원, 배진섭 부장이 49억 원을 수령한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배 부장의 경우 지난해 10월 신라젠을 퇴직했다. 신라젠 임직원들은 현재까지 스톡옵션으로 총 2000억여 원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신라젠은 2016년 740억 원, 2017년 570억 원, 2018년 56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신라젠의 대응은 다른 국내 바이오 기업과도 대비된다. 신약 유데나필을 개발 중인 '메지온'은 임상 3상 실패 루머가 돌자 6월 30일 공식 입장자료를 통해 "회사 대표는 물론 전체 회사 임직원 모두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회사 주식을 임상 3상 결과가 공시될 때까지 단 한 주도 시장에 매도하지 않겠다는 것을 확실히 약속드리며, 이에 대한 법적 확약 장치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은상 대표는 6일~7일 신라젠 주식 약 24만 주를 36억 원에 매입하고 추가 매입도 진행하겠다며 뒤늦게 주주들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주주들 사이에서는 "1300억 원어치를 팔아놓고 겨우 30억 원어치를 산다", "저점일 때 사서 차익을 보려는 거 아니냐" 등 부정적인 반응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신라젠 관계자는 "대표이사의 자사주 매입 만큼 확실한 시그널은 없다"며 "진행 중인 다른 임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